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온 아이들 덕분에 농촌 마을도 활력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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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유학 생활 중인 아이들 모습[사진=전라북도교육청] |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육아맘 김씨는 몇 달 전 아이의 초등학교에서 전라도 농촌유학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e알리미를 받고 깜짝 놀랐다. 이름조차 생소한 농촌유학이었으나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에만 살던 아이가 인생에서 한 번쯤은 한적한 농촌에서 학교를 다녀보는 것도 진귀한 경험이 될 것 같고, 게다가 정부에서 지원도 해준다고 하니 마음이 끌렸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초·중생 학부모 10명 중 6명은 농촌유학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10명 중 4명은 자녀를 농촌으로 유학 보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농촌유학을 보내고 싶은 이유로는 자녀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자연적인 식생활이 31.1%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자립심 향상(26.3%), 농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자연 생태교육(25.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희망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전통놀이 △텃밭 가꾸기 △전통체험 수업 △지역문화 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었다.
농촌유학은 서울에 거주하는 학생이 6개월 이상 농촌의 작은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마을·학교 안에서 계절의 변화, 제철 먹거리, 관계 맺기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생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농촌유학은 거주 유형에 따라 △가족체류형 △홈스테이형 △유학센터형 등으로 분류된다. 가족체류형은 가족이 함께 이주해 마을·지자체가 제공하는 주택에서 생활하는 형태이고 홈스테이형은 농가에서 아이를 맡아 보살피는 방식, 유학센터형은 학생들이 함께 센터에서 생활하는 방식이다. 정부 지원금으로 학생 수에 따라 매월 60~90만 원이 지원되며 학부모는 지원액을 초과하는 임대료 및 생활비 등을 부담하면 된다.
2021년 서울시교육청은 전라남도교육청과 함께 '흙을 밟는 도시 아이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농촌유학 사업을 추진했다. 전남도의 8개 시군에 유학 마을을 지정해 △서당체험 △승마체험 △골프교실 △트리 클라이밍 △오케스트라 △나도 작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농촌유학에 참여한 학생은 2021년 1학기 82명에서 2학기 165명, 2022년 1·2학기 304명으로 약 3배 이상 증가했고 3기 유학생 304명 중 215명이 연장 신청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이에 지난해 10월부터는 농촌유학이 전라북도로도 확대됐다.
전북교육청에서는 도내 협력학교를 중심으로 유학생과 재학생의 협동·생태학습 등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유학생과 가족이 귀촌 등의 형태로 정착하는 것을 목적으로 농촌 유학을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해 시범 운영을 마치고 올해 본사업에 참가할 학생을 지난달 20일까지 추가 모집했다. 지난해 참여 학생 27명 중 26명은 연장 신청을 했으며 1차 모집에서도 총 46명이 신청해 도내 13개 학교에 배정됐다.
프로그램도 단순한 농촌 생활 체험이 아닌 전라북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1시군 1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완주 숲 체험학교 △임실 김용택 시인 문학교실 △순창 전통문화 체험 △남원 판소리 체험 △무주 태권도 1단 따기 △장수 마사고와 연계한 승마체험 △고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 교육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농촌유학의 지원금은 △서울시교육청 30만 원 △전북도교육청 30만 원 △전북도 10만 원 △시군 10만 원 등으로 총 80만 원이며 학부모 부담금은 매월 20만 원 정도이다. 다만 올해는 서울시의회가 농촌유학 지원 예산 10억 원을 전액 삭감한 탓에 서울시교육청 지원금은 받을 수 없게 됐다. 오는 2월 20일 개회를 앞둔 임시회에서 추경예산 확보 여부에 따라 지원이 결정될 예정이다.
전남 장성군 서삼초등학교에서 농촌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6학년 김도연군은 "서울에서 학교와 학원만 왔다 갔다 하는 반복적인 삶을 벗어나고 싶어서 농촌유학을 오게 됐다"며 "이곳 생활은 서울보다 훨씬 여유롭다. 현장체험학습도 자주 가고, 많이 뛰어놀다 보니까 체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유학 생활을 하면서 소심했던 성격이 변해 이제 자기표현도 잘하게 됐고 엄마랑 대화할 시간도 많아져 사이도 좋아졌다"며 "유학 생활이 한 달 후에 끝나는데 너무 아쉽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원래 서삼초 재학생인 4학년 권지우 양은 "서울에서 유학 온 아이들이 많아서 학교에 사람이 많아지니까 현장체험학습을 가도 더 재미있고 나중에는 정들고 친해져서 헤어질 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농촌유학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돼 도시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과 추억을, 농촌의 작은 학교에는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효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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