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건강 돌봄, 은퇴 준비, 학업 등 사유로 근로시간 단축 신청할 수 있어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가족돌봄휴직 제도 덕분에 직장을 잃지 않고 어머니의 병간호를 할 수 있었다. A씨는 "갑자기 쓰러지신 어머니를 돌봐야 했지만 엄마 옆을 지키며 일까지 병행하는 건 솔직히 불가능했다"며 "직장에 눈치가 보여서 사직서를 쓸 뻔했는데 다행히 가족돌봄휴직 제도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직장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 그때 이 제도를 모르고 사직서를 냈다면 경력 단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초등 자녀를 둔 워킹맘 B씨는 최근 아이의 운동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했다. B씨는 "예전에는 반차를 내거나 연차를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자녀의 학교 행사에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니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사용하고 있고 아이도 학교 행사에 엄마가 매번 참석하니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가족을 돌봐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근로자들이 가족 돌봄을 위한 휴직·휴가 제도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거나 사업주의 무지로 인해 신청이 거부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눈치가 보여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 문화의 벽이 그 활용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가족돌봄휴직과 가족돌봄휴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근로자의 권리다. 가족돌봄휴직은 가족의 질병·사고·노령 등으로 인한 장기 돌봄이 필요한 경우 근로자가 무급으로 최장 연 90일까지 휴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가족돌봄휴직은 나누어 사용할 수 있으며 분할 사용의 경우 1회 휴직 기간은 30일 이상이어야 한다.
이와 별개로 가족돌봄휴가는 근로자의 조부모, 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 또는 손자녀의 질병, 사고, 노령, 자녀의 양육 등 단기적인 긴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 연간 최장 10일까지 일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특히 자녀 양육 목적의 가족돌봄휴가는 입학식, 졸업식, 학예회, 운동회, 참여수업, 학부모 상담 등 자녀의 학교 행사와 방학 또는 학교 휴교에 따른 자녀 돌봄, 병원 진료 동행 등의 경우에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반면 개별적인 봉사활동, 체험학습, 탐방 등 학교 밖의 활동이나 여행, 시험 동행 등의 목적에는 사용할 수 없다.
가족돌봄휴직은 개시 30일 전까지, 가족돌봄휴가는 사용 예정일 전까지 사업주에게 관련 서류를 제출해 신청하면 된다. 가족돌봄휴직·휴가는 근속 기간에 포함,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서는 제외되며 가족돌봄휴가 기간은 가족돌봄휴직 기간에 포함된다. 사업주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으며 신청을 받고도 허용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조부모 또는 손자녀의 경우 근로자 외에 직계 존·비속이 있어 돌볼 수 있는 경우에는 가족돌봄휴직 또는 휴가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고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가족돌봄휴가를 주는 것이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근로자와 협의하에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가족돌봄휴직과 휴가 외에도 가족돌봄 등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또 다른 선택지다. 근로자는 △가족 돌봄 △본인 건강 돌봄 △55세 이상 근로자의 은퇴 준비 △학업 등을 이유로 1년 이내,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 최대 3년까지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으며 주 15시간 이상 30시간 이하로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다.
사업주는 근로시간 단축을 이용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연장 근로를 요구할 수 없다. 단,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주 12시간 이내에서 연장 근로를 허용할 수 있다. 만일 근로자가 연장 근로를 명시적으로 청구하지 않았는데 사업주가 연장 근로를 요구한 경우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법적 제도는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정보 부족과 인식 한계로 인해 활용도가 낮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휴직·휴가,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인지하고 있는 근로자는 전체의 40% 수준에 그쳤고 2023년 기준 가족돌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사용률은 각각 1.5%, 2.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주 대상 교육과 인식 개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 근로자가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와 함께 근로자 스스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가족돌봄휴직과 휴가가 누구나 쓸 수 있는 제도로 자리 잡길 바란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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