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시선] 공교육 무너뜨리는 무분별한 악성 민원 해결돼야

김보미 엄마기자 / 2024-11-15 09:40:18
악성 민원, 교권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 학습권도 침해해
과도한 민원 대처할 수 있는 방법 마련돼야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지난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서이초 사건은 대한민국 교권 회복의 불씨를 지폈다. 교권 회복과 보호를 위한 각종 대책이 발표됐고, 교권보호 5법(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됐다. 학교를 들쑤시던 악성 민원도 한동안은 잠잠해진 듯싶었다.


그러나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학교 현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서울시민과 교사 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교사의 84.1%가 '학교 현장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으며 '서이초 사건 수사 종결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교사의 비율은 98.7%를 기록했다.
 

▲[사진=MBC PD수첩 예고편]

 

지난 5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아무도 그 학부모를 막을 수 없다' 편은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어떻게 교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지 재조명했다. 방송은 올해 들어 담임 교사가 6번이나 교체된 전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해당 학교의 5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계속 바뀌는 이유는 두 학부모의 민원 때문이었다. 학부모 A씨와 B씨가 학교에 제기한 민원은 "아이가 전화가 오니 교감 선생님이 교실에 가봐 달라", "기타 수업 시간에 강사가 큰 목소리로 아이를 지적했다", "수업 중 아이를 지적한 이유를 답변해달라", "선생님이 손으로 등으로 찌르는 등 애들한테 함부로 한다.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하겠다", "수학여행 중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이 목이 마른데 물도 없고 인솔자도 없으니 전달해 달라" 등이었다.

두 학부모가 올해 학교에 전화한 횟수는 총 174번, 홈페이지에 게시글을 남긴 횟수는 26회, 하이톡으로 연락한 횟수는 152회였다. 비공개 자료의 정보공개 청구도 서슴지 않았으며 아동학대로 교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결국 6명의 담임 교사가 떠났다. 첫 번째 담임 교사는 "하교할 때 그 아이들 표정이 안 좋으면 어김없이 전화가 왔는데 그 이후부터 학급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그 두 아이의 표정을 의식하게 됐다. 그런 제 모습 속에서 교사로의 자존감도 떨어지고 자책감이 심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교사는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됐고 담임 보직을 내려놨다.

그러나 학부모의 입장은 달랐다. 두 학부모는 인터뷰에서 "주민센터에서 등본을 떼 달라는 것 같은 일상적인 일이었다"며 "선생님이 예민해서 스트레스를 받으신 것 같다. 이 정도 사안이 교권 침해가 되냐"고 반문했다.

결국 지난 29일 전주 M초등학교의 교사 4명은 A학부모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전주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는 학부모 A씨의 교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특별 교육 30시간을 이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B씨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는 15일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초등교사노조와 교사노조연맹 등은 지난 6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로부터 공교육을 지켜낼 종합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보호자의 무분별한 악성 민원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교사들의 교육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회는 이를 막을 법 제정 및 개정을 서두르고 교육부와 전북교육청은 악성 민원인에 대해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은 7일 서한문을 통해 "교권을 보호하고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 대응은 물론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며 "교육 활동 침해 사안 관련 원스톱 시스템과 교사들의 실시간 소통 창구인 교육활동보호센터를 마련하고 악성 민원에는 교육지원청의 특이민원대응팀이 나서겠다"고 밝혔다.

도를 넘는 민원은 교사의 교육 활동을 방해하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등 공교육을 멍들게 한다. 부적절한 민원은 딱 잘라 거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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