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발달장애인도 베풀 수 있어요!"

김혜원 엄마기자 / 2023-12-15 14:10:26
김혜정 소울베이커리 원장
"영혼을 살찌우는 먹거리를 만들고 싶어"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경기도 고양시 애덕의집 보호작업장 ‘소울베이커리’에서는 지적장애인들이 빵과 케이크 40여 가지를 만든다. 30여년 전,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인 애덕의 집에서 장애인들을 돌보던 양 헬레나 수녀가 그들과 소일거리로 밀가루 반죽을 해서 빵과 쿠키를 만들어 본 것이 그 시작이었다. 김경자 애덕의 집 원장수녀는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변의 좋은 뜻을 가진 전문가들의 교육과 도움을 받아 오늘날 장애를 지닌 이들의 일터로 발전됐다”라고 전했다. 소울베이커리에서 생산한 제품은 두레생협,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등 여러 곳에서 팔리고 있으며 쌀 케이크(쿠키)는 17년째 고양시에서 태어난 아기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1999년부터 소울베이커리와 함께하는 김혜정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 소울베이커리[사진=소울베이커리]

 

▲ 소울베이커리 작업장[사진=소울베이커리]

 

▲ 직접 만든 케이크를 들고 있는 직원들[사진=소울베이커리]

 

▲ 빵을 만드는 모든 공정에 장애인이 배치돼 일한다.[사진=소울베이커리]

- 원장님,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복지사 김혜정입니다. 발달장애인들과 빵을 만드는 소울베이커리의 책임자입니다.

- 소울베이커리 소개도 부탁드려요. 소울베이커리의 이름 뜻도 궁금합니다.
 
소울베이커리는 단순히 몸을 살찌우는 먹거리가 아닌 영혼을 살찌울 먹거리를 만들라는 뜻으로 수녀님들이 만들어 주신 이름입니다.

- 소울베이커리는 1997년에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장애인 직업 재활은 단순노동이 전부였는데 어떻게 제과·제빵을 생각해 시작하게 됐습니까?

처음엔 단순히 장애인들이 건강하게 먹을 간식을 직접 만들자는 뜻에서 우리밀로 쿠키를 만들었습니다. 후원자분이나 봉사자분이 그 쿠키를 찾고 구매하면서 점차 쿠키 종류가 늘어나고 만드는 양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의 일거리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 당시는 우리밀로 빵과 쿠키를 만드는 일이 흔치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밀로 그나마 쿠키는 만들 수 있는데 빵은 안 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실제 빵을 만들면 제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더구나 저희 거래처는 첨가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모양과 식감 또한 수입밀 제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습니다. 

발효시키는 빵 제품은 온도, 습도에 예민한데 초창기 우리밀은 수분함량이 매번 달라 햇밀이 나올 때마다 배합을 수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우리밀 파동이 있었을 때, 한 달간 공장을 멈춘 적도 있습니다. 이참에 수입밀로 만들어 보라는 주변의 유혹도 있었지만 저희는 우리밀을 고집했지요. 요즘은 우리밀 품종도 아주 좋아졌고 제분 능력도 많이 향상돼 제품을 만들기가 한층 수월해졌습니다.

- 빵이나 케이크는 만드는 과정이 복잡합니다. 게다가 한 종류도 아니고 빵과 케이크 40여 종류를 생산합니다. 정성과 노력이 상당히 들어갈 텐데 파티셰들의 빵 만드는 공정이 다른 곳과는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소개해 주십시오.

쿠키와 빵, 케이크는 많이 다릅니다. 쿠키는 불량률이 거의 없지만 발효과정을 거치는 빵은 매일 매일 습도, 온도에 따라 제품의 발효 타이밍도 다르고 같은 오븐에서 구워도 오븐 스프링이 달라서 중간에 꼭 확인이 필요합니다. 오븐에서 나오면서부터 빵은 노화가 시작됩니다. 유통기한이 긴 쿠키는 오늘 만든 제품을 꼭 당일에 출하할 필요가 없지만 빵 제품은 소량이거나 대량이라도 그날 만들어 당일에 출하해야 합니다. 

