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건설업계, 층간소음 줄이기 총력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윗집 아이들이 밤 12시까지 소리 지르며 뛰어다닙니다. 매일같이 쿵쿵 울리는 발소리 때문에 괴로워서 못 살겠어요. 이사 가는 방법밖에 없나요?"
"초저녁에 식탁 의자 한번 끌었더니 인터폰 울리네요. 아이 친구나 손님 초대하는 것은 꿈도 못 꿉니다. 예민한 아랫집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
#마포구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씨는 요즘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퇴근 후에도 윗집에서 울리는 발소리 때문에 제대로 쉴 수가 없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날에는 인터폰을 하지만 그때뿐. 윗집은 미안하다며 과일과 케이크를 들고 찾아와 양해를 구했지만 받지 않고 돌려보냈다. 이웃의 사과보다 조용한 휴식이 필요한 인씨는 요즘 심각하게 이사를 고려 중이다.
#영등포구에 사는 이씨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아랫집 민원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건을 놓쳐 떨어뜨리거나 바람에 방문이 세게 닫혔을 때, 싱크대에서 요리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릴 때, 이제는 심지어 아이가 걸어 다니기만 해도 인터폰이 울린다. 아랫집에 임산부가 산다고 해 매트를 깔고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주의를 주는 등 처음에는 이씨도 많이 배려하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제 집 안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버려 하루의 대부분을 근처 친정집에서 보낸다.
이처럼 자신의 집에서 편안하게 쉬지 못하는 아랫집, 집에서 늘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하는 윗집 모두가 층간소음의 피해자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2012년 8795건이었던 층간소음 신고 건수는 2021년 4만 6596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사소한 이웃 간의 갈등이 테러·폭행·살인으로까지 이어지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인천 부평구 빌라에서 50대 남성이 이웃 주민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웃이 의도적으로 층간소음을 발생시키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것이 그 이유. 검찰은 지난달 22일 이 남성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9월 20일에는 충북 옥천에서 40대 A씨가 옆집에서 사는 70대 B씨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도 있었다. B씨의 반려견이 너무 시끄럽다는 이유에서였다.
올해 1월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윗집의 층간소음에 항의하러 도끼를 들고 올라가 아파트 현관문을 여러 차례 내리찍어 파손한 20대 남성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층간소음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은 없는 걸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월 18일 △소음저감 매트 설치 시 이자 비용 지원 △500가구 이상 단지에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 의무화 △고성능 바닥구조 시공사에 인센티브 제공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우수기술 개발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30일 직접충격소음 기준을 주간 39dB, 야간 34dB로 낮추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건설사들도 층간 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로 층간 소음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GS건설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5중 바닥 구조를 개발하고 진동을 감소시키는 방진 마운트 바닥구조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으며 삼성물산도 최근 개발한 고중량 바닥 패널과 스프링을 활용한 모듈러 형태의 바닥구조를 선보였다. 포스코건설은 하이브리드 강성 보강 바닥구조를 개발했고 롯데건설은 벽체지지형 천장 시스템을 도입하며 층간소음 줄이기에 힘쓰는 모양새다.
유현준 교수는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서 "아파트라는 주거형태, 온돌 시스템, 맨발로 다니는 생활방식, 벽식 구조 등으로 발생하는 층간소음은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인 문제"라며 "아직까지 공사비 대비 층간소음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방법 없다고 생각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슬리퍼를 신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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