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협동조합 전문가’. ‘협동조합 일타강사’. 이기대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 국장을 소개하는 수식어는 협동조합으로 귀결된다. 그도 그럴 것이 7년간 협동조합 상담만 3만 건, 다뤘던 상담 데이터만 12만 건으로, 수많은 종류의 협동조합 상담을 진행하면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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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국장이 협동조합 실무관련 온라인 교육 강의를 촬영하는 모습.[사진 출처=이기대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 국장] |
“제가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 상담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에게 어려운 상담은 없지 않을까요?(웃음)”
상담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협동조합 상담 사례가 없었냐는 질문에 이기대 국장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지금 공식적으로는 협동조합 전문 상담 업무를 진행하지 않지만, 아직도 협동조합 관련 상담을 받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기자에게도 협동조합 관련 상담 문의 메시지라며 전날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기대 국장은 현재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 국장으로 사회연대경제 정책, 제도, 입법화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셰어링 이사장, 쿱비즈협동조합 부설연구소 부소장, 협동조합교육연구소 사회적협동조합 감사, 고양특례시, 영등포구 사회적경제 육성위원회 육성위원, 국립암센터 암환우사회복귀지원센터 운영위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VI(사회적가치평가) 측정 전문가 등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행동하는 사회연대경제인(SE-ACT)’를 만들어, 공동 추진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라는 그는 “아무리 바빠도 육아에 소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대 국장이 처음 사회적경제를 만난 건 2014년 농협에 입사하면서다. 농협을 통해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일 년 뒤인 2015년 지자체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적경제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가 협동조합만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서울특별시 협동조합지원센터(이하 서협동 센터)로 옮겨 본격적인 협동조합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서울특별시 협동조합지원센터는 현재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서협동 센터에서는 만 7년간 근무했다. 당연히 협동조합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전국의 현장 협동조합을 만날 기회도 많았다. 그러면서 이들이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 등을 정책/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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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국장은 제7회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추진위로부터 우수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이승석 기본소득당 최고위원, 이기대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국장,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사진 출처=이기대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 국장] |
“왜 갑자기 정당(기본소득당)에서 일하는 건지 많이 물어보세요.”
기자 역시 같은 질문을 했다. 더구나 그동안 그는 현장과 밀착되어 일 해왔기 때문에 그 이유가 더욱 궁금했다. 이기대 팀장은 “단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①현장 협동조합에 필요한 제도개선 활동에 직접 나서기 위해 ②정치인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한 스스로의 역량 강화다.
이기대 국장은 “그동안 현장과 밀접하게 소통했고 동시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연대회의) 제도개선위원회 총괄위원으로 일하면서,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리하고 의견서를 작성하는 일을 해왔다”면서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활동들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실제로 현장에 필요한 제도 개선 활동이 이뤄지려면 정치의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 국장은 “꿈을 이루기 위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직접 안으로 들어와 정치와 정당의 작동 과정이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항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고 진정성 있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게 됐고, 연이 닿아 기본소득당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 저는 현장 협동조합에 제도/정책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정치인이 되면 제 경험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입법화시키고, 지역 내에서 조례로 제정하는 등 제가 직접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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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종사자들과 회의하고 있는 모습.[사진 출처=이기대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 국장] |
“협동조합을 만나보면 운영하기 어렵다고 하는 곳이 많아요.”
“협동조합을 설립,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실제보다) 더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가 협동조합을 만들 때 구성원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에요.”
