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시선]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생존수영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김보미 엄마기자 / 2023-08-08 11:10:52
생존수영, 수상안전사고 예방 및 대처 능력 함양 목적
연 10시간 수업으로 실효성 지적돼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생존수영'을 배운다. 이 수업은 수영 교육을 통해 수상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물에 빠졌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4년 전 국민을 애통하게 했던 세월호 참사 이후 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됐다. 이후 2019년에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로, 2020년부터는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그 대상이 확대됐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그간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생존수영 수업이 재개됐으나 대부분 3·4학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영장이 없는 학교가 많아 외부 수영장을 대관해야 하는데 수업이 모두 6~7월에 몰리다 보니 학교들 사이에서 대관 경쟁이 치열하고 생존수영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강사도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1·2학년은 아직 혼자 씻고 수영복을 갈아입는데 미숙하고 5·6학년은 한창 신체에 예민할 시기이다 보니 수영 수업 진행이 어려운 점도 있다. 

2019년 교육부에서 발행한 초등학교 생존수영교육 매뉴얼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하는 생존수영의 목표는 인명구조 체험 및 자기 생존의 기본을 익혀 안전을 확보하고 사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수영 기능을 익히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도전 정신을 느끼는 것, 수영의 즐거움을 알고 수상 여가 활동에 자신 있게 참여하는 것 등이다.   

수업의 내용은 크게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생존 기능 △수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영 기능 △수상 활동 시 타인을 돕기 위한 구조 기능으로 나눠지며 1·2학년, 3·4학년, 5·6학년 등 학년군별로 고르게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초등학교 생존수영교육 매뉴얼에 나와 있는 수영교육 흐름도[자료=교육부]

1·2학년 수업에서는 물 적응 활동과 물놀이 교육을, 3·4학년 수업에서는 생존수영의 기초 과정으로 물속에서 숨 참기·물에서 중심 잡고 누워 뜨기·입수해 가까운 거리로 탈출하기·기본 배영과 평영·구명조끼 입고 체온 유지하기·익수자 긴급 구조 방법 알기 등을 익힌다. 5·6학년 때는 생존수영 및 구조 요청하기·영법 숙달하기·잠수해 구조물 통과하기·CPR과 AED 사용법 알기·강과 바다에서 구조 체험 등 심화된 생존수영을 배운다. 

문제는 이 많은 내용을 연 10시간의 수업으로 학생들이 습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단체로 진행되고 몸으로 익혀야 하는 실기 수업에서 시수의 부족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이미 초등학교의 생존수영 수업으로는 물속에서의 생존법을 터득할 수 없으며 흉내 내기 식의 교육이라는 지적이 몇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오히려 생존수영이 수영 사교육을 부추기고 부모에게 부담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생존수영 수업에 따라가지 못할까 봐 미리 수영 강습을 시키게 되는 것이다. 생존수영을 위해 실내 수영복과 수영모, 수경, 수영가방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수영을 하고 제대로 씻지 못하고 나오는 점도 아쉽다. 시간 관계상 샴푸로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된다. 아이들은 물로 샤워를 하고 대충 벗은 수영복을 가방에 챙겨 넣기 급급하다.

예민한 여자아이들 중에는 반 아이들과 다 같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또래보다 성장이 빠르거나 몸이 조금 통통해 콤플렉스를 느끼는 경우 생존수영이 있는 날 체험학습을 내고 집에서 쉬거나 학교에 나와 따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육아맘 김씨는 "3학년 때 생존수영을 배운다고 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영장을 다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6일간 2시간씩 배우고 끝이어서 조금 당황했었다"며 "학생들이 단체로 12시간 생존수영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물에 빠졌을 때 생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지 물에 빠졌을 때 생존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물을 좋아하는 아이라 생존수영 수업에 기대가 컸었는데 첫날은 수영복만 입고 물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며 속상해했고, 다음 날은 발차기만 하고 왔다고 아쉬워했다"며 "조금 더 아이들의 수영 실력에 맞는 체계적인 과정으로 진행되고 재미있는 수업으로 보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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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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