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대책의 '사각지대'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육아맘 A씨는 요즘 미술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딸을 예술중학교에 보내야 할지 고민이다. 예중 입시를 준비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딸이 다니고 있는 미술학원의 교육비는 주 1회 2시간 수업에 월 11만 원. 하지만 예중 입시반 수업을 들으면 3시간 30분씩 주 4회 수업에 교육비는 월 67만 원이다. 6학년이 되면 주 5회 수업에 주말 특강을 추가로 들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미대를 목표로 한다면 예중에 진학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가도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하는 수업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망설여진다"며 "한편으로는 예중 입시가 이 정도인데 예고나 대학 입시는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음악·미술·무용 등 예술 관련 학과로 일찍이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예술중학교 진학을 첫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예술중학교는 학교 내에서 실기 수업을 병행해 예고 진학이나 대학 입시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고 예술을 전공하려는 비슷한 학생들이 함께 모여 있다 보니 그 안에서 얻는 시너지도 크다. 대표적인 예술중학교로 예원학교를 들 수 있는데 흔히 예원학교에서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로 이어지는 진학 과정을 예술계의 엘리트 코스라 부른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하기에 사교육 없이 예술중학교에 진학하기는 힘들다. 예중 입시를 준비하는 초등학생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학원 또는 연습실에서 보낸다. 입시가 가까워 오면 학교를 결석하고 아예 학원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실기 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통 10만 원 대를 형성하고 있는 초등학생의 예체능 학원비는 입시를 준비하는 순간 단위가 달라진다. 예중 미술과 진학을 준비하는 입시생은 매일 3시간 이상 학원에 나가 그림을 그린다. 주말과 명절, 방학 때는 특강이 진행된다. 교습비와 특강비·재료비를 다 합치면 미술에 들어가는 비용만 1년에 1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공부도 병행해야 한다. 충격적인 것은 미술이 그나마 가장 돈이 적게 드는 편이라는 것.
음악을 전공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학원 대신 개인 레슨을 받으며 입시를 준비한다. 개인 레슨도 교수급의 큰 선생님과 연습 선생님이 따로 있고 여기에 반주비, 연습실비 등을 합치면 매월 200~300만 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천차만별인 악기 값이 더해진다. 바이올린·첼로 등 현악기의 경우 몇 천만 원이 넘는 것은 기본이고 억 대의 악기를 사용하는 학생도 종종 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출발 지점이 달라진다.
무용의 경우에도 개인 레슨비에 각종 콩쿠르나 입시를 치를 때 드는 작품비와 의상비가 더해진다. 입시 작품비는 1000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고 음악을 따로 제작해야 하는 경우 음악비가 따로 들어간다. 작품마다 새로 맞춰야 하는 의상도 한 벌에 몇 백만 원을 호가한다.
'자녀가 예술을 전공하면 집안의 기둥뿌리를 뽑는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거액의 대출을 받거나 집을 파는 부모도 있다. 예술 계열의 입시는 말 그대로 돈과의 전쟁이다.
한 음악학원의 원장인 김씨는 "자녀가 음악을 전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재능, 노력, 그다음이 돈이다. 하지만 돈이 많으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도 사실이고 재능이 있어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든 것도 맞다"고 밝혔다.
역시 예술 전공은 금수저 집안에게만 허락되는 불가침의 영역인 걸까. 각종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예술 전공생의 사교육비에 대한 언급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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