대개 핵심 작업인 반죽이나 오븐굽기 공정에서 장애인들을 배치하지 않고 비장애인들이 그 부분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불량률이 높더라도 그만큼은 손실이 아닌 장애인들의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공정에 장애인을 배치해서 만듭니다. 저희는 쿠키 작업을 하는 곳보다도 그리고 일반 빵공장보다도 불량률이 높습니다. 비장애인이라면 혼자 할 수 있는 공정을 발달장애인 3~4명이 작업을 나눠서 할 수 있게 직무를 세분화했습니다. 장애인의 개별특성을 최대한 고려해 배치하고 있습니다.

- 설탕, 달걀, 밀가루 등의 가격이 오르며 제빵업계의 고민이 깊어 지고 있습니다. 소울베이커리 역시 부담이 클 것입니다. 

당연히 부담이 큽니다. 저희는 원료 대부분을 국산으로 사용하고 있어 재료비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최저임금도 매년 상승하고 있기에 인건비 또한 제품 가격에 반영돼 늘 고민합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장애인작업장의 경우 복지부나 경기도, 고양시에서의 장비 지원이나 저와 같은 사회복지사 등의 인건비 지원이 없었다면 운영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 김혜정 소울베이커리 원장[사진=소울베이커리]

 

▲ 직원과 함께[사진=소울베이커리]

 

- 소울베이커리가 어느덧 창립 25주년을 맞았습니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게는 부모님과 이탈리아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최근 회사까지 오던 버스 운행이 중단되자 직원들을 위한 셔틀버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소울베이커리만의 직원 복지에 대해 들려주십시오.

베이커리는 숙련의 시간이 꼭 필요하기에 저희는 근로장애인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려고 해외연수를 보냅니다. 10년을 일한다는 것은 비장애인에게는 쉬운 일일 수 있으나 비장애인에 비해 노화가 빠른 발달장애인에게는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10년을 한결같이 일한 경우에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갈 수 있게 합니다. 이탈리아로 가는 이유는 그 나라 음식인 피자, 스파게티, 젤라또 등이 장애인에게 거부감이 없고 또한 저희 법인이 수녀회이기도 해서 바티칸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탈리아의 유적지는 워낙 유명한 곳이 많아 같이 가는 보호자분도 매우 만족해하십니다.

직원 복지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부끄럽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근로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간의 처우나 급여 차이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차이가 없게 하는 것이 소울베이커리가 추구하는 직원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말하기 부끄럽지만 그 차이를 없애 가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아주십사 하는 마음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희는 근로장애인의 경우 단순히 최저임금에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외 ‘처우개선비’라는 수당을 별도로 정해 매월 지급하고 명절 수당도 기본급의 50%를 2번씩 지급하고 있습니다. 모든 경조사도 비장애인 직원과 똑같이 챙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매년 하는 직장건강검진 이외에 2년에 한 번씩 특별건강검진을 할 수 있도록 근로장애인에게 지원할 예정이며 기술연수를 위해 일본 동경제과 기술연수 프로그램(4박5일간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 흔히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매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한데 소울베이커리는 SPC의 제안으로 베이커리 & 카페에 빵을 납품하고, 고양시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17년째 쌀 케이크(쿠키)를 선물하는 등 다양하게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 비결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지금은 베이커리&카페에 제품을 납품하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공공기관에 있던 베이커리&카페는 문을 닫거나 거의 매출이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납품이 아직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양시와의 탄생축하케이크의 시작은 한 공무원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입니다. 시작도 그러했지만 지금까지 고양시 탄생축하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고양시 공무원과 고양시민의 높은 시민의식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의 고용창출과 안정적인 고용유지라는 뜻을 잘 헤아려 주신 것 같습니다. 고양시 탄생축하케이크 사업 덕분에 소울베이커리가 보다 단단하게 기초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마켓컬리에 제품을 공급하며 두레생협, 네니아 등 친환경 관련 업체를 통해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결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환경과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며 소울베이커리에서 친환경 국산원료를 지향한다는 것을 소비자분들이 신뢰해 주신 것 같습니다. 또한 장애인생산품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신보다는 장애인고용 창출, 고용유지를 위한 가치소비에 대한 의식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원장님은 1999년부터 소울베이커리와 함께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십시오.

