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없이 인형의 정교한 움직임만으로 나무와 소년의 이야기 그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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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무대 세트[사진=김보미 기자] |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이스라엘 키씨어터의 인형극 '아낌없이 주는 나무(When All Was Green)'가 지난 9일과 10일 광진어린이공연장에서 열렸다. 이 공연은 1964년 출간된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내용을 현대적 감각과 감성으로 재해석해 만든 비언어 인형극이다.
극은 한 나무와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다. 어린 소년이 자라 성인이 되고 또 노인으로 점차 늙어가는 과정에서 나무는 소년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자연의 존재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제공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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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키씨어터의 인형극 '아낌없이 주는 나무' 공연 모습[사진=재즈브릿지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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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키씨어터의 인형극 '아낌없이 주는 나무' 공연 모습[사진=재즈브릿지컴퍼니] |
공연은 인형을 움직이는 배우 2명의 손에서 흘러나온다. 55분간 이어지는 인형극에 대사는 단 한마디도 없다. 새소리를 표현한 휘파람 소리, '헉헉', '끙끙' 등의 의성어와 남자 배우가 등장인물로 출연해 소년을 부를 때 내는 소리인 "헤이!"가 대사의 전부다.
모든 이야기는 인형의 움직임과 배우의 표정으로 표현된다. 움직이는 인형과 인형에게 완전히 몰입된 배우의 연기를 함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교하게 제작된 무대 세트와 나무, 그리고 소년의 일생을 표현해 낸 인형들은 실로 감탄을 자아낸다.
주인공인 나무는 자신의 기둥과 가지를 마치 관절 인형처럼 움직이며 소년과 대화한다. 소년을 안아주기도,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하고 온몸을 유연하게 움직이며 감정을 드러낸다. 피어나는 꽃과 떨어지는 잎, 색이 변하는 열매 등으로 사계절을 표현해 내기도 한다.
머리와 허리 뒤 쪽에 달려있는 철사로 조종되는 인형들의 움직임에도 생동감이 넘친다. 배우들의 섬세한 손놀림이 인형들을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인형은 걷고, 앉고, 나무에 올라타는 등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단출한 무대 세트는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무 한 그루 덩그러니 서 있던 무대에 연기나는 공장의 굴뚝이 세워지고 고층 건물이 들어서더니 소년의 놀이터였던 곳이 금세 회색빛 도시로 변한다. 화려한 미디어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것이 손에 의해 이뤄지는 아날로그 감성의 인형극이 오히려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비언어극이었기에 배경 음악이 차지하는 부분도 상당했다. 피아노와 현악기로 연주된 음악은 극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며 소년의 감정, 날씨, 계절, 심지어는 톱질하는 소리까지 많은 것을 표현해 냈다. 가끔은 음악이 소년과 나무의 대사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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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인사하는 배우들[사진=김보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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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인형을 준비하고 있다.[사진=김보미 기자] |
공연이 끝나자 한 배우는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 무대 세트는 100권의 오래된 책으로 제작됐다. 원래의 나무가 종이가 되고 종이가 다시 무대의 나무로 재탄생한 과정을 보면서 자원의 순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인형극을 관람한 김씨는 "어른들의 시선에서 봐도 진한 여운이 남는 예술성과 작품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며 "아이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비언어극으로 표현됐기 때문에 아이들이 인형의 움직임을 보며 극의 스토리를 유추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998년 창단된 극단 이스라엘 키씨어터는 생각을 이끌어내는 인형극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키씨어터의 인형극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2023 크로아티아 인풋 국제인형극축제 최우수 작품상', '2022 모스타르 FLUM 국제인형극축제 최우수 작품상 및 음악상', '2022 사라예보 러트 페스티벌 음악상 및 오리지널 창작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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