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 되는 정책만 추리겠다!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 직장인 A 씨는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뒤 타부서로 전출됐다. 이어 연봉협상 때도 20% 이상 급여를 삭감하겠다고 통보받았다. 결국 A 씨는 회사를 그만뒀다.
# 직장인 B 씨는 매일 아이 등하원이 전쟁이다. 최근 B 씨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알게 돼 직장에 요청했으나 사업주는 거절했다.
# 아이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C 씨는 시험관 시술을 계획 중이다. 난임 시술 비용을 지원받으려면 중위소득 180% 이하이어야 한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이 월 622만 2천 원을 넘으면 지원받지 못한다. 이에 아이가 생길 때까지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다.
# 결혼을 앞둔 D 씨는 그동안 모은 돈과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하려고 했다. 신혼부부 대상 주택자금대출을 받으려고 알아보니 예비부부의 소득이 7000만 원 이하여야 가능했다. 최근 금리가 높고 대출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 D 씨는 신혼집 마련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생기는 여러 어려움 때문에 젊은 층 사이에서 출산 기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그동안 여러 대책을 마련했으나 저출산 정책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 15년간 사용한 저출산 관련 예산은 280조 원. 막대한 금액을 들인 데 반해 저출산 추세는 계속 이어졌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책 공급자 입장에서 부처별로 분절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은 체감도와 효과성을 모두 떨어뜨린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주재했다. 7년여 만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이번 회의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위원들과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해 저출산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는 점에 공감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 세제 등 사회문제와 여성 경제활동 등 여러 가지 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라며 “정부의 지원과 아울러 문화적 요소, 가치적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발표에서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목표보다는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이라는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저출산 대응 정책의 범위를 재정립하기로 했다. 또 제대로 된 정책 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문제를 수정·보완할 수 있는 평가·환류 체계를 구축할 것을 전했다.
저고위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부처별 정책이 망라된 기본계획은 전면 재검토하고, 실효성과 관련도가 높은 핵심 정책을 중심으로 전환하여 ‘선택과 집중’ 하기로 했다.
4대 추진전략을 제시했는데 ▲선택과 집중 ▲사각지대·격차 해소 ▲구조개혁과 인식 제고 ▲정책추진 기반 강화다. 이어 위원회는 5대 핵심분야로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과 교육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의 시간을 ▲가족친화적 주거 서비스 ▲양육비용 부담 경감 ▲건강한 아이, 행복한 부모를 선정하고 이에 따른 주요과제를 발표했다.
돌봄과 교육에서는 ▲아이돌보미 서비스·시간제보육 확대 ▲유보통합 시행과 늘봄학교 전국 확대 ▲아동기본법 제정 추진이 있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소득 기준을 완화해 맞벌이 가구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젊은 부부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일·육아병행은 ▲일·육아 병행 지원 제도의 실질적 사용여건 조성 ▲부모 직접 돌봄이 가능하도록 육아기 근로환경 개선이다.
주거는 ▲신혼부부 주택공급 및 자금지원 확대 ▲가구원수 고려 맞춤형 면적으로 주거공급 확대가 있다. 양육비용을 절감을 위해 ▲부모급여 지급 ▲자녀장려금(CTC) 지급액 및 지급기준 개선 ▲친화적 세법 개정안 마련했다. 기존 세 자녀 가구에 해 준 공공주택 특별분양을 두 자녀 가구로 확대한 것이 눈길을 끈다.
건강은 ▲임신 준비 사전건강관리 ▲난임 지원 확대 ▲2세 미만 입원진료비 본인부담 제로화가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발표는 윤석열 정부 저출산 대응의 첫걸음임을 강조하며, 향후 “‘결혼을 앞둔 청년, 출산을 고민하는 분들, 자녀양육 가정’ 직접적인 정책의 당사자인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의 경우 특공이나 아이돌보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대부분 기존 정책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E 씨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라며 “적어도 난임 시술비는 더 많이 지원해 줬어야 했다”라며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를 아쉬워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번 저고위의 발표는 기존 정책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또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서울에 세 자녀를 둔 부부도 특공에 당첨되기 어려운데 두 자녀는 가능할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연령을 높인다 해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점이 아쉽다. 정책을 본 시민은 더욱 속상하지 않을까?
정부가 대통령의 주문처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면 좋겠다. 기발하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합계출산율을 조금이라도 올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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