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로라의 꿈, 시집간 딸아이 친정 아빠의 마음

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 경영학 박사 / 2025-01-31 13:10:01
▲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 경영학 박사

[맘스커리어 = 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 경영학 박사] 둘째 딸의 소망은 오로라를 보는 것이었다. '새벽'이라는 라틴어의 오로라,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가 지구의 대기와 만나 빛을 내는 현상으로 밤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자연의 신비로운 광경이다. 오로라는 딸에게 마치 꿈같은 존재였다.

수년 전 결혼하면서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아이슬란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역병에 가로막혔다.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를 마치고, 사위가 육아휴직을 마치는 이 계절에 그토록 소망하던 꿈을 성취하기 위해 하필이면 설 명절에 여행의 길을 나섰다.

복직하면 10여 일간 휴가 시간 맞추기 어렵고, 손주가 24개월 지나면 비행기 요금이 오르기에 설 연휴를 이용해 꼭 다녀와야 한다며 친정아버지 눈치를 살폈다. 이미 비행기표와 숙소, 여행 코스까지 모두 준비한 상태에서 인천공항까지 동승하고 공항 주차비 절약한다고 자동차 갖고 간 후 귀국 날 다시 케어해 달라는 요청에 친정아버지의 마음은 부글거렸다. 

 

▲[사진=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 경영학 박사]

 

"명색이 며느리가 되어 명절에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맞느냐"
"시부모님들이 손주 보고 싶은 마음 생각해 보았니?"
"공항 주차비용이 꽤 나온다 생각하니 아까운가 보구나!"

사돈 어르신 내외에 송구한 마음 몸 둘 바를 모르기에 친정아버지의 잔소리는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오로라 여행 떠나는 아이들 더 이상 기분 상하지 않게 입 자물쇠 채우고 父情이라는 마음으로 신사임당을 손에 살며시 쥐여 주었다. 혈맥상통(血脈相通)한 부녀 사이였기에, 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전통적 도리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복잡했다.

때마침 지난가을 결혼한 아들 부부는 회사 일정으로 늦은 신혼여행을 설 연휴 앞뒤로 파리와 이탈리아로 출발했고, 이 시아버지는 새내기 며느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자 푸짐한 덕담과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옛말에 "시집온 며느리 귀머거리 3년"이라 했지만, 카톡 시대에 맞게 가끔은 이모티콘의 최고 사인을 보내는 등 가능한 어려워하지 않고 칭찬하고 격려하며 가족의 울타리를 넓혀갔다.

딸아이 오로라 여행 출발일인 어제 오후, 트렁크 3개에 손주까지 탑승하다 보니 동승할 공간이 없어 터벅터벅 인천공항까지 공항철도를 이용하여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딸아이 부부가 타고 온 차량을 인계받았다.


"아빠, 엄마 잘 케어하고 명절 잘 보내세요. 잘 놀다 올게요."
"시부모님께 명절 인사드렸지?"
"아빠는 괜찮으니 시부모님께 오로라 사진도, 친손주 사진 영상도 자주자주 보내드려라."
"네 아빠"

차량 키를 인계받고 자동차 문을 여는 순간 외투 호주머니에 용돈을 몰래 넣으며 "아빠 사랑해요. 행주 국숫집에서 맛있게 국수 잡수세요. 차 오일도 가득 채웠으니 드라이브도 다니세요."

설 명절을 맞아 시댁 차례상 차리지 않고 여행 떠나는 딸아이가 친정아버지로서 사돈께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지난 1년 6개월간 아이 잘 키운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오로라의 소망을 잘 이루기를 바랐다.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내 마음은 벌써 고향 땅 백마강 언덕 가음산 반호정(盤湖亭)에 올라가 있다. 그리고 정자 언덕 변 부모님 산소에 술 두 잔 올리며 천상의 평안을 기원드린다.

"엄마, 이틀만 기다리세요. 이번 설은 영어의 몸이 되어 매번 명절 때마다 보내주셨던 고귀한 명절 선물 아쉽지만, 지난해 추석 때 대통령님의 하사주 두 병 중 정성을 다해 보관했던 남은 한 병 차례상에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2025년 을사년 설날 아침, 눈길을 헤치고 달려가 부모님 차례상에 술 한 잔 올린다. 그리고 백마강변 선영에 올라 좌우 대립을 넘어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태평성대가 오기를 함께 기원도 드린다. 아울러 오로라 구경 멋지게 구경한 딸아이 부부 귀국 도착 즉시 시부모님께 세배 드리고, 아들 내외는 처가댁 친정 어르신 먼저 찾아뵈라고 톡을 보낸다.

 

▲[사진=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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