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시선] "제사, 뭣이 중헌디?"

김보미 엄마기자 / 2023-11-08 09:40:51
국민의 55.9%, 향후 제사 계획 없어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지난 2일 전통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 발표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올해로 결혼 13년 차인 며느리 A씨(37세)는 아직도 시댁에서 지내는 제사가 불편하다. 어머니의 권유로 참석을 하긴 하지만 제사의 의미와 취지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아 음식을 장만해 제사상을 차렸다가 치우는 것이 그저 노동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A씨는 "제사라도 있어야 친척들 얼굴도 보고 같이 음식 준비하면서 대화도 하면 즐겁지 않냐는 시어머니 말씀에 정말 세대 간의 생각 차가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지금은 어른들이 계시니 매년 제사에 참석하고 있지만 제사 문화를 이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시대가 흐를수록 제사에 진심인 사람들이 줄고 제사를 불필요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몇 세대 후에는 제사라는 풍습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료=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지난 10월 발표한 제례문화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4%가 제사의 전통문화적 가치에 동의하며 62.2%가 현재 제사를 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사를 지내는 주된 이유는 △조상을 기리기 위해서(39.6%) △부모님께서 지내고 계셔서(27.2%) △가족들과의 교류를 위해서(16.6%) 등이었다.

반면 37.8%는 제사를 지내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종교적 이유나 신념 때문에(34.6%) △가족들이 모이는데 제약이 있어서(13.7%) △제사 과정이 가부장적·성차별적이어서(12.5%)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55.9%는 '향후 제사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자손의 제사 희망 여부에 관해서도 50.3%가 '자손의 뜻에 맡기겠다', 33.5%가 '희망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제사는 가족들이 모여 조상을 기리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제사 음식을 마련하고 차리는 데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고 형식과 절차 또한 복잡해 젊은 층에게는 기피 대상 일호가 되고 있다. 실제로 시댁의 제사는 부부 싸움의 흔한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에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 2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통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권고안은 제사가 힘들고 번거롭게 느껴지는 일반 국민들에게 제사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자료=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위원회는 간소화된 제사상을 제안했다.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제에는 과일 3종과 밥·국·술에 떡·나물·나박김치·젓갈·식혜·포·탕·간장 등 8종을, 조상의 묘에서 지내는 묘제에는 술·떡·포·적·과일·간장을 올린 제사상을 예시로 들었다. 과일은 밤·곶감·대추·사과·배 중에서 형편에 맞게 준비해 한 접시에 함께 올려도 되고 제기가 없는 경우 일반 그릇을 사용해도 된다고 전했다.

최영갑 위원장은 "제사상은 평상시 반상으로 자연스럽게 차리고 돌아가신 분이 좋아하시던 음식을 올리거나 생일상처럼 차려도 좋다"며 "음식의 가짓 수는 중요하지 않다. 제사의 핵심은 사랑과 공경으로 정성을 다함에 있다"고 설명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보통 오후 11시 이후에 지내던 제사를 초저녁에 지내도 무방하다. 제사의 주재자는 성별에 관계없이 연장자가 맡아도 되고 외국인도 제사를 지낼 수 있다. 제사 음식은 가족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부모님의 기일이 달라도 제사는 한날 지낼 수 있다. 축문은 한문이 아닌 한글로 써도 되고 지방은 사진으로 대신해도 된다. 

제사는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기 위해 가족이 화합하는 날이다. 제사의 형식과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해서 그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다. 제사로 인해 가정의 불화가 생길 바에는 차라리 지내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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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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