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유치원에 적응할 무렵 윤씨는 재취업을 준비하기도 했었으나 어린 두 아이를 케어하면서 간호사로 복직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윤씨는 아이들이 없는 오전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보다가 지인의 소개로 인근 병설유치원에서 방역 도우미 일을 하게 됐다.
윤씨는 "아이들을 유치원·학교에 보내면서 같이 출근해 하루에 3시간씩 유치원 방역 도우미로 일하는데, 일이 전혀 힘들지 않고 수입도 나쁘지 않다"며 "무엇보다 오전에 3시간만 일하는 시간제 일자리이기 때문에 돈도 벌면서 아이들도 케어할 수 있어 충분히 만족한다"고 전했다.
# 10살, 9살 연년생 자매를 키우는 경력보유 여성 강씨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다가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퇴사했다. 오후 1시 전에 하교하는 아이를 엄마의 손길로 온전히 돌봐주고 싶었고 또 당시 코로나19로 학교 수업이 언제 비대면으로 전환될지 몰라 일을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최근에는 두 아이 모두 학교와 학원에 잘 적응하면서 시간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강씨는 "학교와 학원을 연계해 오후 4시 정도까지는 시간이 있는데 대부분 오후 6시까지 일하기 원하는 곳이 많아 지원서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두 아이 모두 초등학생이지만 아직 챙겨줘야 할 부분이 많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종일제 일자리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퇴사한 경력보유 여성에게 종일제 근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보통의 직장에 다니려면 출퇴근 시간을 합쳐 대략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아이를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든다고 했을 때 하루에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시간 남짓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감염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비상이다. 아픈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것도, 아이가 다 나을 때까지 직장에 휴가를 내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학교 또는 학원에 하루 종일 있다가 직장인과 비슷한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도 행복할 리가 만무하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미소로 반겨주고 허튼소리를 쏟아내도 다 들어주는, 놀이터에서 놀 때 물통을 들고 나를 바라봐 주는 그런 엄마가 필요하다.
이에 많은 경력보유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아이들이 유치원 또는 학교에 가 있는 오전 시간을 활용해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들은 아이가 돌봄교실에 늦게까지 남아있는 것도, 엄마의 퇴근 시간까지 학원 뺑뺑이를 도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저 학교 수업이 끝난 아이가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챙겨주는 간식을 먹으며 편히 쉬고, 놀이터에 나가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기를 바랄 뿐이다.
엄마의 손길을 온전히 느끼며 자란 아이가 정서적 안정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키우고 싶은 경력보유 여성을 위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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