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비만치료제 안전사용 안내서 전국에 배포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수원에 거주하는 김씨(36세)는 요즘 주 1회씩 위고비 주사를 맞는다. 김씨는 "위고비를 맞으면 식욕이 뚝 떨어진다는 말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맞아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더라"며 "일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돼서 편하고 부작용도 식욕 저하 외에는 없어서 매우 만족한다. 다만 위고비는 굶어서 빼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 근육도 같이 빠진다고 들어서 목표 체중이 될 때까지 운동과 병행하며 맞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치료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달 만에 살이 쏙 빠졌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동네 병·의원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처방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 어떤 다이어트 약보다 효과가 빠르고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삭센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현재까지 비만치료제 시장의 대표 주자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다. 주 1회 피하주사로 투여하는 위고비는 기존에 매일 주사해야 했던 '삭센다'의 불편함을 개선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임상시험 결과 위고비를 68주간 투여했을 때 평균 체중 감량률은 14.9%로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에서 2021년 출시된 이후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질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3년 10월 위고비가 공식 출시됐으며 출시 직후부터 개원가를 중심으로 품귀 현상이 이어졌다. 서영석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는 올해 상반기에만 34만5569건이 처방돼 전체 비만치료제 처방(114만1800건)의 30.3%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4만9815건(2.7%)과 비교했을 때 약 7배 증가한 수치다. 실제 위고비의 인기로 노보노디스크의 국내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됐고 업계는 그 효과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지난해 20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위고비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마운자로는 GIP(포도당의존성인슐린분비촉진펩티드)와 GLP-1(글루카곤유사펩티드-1) 등 두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복합 기전으로 위고비보다 감량 효과가 더 크다. 임상시험 결과 마운자로 15mg 투여군의 체중감량률은 평균 22.5%로 위고비보다 약 8%p 높았다.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점검 현황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마운자로 처방 건수는 7만383건, 위고비 처방 건수는 8만5519건으로 두 제품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 정도 추세라면 마운자로가 곧 위고비를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열풍의 그늘도 깊다. 원래 비만치료제는 BMI(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체중 관련 질환이 있으면서 BMI가 27~30㎏/㎡ 사이인 과체중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는데 최근 어린이나 임신부에게 위고비를 처방한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 출시 이후 지난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9건, 임신부에게 194건의 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비만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의료기관에서도 위고비가 처방되고 있었다. 위고비의 공급 내역을 보면 △정신건강의학과 2453건 △산부인과 2247건 △이비인후과 3290건 △소아청소년과 2804건 △치과 586건 △안과 864건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 104건 등 다양한 과에서 처방 사례가 보고됐다.
무분별한 처방,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문제다. 원래 위고비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위장 관계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복부 팽만 등이 초기 투여 시 잘 나타나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완화된다. 그러나 간혹 췌장염·담석증, 시신경 손상으로 인한 시력 저하 및 갑상선 종양 가능성, 우울증·자살 충동 증가 사례도 보고돼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위고비 부작용으로는 △급성췌장염 151명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저혈당 44명 등 총 961건이 있다.
위고비는 0.25mg부터 시작해 4주 간격으로 용량을 점진적으로 늘려 16주 차에 2.4mg의 유지용량에 도달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초기 위장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증량 프로토콜로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과 전신 상태를 살펴 가며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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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
비만치료제에 대한 남용 우려가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함께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안전사용 안내서를 전국 의료기관과 약국에 배포했다. 안내서에는 비만치료제를 사용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주요 주의 사항이 포함됐다.
먼저 임신과 수유 중에는 사용이 금지된다. 약물이 체내에 일정 기간 잔류할 수 있어 임신을 계획 중인 경우 최소 1~2개월 전에는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당뇨병 약과 병용할 경우 저혈당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투여와 보관 요령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고용량으로 시작하지 말고 의사 처방에 따라 단계적으로 증량해야 하며 약은 냉장 보관해야 한다. 만약 약물이 변색되었거나 얼었을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고 폐기해야 한다. 주사는 복부·허벅지·위팔 중 편한 부위에 맞되 매회 주사 부위를 바꿔야 한다.
또한 과민반응, 구토, 복통, 시야 흐림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식약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전문의약품이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복약지도를 따라야 한다"며 "온라인 직구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한 비공식 유통 제품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살이 쫙 빠진다는 달콤한 유혹 뒤에는 위험성 또한 존재한다.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단기간의 약물 효과보다 식이조절·운동·전문의 상담을 병행한 장기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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