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호응 높지만 소아과의 인력 부족과 경영난 등 현실적 어려움도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동작구에 거주하는 김씨(35세)는 최근 달빛어린이병원 덕을 톡톡히 봤다. 오후 10시가 다 돼가는 시간에 아이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며 수족구처럼 손발과 입안에 수포가 생겼는데 다행히 집 근처에 오후 11시까지 운영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있어 무사히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밤에 아이가 아프면 응급실을 갈 수밖에 없는데 사실 위급 상황이 아닌 이상 응급실에 한 번 다녀오면 아이도 부모도 너무 지친다"며 "밤늦은 시간까지 소아과 진료를 보는 곳이 있어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사진=달빛어린이병원 홈페이지] |
보건복지부는 평일 야간 시간대 및 주말과 공휴일에 소아 경증 환자에게 신속한 외래 진료를 제공하고 응급실 이용 환자를 분산시키기 위해 2014년 9월부터 달빛어린이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총 38곳의 달빛어린이병원이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이를 100개소까지 확충할 계획이라고 지난 2월 밝혔다. 달빛어린이병원의 위치는 달빛어린이병원 홈페이지나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의 표준 운영시간은 평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0시, 주말과 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최소운영시간은 평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 주말과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다.
운영시간은 환자 접수 시각 기준으로 하며 대기 인원에 상관없이 운영시간 내에 방문한 모든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병원마다 진료시간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방문 전 전화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부모들에게 달빛어린이병원은 참 고마운 존재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갑작스러운 고열·복통 등으로 늦은 밤 또는 주말에 병원을 가야 하는 일이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인데 이때 집 근처에 달빛어린이병원이 있다면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은 위급 환자가 우선이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매우 길고 비용 부담도 크다. 중환자들이 많은 응급실의 분위기가 아이에게 괜한 공포심과 두려움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심지어 의사나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응급실을 찾아 헤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들의 이런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달빛어린이병원이 생겨난 것이다.
취지는 훌륭하지만 아직 달빛어린이병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광주·울산·전남·경북 등의 지역에는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된 곳이 단 한곳도 없다. 서울에서는 △소화병원(용산구) △연세곰돌이소아청소년과의원(서초구) △미즈아이프라자산부인과의원(노원구) △세곡달빛의원(강남구) 등 총 4곳의 달빛어린이병원이 운영 중이었으나 최근 소화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진료를 중단했다.
사실 대부분의 달빛어린이병원이 소화병원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야간·휴일근무까지 감당해 낼 의사가 부족하다. 안 그래도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저출산 시대에 저수가와 높은 업무 강도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그 여파로 소아 응급의료체계는 이미 위기를 맞았다.
소아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자체도 지원에 나섰다. 강남구는 지난 5월 △세곡달빛의원 △다나아의원 △보통의의원 등 3곳과 협약을 맺고 구의 자체 예산으로 야간·휴일의 소아 환자 진료 수가 지원을 시작했다.
광주시도 오는 15일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 운영을 공모하고 선정된 병원에 연간 최대 15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에 지역의 민간 아동 병원이 참여하면 시에서 추가 예산을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지자체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바람대로 달빛어린이병원이 100개소까지 늘어나고 무엇보다 제대로 운영되려면 소아 의료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과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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