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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연 광명사회적경제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
[맘스커리어=엄지연 광명자치대학 사회적경제학과 학과장]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 김난도 교수(서울대 생활 과학과 소비자 학과)가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12년째 출간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2023년 10대 키워드를 가지고 사회적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책에 따르면 올해는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검은 토끼의 해’, ‘RABBIT JUMP’로 10가지 키워드를 뽑았고 그중 첫 번째 키워드는 ‘평균 실종’ 입니다.
Redistribution of the Average _ 평균 실종
평균, 기준, 통상적인 것들에 대한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는 정치, 사회분야로 확산되고 갈등과 분열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소비 역시 극과 극을 넘나들고 시장은 ‘승자독식’으로 굳혀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산층을 ‘소득이 중위소득의 4분의 3보다 크고 2배보다는 작은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중간 정도의 소득 또는 재산을 가진 사람’으로 좀 더 쉽게 ‘중산층은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산층은 한 사회에서 아주 어렵지도 아주 넉넉하지도 않은, 보통의 경제력을 가진 사람,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빈곤하지도 않은,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중산층입니까?’라는 질문에 1989년 조사에서 20대~60대 한국인 중 75%가 ‘그렇다’고 답을 했습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보통 사람’들이 전체 구성원 중 70~80% 정도를 차지한다면, 그 사회는 이들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통합해서 앞으로 나갈 힘을 얻을 수 있겠죠.
하지만 현재 중산층 비중은 현저하게 낮아졌습니다. 2022년 1분기 실제 중산층 비중은 60%인데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기는 사람의 비중은 더 낮게 조사되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한국경제신문 조사 결과 30살~59살 한국인 중 53%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답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계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시장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경쟁에 의해 운영됩니다. 적절한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겠지만, 지나친 경쟁은 모두를 망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확장된 지금, 경쟁은 과열되고 승자독식은 심해졌으며 이로 인해 소득의 양극화가 확대되어 중산층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OECD 국가경쟁력 상위권에 속하는 스웨덴과 미국을 비교해 봅시다. 스웨덴은 중산층이 65.2%인 반면 미국은 51.2%입니다. 두 나라 모두 잘 사는 나라인데 중산층의 비중은 왜 다를까요? 저는 이 차이를 분배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나라 안에서 분배가 잘 이루어지고 잘 이루어진 분배가 복지로 연결되는 국가의 중산층 비중은 대체적으로 높습니다. 반면 시장이 힘을 가지고 경쟁을 부추기는 국가는 국가의 경제력은 상승했을지 모르지만, 중산층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중산층을 줄이고 양극단을 키우지만, 제대로 된 분배는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통 사람을 늘려 나라의 지속가능한 힘을 키워줍니다.
‘시장경제’가 ‘경쟁’이라면, ‘사회적경제’는 ‘협력’입니다. ‘시장경제’가 ‘승자 우선’이라면 ‘사회적경제’는 ‘분배 우선’입니다. 사회적경제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에 보통 사람이 다시 늘어나겠죠. 그리고 보통 사람이 늘어나면 사회에 확산되는 갈등과 분열을 해결할 힘도 생기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신체에서 허리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허리가 약하면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어렵지도 아주 넉넉하지도 않은, 보통의 경제력을 가진 사람,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빈곤하지도 않은, 보통의 삶을 사는 보통 사람들이 많을 때 국가 발전의 동력도 가질 수 있고, 사회 지속의 힘도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중산층입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가 ‘아니다’보다 더 많아져서 2024년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보통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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