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시청으로 영유아의 미디어 과의존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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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영유아를 타깃으로 하는 미디어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유아용 만화와 동요, 한글과 숫자를 테마로 하는 학습 콘텐츠, 아기의 시력 집중력을 높여 준다는 패턴 영상까지 어린아이들이 볼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들은 양적, 질적인 면에서 모두 크게 성장했다.
문제는 미디어에 노출되는 영유아의 연령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육아정책연구소는 '가정에서의 영유아 미디어 이용 실태와 정책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전국의 0~6세 영유아 부모 1500명을 대상으로 가정에서의 영유아 미디어 이용 실태를 조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들은 대부분 영아기 때 주요 미디어를 접했고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평일 1시간 18분, 주말 2시간 11분이었고 TV를 시청하기 시작한 연령은 6개월 이상 18개월 미만인 경우가 57.6%였다. 스마트 기기의 경우 12~18개월 때 이용을 시작했다는 응답이 20.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평일 55분, 주말 1시간 38분으로 나타났다.
보호자가 영유아에게 미디어를 허용하는 이유로는 '보호자의 일을 자녀의 방해 없이 하기 위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시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보상으로 이용 △특별한 이유 없이 아이가 원할 때 허용 △교육용 앱·동영상 이용이나 온라인 수업을 위해 이용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육아맘 A씨는 "아이가 24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미디어에 노출시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키웠는데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며 "외식을 하거나 급하게 집안일을 해야 할 때는 스마트폰 동영상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엄마들의 힘듦도 이해가 간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잠시라도 편히 쉬거나 아이를 한자리에 앉아 있게 하는데 스마트폰만 한 것이 없다는 데도 동의한다.
심심하다 떼를 쓰던 아이도, 이유 없이 징징거리던 아이도 동영상만 틀어주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진정하고 영상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자리에 얌전히 오래 앉아있기까지 한다.
어디선가 아이에게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틀어줘 돈 들이지 않고 한글이나 숫자, 심지어는 영어까지 뗐다는 소리를 듣고 미디어를 학습의 도구로 활용하는 부모들도 많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한 학습이 영유아에게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야나 니키틴과 마리 헤네케는 저서 '작고 똑똑한 심리책'에서 "동영상 학습이 영유아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유아 교육 미디어를 통해 아이가 실제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지 실험해 본 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이 연구에서 12~18개월 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베스트셀러 영유아 비디오를 구매했다. 그 비디오는 아이들에게 집과 정원에 있는 물건의 이름을 자세히 알려줬다. 동영상을 통해 아이들은 새로운 낱말 25개를 습득해야 했다.
실험에 참가한 첫 번째 그룹은 4주 동안 매일 이 영상을 시청했다. 부모는 아이 주변에 있었지만 함께 영상을 시청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그룹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동영상을 봤다. 세 번째 그룹은 영상을 보지 않고 부모가 일상생활에서 25개의 낱말을 알려줬다. 네 번째 그룹은 영상도 보지 않고 부모가 낱말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영상을 시청하지 않고 부모가 낱말을 알려준 세 번째 그룹만이 훨씬 더 많은 낱말을 인식했다.
요즘 미디어 과의존 상태에 빠진 영유아가 매우 많다. 아이들의 미디어 과의존 증상은 산만함이나 공격적인 행동, 혹은 부모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식사·잠자리를 거부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부모가 조금 편하기 위해서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동영상을 보여주게 되면 아이는 결국 휴대폰이 없으면 밥을 못 먹게 되거나, 휴대폰 없이는 진정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24개월 이하의 아이에게는 디지털 미디어를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고 밝히며 "24개월 이후에도 미디어의 노출 시간에 반드시 제한을 두고 어떤 영상을 볼지 부모가 미리 계획을 세워놓을 것,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며 함께 시청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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