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등 직접 지원 축소 방침에 사회적기업 고민 깊어져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을 사회적기업이라 한다. 고용노동부는 2007년부터 사회적기업 인증 제도를 시행해 사회적기업의 창업과 육성에 직·간접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6월까지 85차에 걸쳐 총 4368개의 사회적기업이 탄생했으며 그중 3597개소가 현재 운영 중에 있다.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5년마다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지난 1일 고용노동부는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축소하고 정부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라는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 패러다임을 획일적 육성에서 자생력 제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내년도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은 786억2400만 원으로 올해 2021억9400만 원 규모에서 61%나 줄었다. 인건비 지원 등을 위한 지자체 교부금은 1083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반 이상 감소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예산도 올해 예산보다 58% 적은 285억 원으로 책정됐고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의 사업 예산 246억 원도 전액 삭감됐다.
정부는 "그간 사회적기업에 적지 않은 인건비와 사회보험료를 지원했음에도 장기적인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했고 인건비 중심의 직접 지원이 사회적기업의 창의·혁신성,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및 시장에서의 생존력을 저해했다"며 이 같은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성과와 관계없이 동일한 지원을 해주는 일률적 체계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정수급 사례, 민간 지원 기관의 기능 중복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지원체계를 개편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심으로 평가 및 지원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판로·컨설팅 등 사회적기업에 대한 간접 지원이 확대되고 인건비 등 직접 지원은 일반 중소기업과 동일한 유사 지원 제도로 통합된다. 또한 일률적 지원에서 사회적 가치 지표(SVI)에 따른 차등 지원으로 방식을 바꾸고 민간위탁 지원 기관의 중첩적 서비스를 통합해 정부가 직접 제공한다.
아울러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창의·혁신적인 사회적기업 진입을 유도하고 취약계층의 범위 조정으로 일자리 제공형의 비중을 축소한다. SVI 측정 결과에 따른 지원체계가 확립되면 예비사회적기업 제도를 폐지하고 사회적기업 등록제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의 기본계획이 발표되자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주들은 고심에 빠졌다. 재정 지원이 대폭 축소되면 직원 수를 줄이거나 경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제주시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조상호 씨는 지난 7일 KBS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15명의 직원과 함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해 가고 있었는데 이런 내용이 발표돼 지금 굉장히 비상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인건비 지원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은 사회적기업도 있었다. 해당 기업의 직원은 "인건비 지원 중단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도 8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1809개의 사회적기업이 생겨났고 전체 노동자 중 60%는 노동 취약계층이며 기업당 평균 매출은 2016년 15억8000만 원에서 2020년 19억6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사회 안전망 역할을 수행해 온 사회적기업에 대한 예산 삭감을 멈추고 UN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예비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이씨는 "올해 인건비 지원 사업에 신청해 놓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에 이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부의 인건비 지원과는 별개로 취약계층의 고용에 힘쓰면서 다른 수익 구조를 창출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재정 지원에만 의존하고 이윤을 내지 못하는 사회적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방침대로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를 증명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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