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교육] "혁신학교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어요"...엄마들은 왜 혁신학교를 싫어할까?

김보미 엄마기자 / 2023-11-21 13:10:47
학부모들, 학습 공백 우려로 혁신학교 기피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 접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경기도 시흥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자녀의 교육 문제로 고민이 많다. 현재 A씨의 자녀는 혁신학교로 운영되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학교의 교육과정이 학습보다 다양한 체험활동에 치중되고 있는 것 같아서다. 

A씨는 "시흥시가 혁신교육지구라 중학교도 혁신학교인 곳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혁신학교에 다니면서 대학 입시를 잘 치를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다양한 활동들로 인해 주도성이나 사회성, 리더십 등은 키워지는 것 같은데 부족한 학업은 사교육으로 채울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혁신학교가 생겨난지 올해로 13년째를 맞았지만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과 우려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기피하는 현상은 소위 학군지라 불리는 곳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2020년 서초구 경원중학교는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결국 마을결합혁신학교 운영을 철회했다. 지역주민들은 심야 농성을 벌이고 교사의 퇴근을 막아서는 등 격렬하게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했다.

2018년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입주민들도 단지 내에 신설되는 학교 3곳이 모두 혁신학교로 지정되려 하자 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년 후 학교 구성원들이 직접 혁신학교 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고 결국 3개교 모두 일반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도 과천의 문원초·서초구 이수초·일산의 오마초 등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혀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왜 엄마들은 혁신학교를 그토록 반대할까? 

서울특별시 혁신학교 조례를 살펴보면 혁신학교란 배움과 돌봄의 교육을 실현하고 참여와 협력의 새로운 교육문화공동체를 만들어 전인교육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울특별시교육감이 지정·운영하는 학교를 말한다. 

혁신학교는 2009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공약으로 등장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서울형혁신학교는 2011년 29개교에서 2023년 3월 1일 기준 총 253개교로 늘어났고 △혁신학교 △지역연계혁신학교 △세계시민혁신학교 등으로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서울형혁신학교의 운영 과제[자료=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의 '2023 서울형혁신학교 운영 기본 계획'에 따르면 서울형혁신학교는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고 지속가능한 미래 교육을 실현하는 교육공동체로 △민주성 △공공성 △전문성 △개방성 △지속가능성 등의 원리로 운영된다. 자율과 책임이 있는 학교 자치와 학생 자치, 디지털 교육·생태 전환교육·독서토론 교육과 같은 미래교육, 교과연계 체험학습, 교육 중심의 학교 운영 등을 지향한다. 

올해부터는 교원과 학부모 동의율이 각각 50%를 넘어야 혁신학교 공모에 신청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서울형혁신학교로 신규 지정 시 교당 평균 6200만 원 내외, 재지정 시 교당 평균 5000만 원 내외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전입 요청·초빙 임용 등의 인사 지원도 가능하며 서울형혁신학교 지정 기간 동안 자율학교로 지정돼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 보장한다. 또한 유휴 교실이 있는 경우 학급당 학생 수를 24명 이하로 편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불가피하게 24명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인근 학교보다 2명 정도 적게 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학교가 학습과 평가에 중점을 두지 않아 입시에 불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다. 다양한 프로젝트와 체험활동을 하느라 교실에 차분한 학습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상급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입시를 위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아이들이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또한 혁신학교에서 하는 체험활동이 수박 겉 핥기 식의 체험일 뿐 깊이가 없고 일반학교에서도 시수는 적지만 특색교육이나 동아리, 현장학습 등은 이뤄지기에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혁신학교에는 분명 장점도 존재한다. 우선 혁신학교의 교육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지원받은 예산으로 전문성 있는 외부강사를 초빙할 수 있고 학생들은 그만큼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년별 프로젝트 활동이나 외부 행사도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남긴다. 

영등포구 소재 혁신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김씨는 "학교에 외부 강사들이 와서 국악·공예·체육·중국어 등을 지도해 준다는 점도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다양한 체험활동이 많으니 아이가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한다"며 "혁신학교에 다니면서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1학년 때부터 받아쓰기와 단원평가 등의 평가를 진행했고 숙제도 많았다. 학습적인 부분은 담임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실에 앉아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맞히게 하는 교육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적 성장을 도모하는 교육 중 어떤 교육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될지 다시 한번 숙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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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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