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시선]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저출생 발목 잡는 대학 서열화

김보미 엄마기자 / 2024-02-07 09:40:15
저출생 원인으로 꼽히는 과도한 사교육비
사교육, 대학 서열화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아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이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 이 말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중앙대·경희대·한국외국어대·서울시립대, 건국대·동국대·홍익대의 앞 글자를 따서 줄인 말로 서울 안에 있는 대학 순위를 나타낸다.

순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국숭세단 광명상가'로 더 이어진다. 국숭세단은 국민대·숭실대·세종대·단국대를, 광명상가는 광운대·명지대·상명대·가톨릭대를 의미한다. 여대 중에서는 이화여대가 중경외시에, 숙명여대가 건동홍에, 성신여대가 광명상가 즈음에 위치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어떤 것을 공부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그저 좋은 대학, 남들보다 더 높은 순위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부모의 영향도 크다.

그러나 이 같은 대학의 순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7월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통해 "대학의 순위는 학과의 특성, 조건과 상관없이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의 수능 평균 점수로 정해지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이는 실제적인 대학의 서열이 아닌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허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처럼 대학의 서열이 명확하게 나열돼 있는 나라도 없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는 "서구에도 유명한 학교가 있고 그 학교를 졸업하면 프리미엄이 있지만 이렇게 한국처럼 대학이 한 줄로 줄 세워져 있는 경우는 없다"며 "서울대의 독점적 위치, 인서울 대학의 실질적 특권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한국의 사교육 시장은 존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의 서열화는 과도한 사교육을 조장한다. 전국에 초등 의대반 열풍이 불고 있고 의학계열이나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눈 가린 경주마처럼 뛰고 있다. 비단 대치동이나 목동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교육열이 지나치게 높은 부모를 둔 자녀들의 삶의 질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대치동에서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한 중학생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학원을 다니는데 모든 학원이 다 끝나고 나면 열시쯤이다. 이후에 집에 가면 숙제하느라 새벽 3~4시에 잔다. 힘들긴 한데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뒤처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목동·중계동 등 소위 학군지라 불리는 동네에서 아이들은 마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인다. 부모들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혈안이 돼 사교육에 목을 매고 있다.

자녀를 대치동 학원에 보내고 있는 한 부모는 "학원 라이드도 힘들고 비용도 비싼데 그럼에도 자녀를 대치동 학원으로 보내는 이유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아서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며 "어렸을 때 공부를 잘 해놓으면 나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아무래도 좋은 직장에 들어갈 확률이 높고 그래야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포기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총 사교육비는 25조9538억 원이었다. 사교육을 받는 고등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69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전국 평균일 뿐 교육열이 높은 동네에서는 사교육비로 월 수백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부모들도 많다.

부담스러운 사교육비는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위와인구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부모는 자녀 한 명을 18년간 키우는 데 약 3억6500만 원의 양육비를 쓴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 사교육비일 것이다.

좋은 직장을 얻으려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고, 좋은 대학을 가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다 보니 결국 부모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사교육비는 경제력 수준이 높지 않은 가정에서 아이 낳기를 꺼리게 만든다.

대학의 서열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과열된 사교육 이 안정되지 않는 이상 저출생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 대학 서열화를 유발하는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에 혁신이 필요한 때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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