사실 그동안 기자가 취재를 위해 만난 협동조합 중에는 “운영하기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협동조합 설립 요건에 5인 이상의 조합원(발기인)이 모여야 하다 보니, 의견이 달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기대 국장은 “5인 이상이 모여서 만들 수 있는 법인이다 보니 협동조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 친해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동조합도 하나의 법인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국장은 “협동조합의 이사장, 감사 등은 조합원들이 선출한 사람들이다. 바꿔말하면 선출된 사람이 권한을 갖고 협동조합을 경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내가 뽑지 않았어도 뽑히면 이들이 권한을 갖고 운영한다(문제 제기는 당연히 할 수 있다). 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협동조합을 단순 이용의 목적으로만 참여하거나, ‘나도 조합원이니까. 주인이니까’라는 관점으로만 보고 경영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협동조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협동조합에서 이사장 등으로 선출된 이들은 협동조합을 경영하기 위해 우리(조합원)가 뽑은 사람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책임이 엄청 많아요. 그러니까 그만큼의 권한도 부여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단순히 공동소유이고, 1인 1표를 갖고 있고, 상대(이사장)와 내가 동등하다고만 생각하면 협동조합을 운영하기 힘들 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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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국장[사진 출처=이기대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 국장] |
아울러 정관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기에, 협동조합 운영 원리에 맞게 규약이나 규정을 둬야 한다. 하지만 100개의 협동조합 중 규약 규정을 갖고 있는 협동조합은 5개 미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운영의 원리를 갖추는, 내규를 정하지 않는 상태로 운영하려다 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들 어렵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5명이 모이면 할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운영하기) 너무 어렵다고요. 그런데 예를 들어 엄마와 아빠의 사랑으로 아이가 태어났어요. 그러면 그다음에는 이 아이를 어떻게 훌륭하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잖아요. 어떤 학원을 보낼 것인지, 외국어를 가르칠 것인지 등이요. 이처럼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나면 이 조합을 어떻게 잘 운영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해요. 그런데 그런 고민이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그동안 ‘내실 있는 설립’을 주장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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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나면 아들 정인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사진 출처=이기대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 국장] |
이기대 국장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정인이의 아빠다. 워낙 바쁘게 일상을 보내고 있기에 대부분의 육아는 아내가 담당하지만, 일찍 퇴근하거나, 주말 등 시간이 날 때에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저는 아이를 반드시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임신을 미루거나 망설이는 부부들에게 전할 말이 없는지 물으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기대 국장은 “아이들에게 많은 짐을 지워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이들은 앞으로 기후위기 속에서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운 세상을 살아갈 거예요. 사실 제가 어렸을 때는 물을 사 먹는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런데 우리 지금은 물을 사 먹는 게 너무 자연스럽잖아요. 아이가 주는 사랑은 정말 엄청나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죠. 그런데 가까운 미래만 생각해도 너무 안타까워요. 그러니 아이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부가 둘이서 행복할 수 있다고 하면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에게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무한한 사랑을 주고, 또 아이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 국장은 “아이는 정말 순수 그 자체다. 내가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가는 날, 집회 현장이 TV 화면에 나와 아내가 아이에게 ‘아빠도 지금 저기에 있어’라고 했단다. 그 말을 들은 아이가 어느날 나를 보고 ‘아빠는 혼자 맨날 저녁에 놀러간다’며 투정했던 일이 있다. 사실 그 현장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가는 건데, 아이의 눈에는 세상이 변화되는 과정이 즐겁게 노는 걸로 비춰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10년쯤 지나면 정인이가 ‘우리 아빠가 그때 놀러 간 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낸 거였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아이를 통해 배우는 게 참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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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나들이를 나온 모습.[사진 출처=이기대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 국장] |
“마을 공동체 속에서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이기대 국장은 아이를 마을 공동체 속에서 함께 키우고,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정치인이 된 이후에는 지역 공동체 회복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그는 “대도시에서는 공동체가 작동되기 어려울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지역에서 10년간 살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주민자치 활동과 마을 주민들과 함께 취미활동을 하는 등의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기대 국장은 “지역자치나 취미활동 등 결국은 지역 주민들이기 때문에, 함께 취미활동을 하고, 술자리를 갖더라도 결국에는 ‘마을에 도서관이 필요하다’, ‘놀이터를 만들자’는 등의 지역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것이 바로 지역 의제인 것”이라면서 “개인주의나 이웃이 단절되지 않고, 슬픔은 함께 나누고 기쁨은 함께하는 세상었으면 좋겠다”며 향후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할 계획을 전했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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