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베르테르 효과 우려해 자살예방교육 자료 배포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최근 강남에서 연이어 발생한 십 대들의 극단적 선택은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강남구에서만 세 명의 학생이 투신해 숨졌다.
16일에는 강남구 역삼동의 건물 옥상에서 한 소녀가 몸을 던졌다. 이 학생은 투신하는 과정을 SNS로 생중계했다. 경찰은 자살을 공모한 남성 최씨(27세)를 자살방조와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다음 날인 17일에는 강남구 도곡동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학생은 목을 흉기로 찔려 크게 다쳤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이 발생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20일에는 또 한 명의 중학생이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엄마들은 '단장지애'보다 더한 고통을 느낄 것이다.
▲0~17세 아동의 자살률(2000~2021)[자료=통계청] |
통계청의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에 따르면 2021년 기준 0~17세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이고 1.4명이었던 2015년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자살률은 이를 훨씬 웃돈다. 12~14세 청소년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5명으로 급증했고, 15~17세 청소년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9.5명에 달했다. 또한 중·고등학생의 2.2%가 최근 1년 이내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자살예방포럼은 2021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10대 청소년은 총 388명이며 이는 전년 대비 10.1%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같은 또래 학생과 유명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이 미디어에 연일 노출되면서 교육 당국은 학생들 사이에서 베르테르 효과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는 평소 존경하거나 선망하던 인물의 자살에 영향을 받아 모방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했으며 미국의 학자 데이비드 필립스가 유명인의 자살 이후 일반인의 자살이 급증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베르테르 효과라 칭하기 시작했다.
심리·정서적으로 취약한 청소년들은 모방 심리가 강하고 충동성이 높다. 또래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면 격한 감정의 동요가 일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마음 건강에 위기 징후가 나타나는지 잘 살피고 건강한 마음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교육부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가 청소년들의 자살 예방 교육을 위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죽음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는 시기는 만 10세 경이다. 10살 이전의 아이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할 때에는 실제 죽음에 대해 생각한 것이 아니라 힘들다는 표현이므로 이를 무시하거나 야단쳐서는 안 된다.
10세 이상의 청소년이 죽음을 생각했을 때 보이는 징후는 △식사와 수면 습관 변화 △짜증이 늘고 우울해 보임 △두통·복통 등의 신체 증상 △일기장이나 SNS에 죽음에 대해 표현함 △일상생활 무너짐 △대화를 거부하고 무기력함 △반항적·공격적 태도 △자해 △사후 세계 동경 △자기 비하 △갑자기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 △방에서 혼자 인터넷 검색 △이상한 물품 구입 △갑자기 여행을 떠나려고 함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자녀가 위와 같은 징후를 보일 때 부모는 반드시 아이에게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지, 계획을 세운 적이나 실제 시도한 적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면서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자녀의 감정을 깊이 공감하고 부모로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좋다. 자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글로 표현해 볼 것을 권유하고 가족의 상실과 관련된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자녀가 자살을 실제 시도하려는 듯한 낌새가 보인다면 지체 없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청소년 자살과 관련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으로는 △각 학교의 Wee클래스나 교육지원청의 Wee센터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들어줄개' △청소년 응급 상담전화 1388 △마음건강 상담전화 1577-0199 △보건복지상담센터 희망의 전화 12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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