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러 생각을 느끼게 한 '홈커밍데이'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 2023-03-16 10:15:55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 교수

 

[맘스커리어=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단체단톡방에 카톡 하나가 들어왔다.‘이번 주말 홈커밍데이인데 의대는 나밖에 없네. 같이 갈 사람 없어?’ 현재 모교에서 뇌혈관 센터장인 동기였다. 학생 시절 실습조 동기로 친하게 지냈다. 

 

시험 전날 다들 기출 문제 외우기 바쁠 때 동기는 혼자 원서를 보고 있어 친구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정도만 걷던 그 친구는 현재 모교 교수로 홈커밍데이에 혼자 가기 머쓱하다며 단톡방에 글을 올린 것이다. 

 

몇 년에 한 번씩 만나도 동기에게서 여전히 학교 때 모습과 생각이 보였다. 다들 답이 없자 학교 때 오지랖 넓게 각종 모임의 자리를 채운 남자 동기 둘이 함께 가겠다고 했다. 나는 친한 여자동기 몇몇과 따로 연락해 가기로 했다. 보자고 말만 하고 너무 바빠서 전화 통화만 한 지 벌써 6년이 넘었다. 입학 후 30년이라니, 생각해 보니 나이가 들었네 싶어 슬픈 감정이 올라왔다. ‘우리 너무 늙은 느낌인데’ 하며 서로 하소연했다. 

 

홈커밍데이가 찾아왔다. 동기들끼리 먼저 만나기로 해서 기다리는데 저 멀리 누군가 걸어왔다. 익숙한 팔자걸음, 걸음걸이만 봐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다. “야” 하고 부르는 목소리도 그대로다. 흰 머리카락이 늘고, 살집만 조금 불어났을 뿐 서로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동기들을 보니 우리가 함께 지낸 6년의 대학 생활 순간이 생각났다. 

 

학교를 향해 올라갔다. 법대, 공대, 경영대, 그리고 우리 대학의 꽃인 연극학과 동기들이 모여 있었다.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것도 잠시 동기인 연극학과 김상태와 후배인 김율아의 사회로 축하 공연이 시작됐다. 축전을 보다 보니 유명 연예인들이 우리 학교 출신임에 새삼 놀랐다. 84학번 원미연 선배와 응원단 hurrah-c와 국악인 박애리의 공연 등을 보며 3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원미연 선배가 우리 테이블로 와서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기뻤다.

 

간호학과인 같은 써클 동기를 만나 오래전 이야기를 나누었다. 출사 다니고 전시회를 한 기억, 과실주를 담그고 암실에서 사진을 논했던 가물거리는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누며 과거로 한참 돌아갔다. 

 

한 동기는 공연과 공식행사가 길어져 동기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또 다른 동기가 ‘이런 느낌 때문에 동창회 나오는구나’ 하고 말하는데, 이 한마디가 나를 입학 첫날로 되돌렸다. 학교 다닐 때 밤새 공부하다가 화장실 앞에서 아침 해가 뜨는 걸 함께 본 친구들, 시험공부가 덜 되어 괴로워하며 이불과 방석을 들고 기웃거리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30년 전 나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될 줄 생각했을까 여러 생각을 느끼게 한 하루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한 번쯤 이런 하루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 과거의 나는 지금과 같은 사람일까?

 

▲ 홈커밍데이 안내 포스터[사진=중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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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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