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근로시간 개편안'...출산율 더 떨어뜨리나

김보미 엄마기자 / 2023-03-22 11:10:10
주 최대 69시간 근로 가능한 개편안에 비판 여론 거세
근로시간 늘어날수록 임신 확률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한 아파트 앞에 '과로사회를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김보미 기자]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지난 6일 발표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연일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현행 주 12시간인 연장근로시간 상한을 △월 52시간 △분기 140시간 △반기 250시간 △연 440시간 단위로 다변화하고 노사 합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편안의 주요 내용이다. 

휴게시간 등을 제외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는 대신 근무일과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또는 1주 64시간 상한 준수라는 조건을 달았다. 또한 연장·휴일 근로 뒤 발생하는 휴가를 적립했다가 한 번에 사용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도입한다. 

이번 개편안은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한가할 때 확실하게 쉬자'는 취지이며 핵심은 근로방식 다양화와 근로시간 유연화다.

그러나 개편안 발표 직후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까지 늘어난 것을 놓고 장시간 근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몰아서 일하라는 것은 다치라는 뜻", "영세한 기업에서는 일만 늘어나고 보상은 없을 것 같다" 등과 같은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직장인 연씨는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으로 늘어나면 야근은 당연한 것이 되고 휴가는 지금과 같을 것"이라며 "당연한 권리인 연차도 눈치 보여서 다 쓰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적립된 휴가를 몰아서 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임금 및 휴가 등 보상체계에 대한 불안이 없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하라"고 근로시간 개편안의 보완을 지시했다. 

대통령의 보완 지시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노동자의 과로사를 조장하는 개편안의 전면 폐기를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오는 25일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를 시작으로 4월 19일 결의대회, 5월 1일 노동자 총궐기 대회, 5월 말 경고 파업 등을 예고했다. 또한 윤 대통령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과로사 조장죄 등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태에 외신도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1일 "한국 노동자들의 장시간 근로가 저출산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근로시간을 주 최대 69시간으로 늘리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장시간 근로는 뇌졸중과 심장병 발병 확률을 증가시킨다"고 보도했다. 

장시간 근로는 안 그래도 바닥인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더 끌어내릴 확률이 높다. 직장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여성이 임신을 계획하고 준비할 여유가 있겠는가. 

OECD는 "한국과 일본은 유럽 국가와는 달리 근로시간이 길고 육아와 가사 노동 참여에의 성별 격차가 커 삶의 질과 출산율이 저하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8년 '여성의 근로시간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에서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한 시간 증가할 때마다 여성 근로자가 1년 이내에 임신할 확률은 0.34%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 이하 직급 여성에게서는 0.43%가 하락했고 특히 첫째아를 임신할 확률은 1%나 떨어졌다.

개인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가운데 우리나라의 정책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까지 허용하며 홀로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개편안이 정책의 본 취지대로 노동자들에게 근로시간 연장이 아닌 근로방식 유연화를 선물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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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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