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MOM터뷰] "택배 상자에서 작품으로!"...발상의 구현 이뤄낸 최영화 작가를 만나다

안선영 미주특파원 / 2023-06-07 14:21:51
샌프란시스코 한국 영사관에서 첫 개인전 '상자 속의 풍경' 여는 최영화 작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영화 작가[사진=작가 제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샌프란시스코 북쪽으로 88km 떨어진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편안하고 조용한 느낌의 산타 로사(Santa Rosa)에서 생활하고 있는 최영화입니다.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국내에서 국전 2회 입상 외 몇몇 공모전과 그룹전에 참여했으나 결혼 후에는 20년 이상 미술학원 운영과 예고에 출강하며 두 아이의 육아에 치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6년 전 미국으로 이민 후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로컬 전시 및 여러 컴피티션, 그룹전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샌프란시스코 한국 영사관에서 갖는 첫 개인전 '상자 속의 풍경(Landscape in a Box)'은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일상에서 더욱 자주 접하게 된 택배 상자를 주재료로 한 풍경 전시회입니다. 의미 있는 곳에서 첫 개인전을 하게 돼 매우 기쁩니다.

- 작품 활동을 하실 때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나요?

주로 자연 속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는데 특히 경이로운 자연을 품은 요세미티 풍경을 좋아합니다. 한국화를 전공해서인지 웅장한 산과 안개와 숲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분위기가 제 작업의 메인 테마가 될 때가 많습니다. 그 밖에도 창틈으로 새어 들어온 빛줄기나 그림자, 도시의 야경 등이 그림 속에 숨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이번 개인전의 작품 감상 포인트가 있나요?

우리가 흔히 접하는 택배 상자(아마존 딜리버리 박스)를 주재료로 메인 화면을 입체로 구성하고 그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부분에 한국화나 아크릴화로 풍경을 배치합니다. 평범한 종이 박스 조각이라는 것을 알고 봐도 보는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재료로 보인다고 얘기합니다. 레진이 처리되어 아주 견고하기도 하고요. 또한 벽에 거는 입체화인 만큼 정면이나 좌우측 면에서 보는 모습이 완전히 다르고 추상적인 모양의 입체가 만들어 내는 그림자 속에 조용히 숨은 구상화 풍경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사진=작가 제공]

- 작가가 되신 계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어려서부터 학급 교실 미화에 제 작품들이 주로 전시됐고 학교 미술 실기평가 때마다 친구들이 줄을 서서 도움을 청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때 미술 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가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미술을 전공하려고 할 때 부모님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는 탓에 시작에 어려움이 좀 있었지만 제게 그림에 대한 열망과 호기심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아신 후에는 작가로서의 길도 응원해 주셨습니다. 

- 작가님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발상의 구현'이랄까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형상을 세상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양식과 기법으로 작품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작가이자 어머니로서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미국 생활에 적응하며 힘들었을 때마다 아이들 옆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을 보여주고 제 방식대로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미국에 오게 된 것도 아이들 의견을 우선시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제가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사진=작가 제공]

- 작품에 특정 주제나 재료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팬데믹이 시작된 후 우리는 밖에 쉽사리 나가지도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생활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물품들을 택배에 의존했었습니다. 저 역시 그렇다 보니 집안에 아마존 택배 상자가 쌓이게 됐고 미술 재료 구하기도 쉽지 않던 시기에 상자 골판지의 독특한 단면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상자를 수없이 자르고 재조합 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습니다. 

-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 있나요?

남편도 미술 전공(공주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인데 서로 분야가 사뭇 달라 크게 관여는 하지 않아도 예술적 온도가 맞다 보니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 작업 기간은 평균 얼마나 걸리시나요?

첫 골판지 작업은 고민하면서 하느라 6개월 이상 걸렸어요. 그 이후에는 골판지 양과 그 과정에 따라 한두 달씩 걸렸고요. 한 작품당 한 달 이상은 걸립니다.

- 준비하면서 기대했던 점​이나 특별히 신경 쓰셨던 점이 있나요?

이번 개인전의 경우 그동안의 작업 방향을 한데 모아서 하는 첫 전시라 제 그림에 대한 주변 사람들과 미술 애호가들의 의견이 궁금했고 그 의견들을 바탕으로 작업의 방향을 조금 더 가늠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시할 때 가장 고려했던 부분은 조명이었습니다. 제 작품들이 반입체 형식이다 보니 각도나 방향에 따라 작품이 많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조명의 방향과 세기에 많이 신경 썼습니다. 

▲[사진=작가 제공]

-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나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으신가요?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관람한 The Young Museum의 Monet전이 기억나네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제가 한국화 전공이어서 그런지 옛날 그림들, 특히 조선시대 겸재 정선의 풍경화와 이정의 묵죽도를 좋아합니다.

- 작품 활동 이외에 일상을 보내는 취미는 무엇인가요?

오디오북 청취요. 귀로 듣는 거라 반복적인 작업을 할 때 매우 효율적이에요. 학생 레슨과 제 작업, 집안일을 모두 해야 하는데 오디오북은 제 일상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매일 업데이트되는 책 리스트를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이 아닌 독특한 저만의 화풍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 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택했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셨을까요?

두 남동생들이 모두 건축가입니다. 가만히 보면 매우 흥미로워요. 작가가 아니었다면 건축가가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지금의 작가님을 만든 습관은 무엇인가요?

무섭지만 일단 시도해 보는 거요. 수줍은 성격이긴 한데 뭔가 하려는 게 생기면 꾸준히 생각하고 어떻게든 시도를 해 보는 편이에요.

- 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어떤 방향으로 할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오르는 골판지 작업들이 많이 있어요. 새로운 형태의 골판지 작업이 한동안 계속될 예정입니다. 오는 7월에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서 미국 5대 아트페어인 시애틀 아트페어(Seattle Art Fair)에 한국 갤러리와 참여합니다. 그 전시 규격에 맞는 크기의 작품을 한동안 할 것 같아요.

- 워킹맘으로 작품 활동을 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항상 아이들의 일정이 내 작업보다 우선순위에 있으니 종종 흐름이 끊기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엄마 작가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 아름다운 한인 여성이자 한 사람의 엄마로서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맘스커리어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또한 아무리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도 아이들 픽업 시간이 되면 벌떡 일어나 차에 시동을 걸고 그림의 주제보다 요즘 밥을 잘 안 먹는 둘째의 식사 메뉴가 더 고민인 엄마이자 남는 시간은 오롯이 그림만 그리는 작가입니다. 

아이들을 제가 케어하는 것 같다가도 순간순간 아이들에게서 힘을 얻고 의욕을 다시 부여받는 거 같아요. 훌쩍 커서 학교로 떠난 첫째를 보면서 하루하루 웃으며 서로 격려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다들 행복한 엄마이자 행복한 ‘나’로 지내시길, 저 역시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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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미주특파원

안선영 미주특파원 / 미국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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