[기고] Comedians never die, 실수를 바라보는 자세

이정수 작가 / 2023-02-14 11:10:58
“실수를 바라보는 자세가 그 가치를 만든다”
▲방송연예인이자 작가 이정수

 

[맘스커리어=이정수 작가] 한참 더워지려는 7월 말, 통영으로 강의를 가는 날이었다. 장거리 운전을 워낙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통영을 가는 방법이 기차는 없고, 버스만 있었다. 근데 버스는 가는 시간이 긴데 반해 그 안에서 내가 일을 할 수 없어서 선택지는 될 수 없었다. 그래서 결정한 방법이 비행기였다. 사천공항에 내려서 거기서부터 차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천공항에서 통영까지 가는 택시비를 계산해 봤더니 8만 원이었다. 

 

‘무슨 비행깃값이 나오냐?’ 

 

강의라는 것이 결국 인건비 벌기이기 때문에 내가 교통비를 아끼면 그것이 다 내 수입이 되니 교통비용을 아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찾아보니 사천공항 근처에 사천터미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터미널까지만 택시를 타고 가서 거기서부터 버스로 통영까지 가면 아주 싸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일단 택시를 타고 사천터미널로 갔다. 솔직히 시외버스를 타본 것이 중학교 이후에 없다시피 해서 어찌해야 하는지 좀 당황스러웠다. 시간표를 보니 아직 버스 시간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놓칠까 봐 통영행 티켓을 끊고 더운 날씨에도 밖에서 기다렸다. 그때 버스가 터미널 쪽으로 들어오는 걸 봤다. 아무래도 2시간가량 가야 하니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얼른 화장실에 가서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려고 온 힘으로 쏟았더니 변기가 깨질 뻔했다.(웃음) 

 

그리고 서둘러 돌아와서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아까 들어오던 버스가 안 보이는 것이다. 내가 착각을 했나 싶어서 잠시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리 버스라지만 출발 시간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안 보이는 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옆에 있던 할머니께 물었다. 

 

“통영 가는 버스는 아직 안 온 건가요?”

“아까 갔는데?!”

 

버스가 떠났다. 이런 경유 터미널에서는 시내버스처럼 잠시 정차만 하고 떠난다는 것을 내가 몰랐던 거다. 그것도 모르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미련한 짓을 한 거다. 날은 덥고, 강의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유일한 버스를 놓친 상황. 많이 화가 났지만 그냥 내가 한 짓이 너무 웃겨서 진짜 크게 웃어 버렸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통영으로 출발했다. 이럴 거면 애초에 공항에서부터 택시로 통영으로 갈 걸 그랬다 싶었다. 결국 택시비가 더 든 것이니까. 

 

아무튼 이 어이없는 실수담을 꺼낸 이유는 코미디언들이 실수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말을 하고 싶어서다. 코미디언들은 실수(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일으키는 인간의 행위)를 하면 자책하기보다는 웃긴 에피소드를 건졌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그렇다 보니 실수로 인한 정신적 타격이 현저하게 낮다. 

 

동양권 심리성향인 예비적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은 실수에 대해 반감이 강하다. 실수하면 안 되고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그러니 성공적인 결괏값을 못 만들면 심리적 타격이 큰 편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주로 하게 된다. 나는 육아인으로서 이게 참 안타까운데, 아이들에게 실수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의 상황에 따라서 실수를 더 해도 되는 아이들이 있고,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아이들이 있다. 이 두 부류는 확실히 도전정신과 창의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우리 자신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면 좋겠다. 

 

“실수를 바라보는 자세가 그 가치를 만든다” 

 

진짜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참사가 아닌 이상에야 다 복구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면 에피소드가 될 수 있는, 내 삶에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기회일 뿐이다. 실수를 바라보는 자세를 바꿔보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시간이 지나서 자연 치유되는 것 말고, 실수한 직후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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