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교육] "우리 아이, 도박의 유혹으로부터 안전한가요"

김보미 엄마기자 / 2025-11-06 13:26:27
초4~고3 청소년 4.3%, 1회 이상 도박 경험해
부모의 관심이 가장 강력한 예방책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초등학생이 판돈 500만 원을 걸고 바카라를 하는 것이 현실인 세상. 이제 도박은 더 이상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시대, 도박의 유혹은 학교와 교실을 넘어 아이들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게임 한 판이 빚과 중독으로 번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실시한 '2024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는 청소년 도박이 더 이상 일부 아이들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이 직면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만3368명을 표본으로 조사한 이번 연구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청소년 도박의 실태와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의 도박은 △복권 △카지노 게임 △온라인 화투 △스포츠 경기 베팅 등 청소년이 참여할 수 없는 행위를 포함한다.
 

▲[자료=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조사에 따르면 초4~고3 청소년 중 4.3%는 평생 한 번 이상 도박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27.3%는 주변 친구의 도박 행위를 목격하거나 청취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학생의 경험률은 5.8%로 여학생(2.6%)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으며 교급이 올라갈수록 도박 경험률과 도박 행위 목격 및 청취 경험률도 상승했다. 도박을 경험해 본 학생들 중 지난 6개월간 지속적으로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은 19.1%로 나타났으며 그중 48.4%는 타인 명의를 사용했고 24.4%는 대리 베팅을 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이 경험한 도박 유형을 보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38.3%)이 가장 높았고 오프라인 복권(29.0%), 온라인 미니게임(25.9%) 등이 뒤를 이었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생은 오프라인 복권(42.7%) 경험률이 가장 높았고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경험률이 각각 44.5%, 50.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도박의 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박은 경제적 문제는 물론 학업과 진로 혼란, 우울과 불안 같은 정신건강 문제, 가족 갈등과 친구 관계 악화 등으로 이어지며 청소년의 일상 전반을 흔든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박으로 인한 폐해로는 경제적 문제가 23.6%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정신 건강 문제(22.4%) △신체 건강 문제(21.5%) △일상생활 문제(19.7%) △학업/진로 문제(18.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도박문제 감소를 위해 필요한 방안으로는 △도박 사이트 개설 확인 시 즉시 차단(92.2%) △청소년 도박 단속 및 처벌 강화(90.7%) △도박 청소년 치유·재활 확대’(88.7%) △청소년 도박자 신고 절차 교육 추진(87.0%) △도박사이트 신고자 보상 확대(86.1%) 등이 꼽혔다.

청소년 자녀의 도박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데 필요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소속 김종재 상담사는 지난 14일 진행된 서울학부모지원센터의 맞춤형배움과정에서 "도박은 비밀 속에서 자란다. 부모에게 말할 수 있으면 아직 희망이 있지만 숨기기 시작하면 이미 위험 신호가 켜진 것"이라며 부모의 관심이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자녀의 소액 결제가 잦거나 용돈 사용 내역을 설명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경우, 휴대폰 번호와 계정을 자주 바꾸는 경우, 밤늦게까지 온라인에 접속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행동의 변화는 단순한 사춘기의 일탈이 아니라 도박 노출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에게 핸드폰과 결제수단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액결제 차단을 설정하고 자녀의 앱 설치 이력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김 상담사는 "아이들이 이미 도박의 유혹을 경험하고 있다면 꾸짖기보다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너 혹시 요즘 도박하니?'처럼 직접적이고 폐쇄적인 질문 대신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는 뭐가 유행하고 있니?'와 같은 열린 대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아이가 도박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워한다면 대체 경험을 마련하는 것이 해법이다. 스포츠, 음악, 창작 활동 등 성취감과 보상을 주는 건강한 여가활동이 도박의 보상체계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박의 징후가 명확히 드러난 경우에는 전문기관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1336)이나 지역 상담 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이 빠를수록 아이가 회복될 가능성도 높다.

도박을 하는 아이보다 더 위험한 건 도박을 모르는 부모다. 도박 사이트의 구조와 유입 방식, 추천인 제도나 불법 커미션 구조 등 유혹의 메커니즘을 부모가 이해해야만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올해에도 청소년 도박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대규모 조사를 이어간다.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633개교,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약 1만3000명을 대상으로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조사원들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1개 학급을 2개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응답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조사 결과는 12월 말 국가통계포털(KOSIS), 공공데이터포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누리집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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