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내 일’과 ‘내 인생'을 찾아 나선 엄마 대표들…"새로 시작할 기회가 될 수도"

김혜원 엄마기자 / 2025-01-16 13:10:04
이수연 리멤버토퍼 대표와 정자영 베이비리쉬 대표를 만나다
"출산으로 포기해야 할 것도 많지만 스스로 얻는 것이 훨씬 많고 큽니다"
▲‘내 일’과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 시작에 나섰던 이수연 리멤버토퍼 대표(왼쪽)와 정자영 베이비리쉬 대표[사진=맘스커리어]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출산 후 육아휴직을 쓴 사수는 꼭 돌아오겠다고 했으나 퇴사를 선택했다. 어렵게 복귀해 몇 달 만에 그만두는 선배도 있었다. 여성이 출산 후 육아휴직을 거쳐 회사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다. 이 시기는 일하는 여성이 가장 막막함을 느끼는 순간이라고도 한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사용해 전적으로 육아를 전담하거나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엄마는 회사에 복귀할 수 없다.
이수연 리멤버토퍼 대표 역시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일로 바쁜 남편 대신 육아를 전담하며 자녀를 양육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면서도 ‘내 일’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잘할 수 있고, 해 보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하게 된 일이 토퍼 제작이다.

육아에 정신없이 보내며 ‘내 인생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품게 되기도 한다. 정자영 베이비리쉬 대표가 그랬다. 일과 육아 둘 다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유독 엄마 품에서 떨어지기 어려워하는 아이, 야근이 잦은 남편, 멀리 있는 친정까지 기댈 곳 하나 없었다.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늘 홀로 육아했다. 취미나 개인 생활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 대표는 예쁘장한 남아인 아들을 단장하는 것으로 기분 전환을 했다. 비싸지 않아도 질 좋고 멋스러운 옷을 코디해 입혔다. 아이 친구 엄마들뿐 아니라 놀이터에서 모르는 엄마도 옷을 어디에서 사 입히냐고 물어왔다. 아들 옷을 사러 갈 때 우리 애 옷도 사다 달라는 요청도 생겼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정 대표는 ‘이걸 내 아이템으로 하자’라고 마음먹게 됐다.

이제 업력 2년 차가 되어 가는 초보 사장 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수연) ‘리멤버토퍼’ 대표 이수연입니다. 6살 아이를 키우며 집에서 케이크 토퍼, 종이꽃, 용돈 봉투 등을 직접 제작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정자영) ‘베이비리쉬’라는 아동복마켓을 운영하는 사장이자, 아들 한 명을 육아 중인 워킹맘 정자영입니다.

-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스스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찾았는데, 이 일이 집에서 할 수 있는 데다 더 나아가 강의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 더 끌려 창업을 결심했다는 이수연 리멤버토퍼 대표 [사진=맘스커리어]

 

(이수연) 복합운송주선업체에서 근무하다가 결혼과 임신, 그리고 육아를 시작하며 전업주부로 지내게 됐습니다. 전부터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는 직접 키우자’라는 생각을 해 왔거든요. 휴직 후 아이를 양육하다 보니 복직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닌다 해도 엄마가 필요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아이가 고열이 나거나, 어린이집 방학 등등이요. 그럴 때 저를 옆에서 도와줄 다른 가족이 없었습니다.


꼭 일하고 싶었습니다. 1년간 ‘앞으로 나는 무얼 하며 살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오전 아르바이트, 보육교사 등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풍선 꽃다발과 케이크 토퍼를 알게 됐습니다.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일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강의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일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버티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게 됐지만, '육아와 집안일만 하기엔 내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정자영 베이비리쉬 대표. 그는 내 사업을 하는 것 말고는 아이한테 소홀하지 않으면서 일할 방법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고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동복으로 아이템을 정했다.[사진=맘스커리어]

 

(정자영) 13년이나 다닌 회사를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뒤 그만두게 됐습니다. 직장이 먼 데다 주변에 도움을 받을 곳도 없었습니다. 남편 회사는 야근과 회식이 잦았기에 워킹맘임에도 저는 육아와 가사를 전담해야 했습니다. 처음엔 육아와 일 모두 잘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회사에서 온전히 내 일을 하고 점심시간엔 여유롭게 밥도 먹고 커피를 마실 시간이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한데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할 상황이 점점 생겼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이런저런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상사에게 아쉬운 말을 해야 하고, 직책이 있었음에도 후배에게 주요 업무에서 밀리기도 했습니다.

버티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게 됐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 책임지고 잘 키워보겠다’라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나 내내 ‘육아와 집안일만 하기엔 내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유치원에 가게 됐고, 적응을 마친 후부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어 시간제 근무를 찾아봤습니다. 한데 제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자리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내 사업을 하는 것 말고는 아이한테 소홀하지 않으면서 일할 방법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당시 제가 재밌게 할 만한 아이템을 생각해보니 아동복이었습니다.

- 초보 사장의 고충은 무엇이 있습니까?

(이수연) 사업의 방향성을 의논할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충입니다. 상품 구상부터 제작, 판매, 마케팅 등 모든 일을 혼자서 하다 보니 ‘지금 내가 잘하고 있나?’ 막막할 때가 많거든요. 판매가 잘 안 되면 왜 그런지, 사람들이 좋아할 상품은 어떤 건지, 가격은 적당한지,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고민거리가 끝도 없습니다. 고민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엔 다른 공방 대표님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다양한 챌린지를 함께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정자영) 장사를 해 본 적도, 경영이나 마케팅을 배워본 적도 없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며 시작했고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중입니다.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고객 수가 적고 구매 건수도 많지 않기에 어떻게든 꾸려 가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제 취향이 담긴 제품을 선보일 수 있어 즐겁습니다. 다만 제가 상품 제작자가 아니다 보니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어렵습니다. 원하는 상품이 재고가 없어 고객이 물건을 받을 때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되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초보 사장으로서 중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힘든 상태인 것 같습니다.

