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영업할 권리 vs. 차별받지 않을 권리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육아맘 김씨는 모처럼 만의 가족 휴가로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씁쓸한 경험을 했다. 해안가에 자리한 경치 좋은 카페가 있어 아이와 방문했는데 노키즈존이라 7세 이하의 아이는 입장할 수가 없다는 것. 당시 김씨의 아이는 네 살이었으나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자리에 잘 앉아 있는 편이었고 주위에 민폐를 끼칠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아이였다.
김씨는 "카페 방침이 그러하다니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으나 기껏 검색해서 찾아온 카페에 아이와 함께 왔다는 이유로 들어가지 못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노키즈존은 차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키즈존(No Kids Zone)은 영유아와 아이들의 출입이 금지된 공간을 뜻한다. 아이를 동반한 부모의 입장을 제한해 음식점이나 카페 등 사업장을 방문한 성인 고객들이 방해 없이 시간을 보내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취지다.
통제되지 않는 아이의 울음이나 행동이 주위에 피해를 주고 아이의 위험한 행동으로 발생한 안전사고 때문에 업주가 배상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자 2014년 경부터 국내에도 노키즈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논쟁은 아직도 뜨겁다. 개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아동의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사업주의 권리라는 의견과 아이로 인해 발생한 일부 피해 사례 때문에 모든 아동의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아동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노키즈존을 시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의 법은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금지하는 행위만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식당에서 아동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차별 행위"라며 "아동을 동반한 모든 보호자가 사업주나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며 아동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제주도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아동출입제한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이 입법 예고돼 11일 보건복지안전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송창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안은 특별한 사유 없이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차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취지로 노키즈존의 실태 조사와 지정 금지 권고 및 계도, 차별 금지에 대한 인식 개선 사업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동에 대한 차별 행위에 맞서야 한다'는 의견과 '민간 영역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는 찬반 의견이 팽팽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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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니어존인 카페 입구[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
최근에는 노키즈존에 이어 노시니어존까지 등장했다. 지난 8일 한 카페의 문 앞에 '노시니어존(60세 이상 어르신 출입제한), 안내견은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는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을 게시한 네티즌 A씨는 "이곳은 한적한 주택가의 한 칸짜리 커피숍"이라며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지나가다 보실까 봐 무섭다"는 글을 덧붙였다.
이에 네티즌들은 "노시니어존이 노인 혐오를 조장한다", "안내견은 환영하는데 노인은 입장 금지라니 사람보다 개가 환영받는 시대", "솔직히 나이 드신 분들 중에 진상 고객이 많기 때문에 카페의 사정도 들어봐야 한다" 등의 댓글로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다는 이유로 한 공간의 출입을 제지당하는 것은 굉장히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와 노인이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배려하고 이해한다면 노키즈존과 노시니어존은 불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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