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영 교수, '우리 아이의 수리력 깨우기' 주제로 강의해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학년 때는 반복되는 연산에 지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줄줄이 펼쳐지면서 일찌감치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다.
아이가 주요 과목인 수학을 힘들어하면 부모들도 고민에 빠진다. 아이의 수리력은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서울기초학력지원센터는 지난 16일 오전 9시 20분, '우리 아이의 수리력 깨우기'를 주제로 보호자 든든연수를 진행했다.
남진영 경인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는 수리력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아이의 수리력을 키워주기 위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강의했다.
강의에 따르면 요즘에는 수학(Mathematics)과 산술(Arithmetic)보다는 수리력(Numeracy)과 수학적 소양(Mathemarical Literacy)이라는 개념이 강조되는 시대다. 수리력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배경에는 '학교 교육을 마친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수리력은 영국의 Crowther report(1959)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새로운 시대에서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라는 질문의 답으로, Cockcroft report(1982)에서는 '성인의 삶, 일터, 고등교육에 필요한 수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보고서에서 수리력은 '실생활에서 수나 연산을 이용하고 실제 상황에 적합하도록 수학 기능을 활용하고 그래프·도표·비율 등 수학적 개념을 나타내는 정보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된다. 결국 삶과 일터에서 요구하는 수리력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적 내용의 양이나 심화 정도, 유창성보다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하는 융통성의 문제와 직결된다.
OECD가 2030년까지의 교육 방향성을 제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리력은 문해력, 건강과 함께 교육의 기초가 되는 핵심 요소이며 성인의 삶과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역량이다. 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는 수리력을 수학적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수학적 정보와 아이디어에 접근하고, 사용하고, 해석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이며 디지털 환경의 일상생활에서 수학적 도구를 사용해 추론하고 모델링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수리력은 공교육을 통해 길러질까? 우리나라의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모든 교과에서 언어, 수리, 디지털 기초 소양을 함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총론 해설서에 따르면 수리 소양은 다양한 상황에서 수리적인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기초적인 수리 연산 능력은 물론 복잡한 문제를 해석하고 추론을 통해 해결책을 도출하는 능력과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정보를 추출하며 규칙성을 찾아내 활용하는 능력 등이 포함된다.
2부에서는 아이의 수리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남진영 교수는 "수리력은 모든 교과와 관련이 있으며 사교육을 통해 키워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선 필요한 것은 튼튼한 기초"라며 "예를 들어 저학년 때 구구단을 확실히 외워놓지 않으면 다음 학년의 공부에 계속해서 지장이 있다. 우리가 수리력을 기르는 데 도구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지만 삼 곱하기 칠을 계산하는데 계산기를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한 아이가 고민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해서 생각해 결국은 해법을 발견하는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의 대부분은 치열하게 고민해서 답을 얻은 그 순간의 기쁨이 크다고 말한다. 성공의 경험은 고민하는 과정이 있을 때 더욱 가치가 커지는 법이다.
남 교수는 특히 수학에 대한 부모의 인식이 자녀의 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며 "부모가 '나는 원래 수학을 못했어'라고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수학은 원래 어려운 과목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며 "아이와 함께 수학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틀려도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수리력 향상에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부모 스스로도 수학을 일상의 언어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생활 속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예를 들어 장을 볼 때도 오늘 구매한 물건들의 가격을 어림해 맞춰 본다거나 한도를 정해주고 스스로 쇼핑하게 하기, 용돈으로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한 계획 세워보기, 수리적 정보가 담긴 기사나 뉴스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기, 조제약을 먹을 때 어린이의 용량과 성인의 용량이 왜 다른지 생각해 보기, 여행을 갈 때 경비를 고려한 계획 세워보기, 스포츠를 볼 때 통계에 관해 이야기해보기 등 생각을 독려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아울러 남 교수는 "자녀가 본인이 알고 싶은 정보를 얻기 위해 계산기, 스프레드시트, AI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라"고 강조하며 △한국과학창의재단의 AskMath·AlgeoMath·STEAM교육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융합데이터베이스 △통계교육원의 통그라미 △똑똑!수학탐험대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리집들을 소개했다.
끝으로는 "수리력을 기르는 방법에는 정답도 없고 지름길도 없다"며 "자녀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 함께 노력한다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강의를 맺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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