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AI 기반 육아 서비스 속속 선보여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은 물론 업무, 학습을 하거나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AI는 전문가의 조언을 쉽게 꺼내 쓸 수 있게 해주며 단순 반복 작업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까지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하고 선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아이를 돌보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AI 육아'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이 육아의 짐을 덜어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역시 AI를 육아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아들이 태어나고 생후 몇 주 동안은 계속 챗GPT를 썼었고 이제는 발달 단계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AI보다 더 똑똑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AI를 잘 활용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챗GPT에 육아 관련 고민을 털어놓거나 조언을 구하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흔히 등장한다. 이들 사이에서 챗GPT는 이미 '사이버 오은영'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한 예로 육아맘 A씨가 챗GPT에 "28개월 첫째가 장난감을 차지하기 위해 동생을 때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고 묻자 챗GPT는 "장난감을 독차지하려는 것은 불안감과 소유욕 때문이니 억지로 빼앗기보단 장난감을 공유하면 즐거운 일이 생긴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라"라는 답을 제시했다.
또다른 육아맘은 "챗GPT에 4살 아이와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색종이를 찢어 붙이는 콜라주, 병뚜껑 분류하고 젓가락으로 옮기기, 즉흥 동화 만들기, 풍선 배구, 보물 찾기, 욕실에서 비눗방울 터뜨리기 등 생각지도 못한 놀이들을 많이 알려줬다"며 "AI가 육아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챗GPT는 아이의 문제행동부터 성장 발달 단계, 훈육 방식, 놀이 추천까지 폭넓은 육아 조언자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이가 챗GPT와 직접 대화를 나누거나 놀게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실 부모들이 어린아이를 돌볼때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아이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질문에 대답하는 일과 다시 해달라는 반복적인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쉽게 답을 하기 어려운 질문이나 같은 요구가 세네번 이상 반복되면 아무리 에너지 넘치는 부모라도 반응이 시큰둥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챗GPT는 아이의 엉뚱한 질문 세례에도 언제나 친절하게 대답해 줄 수 있으며 아이가 원하는 대로 퀴즈를 내주거나 1부터 100까지 숫자를 천천히 세어 주는 것,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는 것 모두 가능하다.
육아에 AI를 사용해 본 부모들은 "이제는 AI와 공동육아하는 시대가 왔다"며 "잘만 활용하면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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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악구] |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지자체와 기업들도 AI 기반 육아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서울 관악구는 24시간 AI 육아상담사 '코이'를 시범 도입해 운영 중이다. 2025년 관악구 아동그림심리검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도입된 코이는 양육 과정에서의 갈등, 자녀의 문제 행동, 지도 방법 등 부모들의 다양한 육아 고민에 대해 AI가 실시간으로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관악구 거주 만3세~12세 아동과 해당 아동의 보호자 300명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을 지원하며 오는 8월 3일까지 2차 참여자 150명을 모집 중이다.
완구 업계에서는 엑스오플레이의 AI 대화형 인형 '신비AI'가 주목받고 있다. 신비AI는 아이의 말을 분석해 감정을 인식하고 공감하며 퀴즈, 동화, 학습 피드백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등 기초학습, 창의력 동화, 안전 퀴즈, 생활 습관 게임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으며 부모는 앱을 통해 아이의 정서 상태와 대화 주제, 관심도 등의 AI 분석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신비 AI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토이어워드'에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육아 기록 앱 '쑥쑥찰칵'은 AI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수유, 수면, 기저귀 교체 등 육아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기능을 출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부모가 아이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리야, 지금 분유 먹었어", "하이 빅스비, 기저귀 갈았어"라고 말하면 스마트폰에 육아 기록이 자동으로 저장된다. 아기를 돌볼 때 두 손이 자유롭지 않은 부모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해 개발된 이 기능은 실용성과 편의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베타 테스트 당시 "육아 스트레스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기능"이라는 반응이 쏟아졌고 정식 출시 이후에도 사용자 충성도가 높아 유료 전환율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AI와 공동 육아가 가능한 시대, AI는 부모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아이에게는 새로운 친구이자 선생님이 돼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AI가 틀린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아이의 디지털 의존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육아가 지치고 버거운 순간에 부모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AI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기술일 것이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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