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 홍보 및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돼야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육아맘 A씨는 출산 후 한 달 만에 모유 수유를 중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젖양이 부족해 아기의 식사량을 온전히 채워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유방 통증과 다른 사람이 수유를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점도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
A씨는 "아기가 젖을 먹고 난 후에도 배고파 해서 모자란 양은 분유로 채워줬는데 혼합 수유를 하다 보니 젖 양이 더 줄어 자연스럽게 단유를 하게 됐다"며 "그래도 초유는 먹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했다. 지금까지 아이는 큰 병치레 한 번 없이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모유 수유가 좋은 것은 알지만 완전 모유 수유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유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제공한 의학정보에 따르면 모유는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인 음식이며 중추신경계 발달에 필요한 콜레스테롤과 DHA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또한 각종 면역 물질과 항체를 함유하고 있어 감염 질환뿐만 아니라 천식이나 습진, 임파종, 당뇨, 충치, 빈혈 등의 발생을 줄이며 인지 능력과 사회성, 정서적 안정감을 높여 준다.
모유 수유는 산모의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수유할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자궁 수축과 산후 출혈 감소에 도움을 주고 젖분비 호르몬은 배란을 억제해 자연 피임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모유 수유는 산모의 골다공증, 유방암, 난소암의 발생 빈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분유를 사지 않음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 칭얼대는 아기에게 즉시 수유를 할 수 있으며 밤 수유가 편리하다는 점, 젖병 세척이나 소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외출 시 짐이 없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출산 후 6개월 동안은 모유만 먹이고 그 이후부터 생후 24개월까지는 고형 음식물과 모유를 함께 제공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완전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해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의 장주영·오소희 교수와 강원대학교병원의 홍지나 교수가 대한의학회 영문학술지(JKMS)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에서 모유를 6개월 이상 먹은 아이의 비율은 2010~2012년 65.9%에서 2019~2020년 33.6%로 대폭 감소했다.
생후 6개월간 모유만 먹인 완전 모유 수유율도 2010~2012년 42.8%에서 2019~2020년 13.1%로 뚝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7년 발표한 전 세계 완전 모유 수유율 41%와 견주어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모유 수유율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조산협회 연구팀이 올해 6~7월 모유 수유에 대한 인식 및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산 전 수유 계획은 △모유 수유(54.3%) △혼합 수유(39.3%) △분유 수유(1.8%) 등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자녀의 수유 형태는 △혼합 수유(35.1%) △모유 수유(30.1%) △분유 수유(7.6%) 등으로 나타났다.
모유 수유를 선택한 이유는 △아기의 건강에 좋아서(93.9%) △산모 건강에 도움(31.9%) △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13.3%) 등 순으로 나타났으며 모유 수유 적절 기간으로는 △6~9개월 이전(37.4%) △12~24개월 이전(35%) △3~6개월 이전(13.8%) 등의 응답 순을 보였다.
모유 수유를 중단한 이유로는 모유량 부족(46.9%)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어머니의 직장 복귀(38%) △신체적, 정신적 피로(36.6%) △모유 수유 방법에 대한 지식 부족(20.8%) △어머니의 건강 문제(18.4%) 등이 뒤를 이었다.
모유 수유 실천을 위한 방안으로는 △모유 수유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사회적 캠페인(56.6%) △어느 장소에서든 수유가 가능하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46.5%) △어머니 스스로 모유 수유의 중요성을 깨닫고 결정해야 함(41.4%) △의료기관에서의 모유 수유 교육(40.4%) △모자동실 제도(29.3%) △직장 내 수유실 설치(28.5%) 등이 제시됐다.
정부는 산모의 모유 수유를 지원하기 위해 수유부에게 영양 교육과 영양 식품을 제공하는 영양플러스 사업, 모유 수유 교육과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모유 수유 클리닉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는 모유 수유 매니저가 가정에 방문해 맞춤형 유방 관리 서비스와 모유 수유 방법 교육, 신생아 모유 수유 시연 및 평가 지도, 가족 대상 모유 수유 지지 교육 및 상담 등을 제공하는 '서울맘 찾아가는 행복 수유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출산 직후 초기 수유 경험이 모유 수유 지속 여부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초기 수유에 어려움을 겪은 산모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창구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의료기관의 인력 부족이나 퇴원 이후의 공백기에 대한 지원 미비는 산모들이 수유를 포기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지역 보건소나 산후조리원, 커뮤니티 기반의 수유 지원 네트워크 구축 등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태희 순천향대학교부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지난 8월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열린 토론회 현장에서 "국내 모유 수유 지원 제도는 모유 수유 방법 교육과 상담에 치중돼 있는 편"이라며 "최근 늘고 있는 고위험 산모나 쌍태아 양육자를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산모들의 니즈에 맞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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