우연한 기회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고양시 관내에 있는 특수학교 국립경진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을 했습니다. 특수학교 고등부를 마치고 나면 이 장애인들은 어디로 가느냐고 선생님들에게 물었더니 “대부분 집에 있거나 아니면 고양시에 있는 애덕의집처럼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코싸지나 기 쿠키 만들기를 하기도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애덕의집을 방문했고 거기서 자원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녀님이 제게 소울베이커리에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종종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느냐, 한때 수도자였느냐 등등의 질문을 받습니다. 저 또한 ‘나는 이 일을 왜 시작했을까?’ 하고 자신에게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곰곰 생각한 결과 이끌림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의 힘이 아닌 뭔가의 이끌림에 제가 따랐을 뿐입니다. 

- 오랜 기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이끌어 오며 원장님께 어려운 일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1999년부터 일하면서 매년 매 순간 한 번도 쉬운 적은 없었습니다. 하루하루가 같지 않았기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긴장감과 두려움이 있었고 이를 설렘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고정거래처가 없어서 초창기에는 가두판매를 했습니다. 고정거래처가 생긴 뒤에는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주고자 매출신장을 고민했습니다. 매년 올라가는 최저임금처럼 매출 역시 신장해야 했고 식품제조를 하다 보니 혹여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소비자분의 불만은 없는지 늘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출근할 적마다 혼잣말을 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 무슨 일이 있든 또 이겨내 보자, 아자아자 할 수 있다”라고 외치곤 합니다. 

요즘 힘겨운 점은 근로장애인의 보호자분이 70, 80대 노인이 되어가는 가운데 장애인은 이제 시설대신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야 하는 정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일상생활, 예를 들면 돈 관리, 개인위생, 식생활, 건강관리 등을 스스로 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이 과연 혼자서 살 수 있을까, 그런 자립생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같은 작업장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됩니다. 2020년 12월 방배동 모자사건(다세대주택에서 60세 여성이 뇌졸중으로 사망한 지 반년 만에 발견되고 36세 발달장애 아들은 노숙하다가 우연히 사회복지사에 의해 발견된 사건)처럼 근로장애인의 보호자 사망 이후 남게 될 발달장애인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 소울베이커리의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십시오.

장애인은 항상 수혜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울베이커리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단순히 받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베풀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소울베이커리에서는 2010년부터 겨울철마다 노숙인의 동사방지를 위해 빵을 후원하고 있고 인근 시각장애인협회를 통해서도 시각장애인에게 저희 빵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희는 나눔을 할 수 있는 소울베이커리 매장을 지역사회에 만들려고 합니다. 이 매장은 단순히 저희 빵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저희가 만드는 식빵을 활용하여 토스트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서 저렴하게 판매를 하려고 합니다. 청년밥상에서 신부님이 청년들을 위해 부대찌개를 3천 원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처럼 저희가 만드는 식빵을 활용해서 따뜻한 토스트를 만들어서 누구라도 와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저렴하게 판매하는 매장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또한 보호자가 연로해지고 있는 가운데 혼자 살게 되는 발달장애인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런 장애인들을 위한 주거서비스 지원을 할 수 있는 모니터링 담당자를 소울베이커리에서 자체적으로 양성하고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소울베이커리의 제품을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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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김혜원 엄마기자

많이 듣고 정성을 다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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