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의 시작은 자존감, 관계는 존중과 정직 바탕돼야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요즘 아이들은 성장 발달 속도가 빠르다. 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며 2차 성징이 발현되는 사춘기도 일찍 찾아온다. 게다가 미디어의 영향으로 성에 노출되는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모든 것이 빨라지면서 자녀의 성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으며 일찍부터 자녀에게 성교육을 시키는 부모들도 많아졌다.
성교육은 학교에서도 의무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2015년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이 준수해야 할 성교육 표준안을 제시했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보건 교과의 5개 대단원 중 하나가 '성과 건강'이라는 주제로 편성됐다.
이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 때는 △성의 개념과 성 건강 △사춘기의 성적 발달 △경계 존중과 이성 교제 △생명의 탄생 △성 표현물과 음란물 △그루밍·디지털 성폭력과 미디어 문해력 △차별과 고정 관념 등을 다루게 되며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으로 올라가면서 점차 심화된 내용을 배운다.
실제 학교의 성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서울학부모지원센터는 지난 7월 27일 '보건교사가 말하는 학교 성교육의 실제'라는 주제로 학부모 교육을 진행했다. 이영미 강사가 28년간 보건교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성교육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영미 가락중학교 보건교사는 "보통 중학생들의 보건 수업은 일주일에 1시간씩 총 17차시로 이뤄지며 한 학기 동안 진행된다. 그중 성교육은 7~8차시 정도"라며 "중학교 보건 교과에서 '성과 건강'의 핵심 아이디어는 성 건강이 개인과 가족의 행복, 국가 발전에 기본이 된다는 것과 성 건강 관리는 성인지 관점 및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한 균형 있는 접근과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교육은 보건 교과뿐만 아니라 국어, 과학, 기술가정, 사회, 도덕, 체육 등 다른 교과의 성취 기준에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영미 교사는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와 성에 관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나누면 좋을지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적으로는 '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데 이때 부모는 성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고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자녀에게 인지시켜주는 것이 좋다. 흔히 아이들은 성이라 하면 성관계나 성접촉을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성은 그보다 훨씬 폭넓은 범주의 개념이며 우리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또한 사춘기 자녀들에게는 호르몬 변화로 인한 신체 및 심리 변화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고 성 욕구도 당연히 생긴다. 발도르프 성교육에 따르면 만 10~13세는 보호받는 존재에서 점차 벗어나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자신에게 의존하게 되며 호기심으로 내면의 은밀한 영역을 장난치듯 움직여보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부모의 본질적인 교육이 잘 통하지 않는다. 다만, 가정에서 부모가 성을 품위 있게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너에게 나타나는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임으로 안심해도 된다. 넘어지고 좌절해도 계속 옆에서 응원하겠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핵심은 자아존중감이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가 성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성숙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가정에서는 함께 영화를 보거나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춘기 변화 관리법에 대해 대화하면 좋다. 성 욕구에 있어서도 성적 접촉보다 더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성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가정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영미 교사는 다양한 예술 작품과 영화, 동화책을 소개하면서 십 대의 임신, 경계와 동의, 진정한 사과, 성인지 감수성 등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이야기 나눠볼 수 있는 여러 주제들을 공유했다.
끝으로는 "결국은 자존감이 가장 중요하다. 나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존중과 정직을 바탕으로 하는 성적인 관계도 잘 가꾸어나갈 수 있다"며 "성은 아이들이 고유의 모습 그대로 꿈을 펼치고 살아가는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성교육의 목적도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인성교육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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