- 가정과 일이 분리되지 않을 때의 장단점이 있을 것입니다.

(이수연) 먼저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등원 후, 아이 잘 때, 주말 등 언제든 제가 원할 때 출근해서 일할 수 있으니까요. 이것은 단점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가족과 휴식하고 있을 때도 고객 문의가 오거나 당일 픽업 건이 생기면 저도 모르게 일이 우선이 되거든요. “잠깐만, 이것 좀 하고 올게” 하고 방에 들어갑니다. 이런 경우 가족이 서운해하더라고요. 완벽히 자리 잡기 전까진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과 일이 분리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정자영) 장점은 일터로 가는 이동시간이 절약되는 것입니다. 그만큼 일할 시간을 벌 수 있죠. 또 아이의 돌발 상황에 따라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밀린 집안일이 눈에 보이다 보니 이걸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집안일도 나의 일이다 보니 꼭 해야 하는 일, 급한 일부터 하다 보면 일의 순위가 자꾸 밀린답니다.

-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쉽지 않은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듭니까?

(이수연) 체력적으로 힘듭니다. 1년간 사업을 해 보니 종일 일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집안일에 육아까지 하고 나면 아이 재울 적엔 저도 잠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그럼에도 다음 날 상품을 출고해야 하거나, 낮에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다시 밤에 출근해야 합니다. 피곤하다고 일을 미루면 그게 산더미처럼 불어버리거든요. 새벽까지 일하고 아침에 아이와 똑같이 하루를 시작하다 보니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집니다.

(정자영) 아이가 없는 시간에만 일이 가능해서 유치원에 가 있거나 육퇴 후의 시간을 잘 쪼개서 계획적으로 쓰는 편입니다. 한데 육아는 돌발상황이 많고 아이가 제 계획에 맞춰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힘듭니다. 그날 아이의 컨디션, 기분에 따라 모든 계획이 바뀌기도 하므로 시간에 맞춰 움직이기가 어려워요. 그러다 보면 일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이수연) 부모님과 언니는 제가 어떤 디자인이 나은지 고민할 때 조언해 주고 SNS에 열심히 ‘좋아요’를 눌러주며 응원합니다. 종종 장사가 잘되는지 걱정도 해 주곤 합니다. 남편도 ‘뭐든 하고 싶은 거 해봐라’ 하며 지지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수익 대비 집안일에 소홀했던 시기엔 집안일이 안 돼 있다며 잔소리도 하고 핀잔도 주지만요. 지금은 예전보다 판매가 어느 정도 되는 것을 옆에서 실시간으로 보면서 신기해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 줍니다. 이런 반응 덕분에 제가 또 열심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정자영) 남편이 직장을 다니면서 물리적으로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 보니까 제가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아 하는 것에 많이 미안해했습니다.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어서 퇴사했는데, 또다시 새로운 일을 한다고 하니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워했습니다. 지금은 주변 사람한테 홍보도 하고 본인이 스스로 혼자 아이를 돌보기도 하면서 도움을 주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수연 대표와 정자영 대표[사진=맘스커리어]

 

- 저출생 문제가 심각합니다. 청년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엄마로서 어떤 점이 개선된다면 좋을까요?

(이수연) 청년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주거 문제, 양육비 상승, 주양육자의 경력단절, 그리고 아이를 위한 희생 등 현실적인 문제가 크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엄마로서 생각해 본다면 아이가 유치원생이다 보니 그에 초점이 맞춰지는데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유치원 방학 축소, 유치원비 지원 확대, 방과 후 돌봄 지원 등이 개선되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정자영) 본인의 인생에 있어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당장 먹고사는 것도 힘든데 결혼, 출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여성이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사회 분위기도 여전히 출산과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엄마로서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거나, 일하면서도 마음 편히 육아할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어떻게 하면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까요?

(이수연) 저출생 문제에는 출산을 꺼리는 것뿐만 아니라 난임 문제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정말 간절히 원하지만, 난임을 겪는 부부를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이 보다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난임 치료를 받으려면 ‘난임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을 조금 더 간소화하고, 치료비 지원도 늘려서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망설이던 사람들도 더 용기를 내고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자영)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야 출산을 고려하지 않을까요? 안전하고 편하게 내 아이가 지낼 수 있는 거주 환경, 부모 모두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근무 환경, 그리고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편하게 맡길 수 있는 기관과 선생님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 엄마·워킹맘 선배로서 출산을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수연) 경력단절이 두려워 출산을 미루는 분이 있다면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그 시간이 오히려 자신이 정말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새로 시작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예전엔 평생 회사원으로 지낼 줄 알았습니다. 한데 이제야 제가 정말로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를 양육하며 저 역시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행복을 느낍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신중히 고민해 좋은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정자영) 솔직히 지금 출산을 다시 하라고 한다면 그때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할 것 같습니다. 저희 가정에 둘째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나 출산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무조건 추천드립니다. 아이로 인해 힘든 것도 포기해야 할 것도 변화되는 것도 많지만 제가 얻는 것이 훨씬 많고 크다고 생각합니다. 죽을 때까지 한 번이라도 경험해볼 수 있을까 싶은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제가 더 열심히 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존재가 되어준답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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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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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듣고 정성을 다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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