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에 드는 작품]모두가 언젠가 깨닫고 후회하는 이름 '엄마'

최영하 기자

yhchoi@momscareer.co.kr | 2022-03-25 06:00:45

詩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사진=픽사베이]

 

현재 곁에 있든 없든, 우리 모두에게는 엄마라는 존재가 있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는 인생 전반에 걸쳐 엄마에 대해 수많은 감정을 갖고, 그 감정의 변화도 함께 겪는다. 그 과정에는 오해와 후회, 서운함과 미안함 같은 행위와 감정들이 뒤섞이게 마련이다. 특히 자식의 입장에서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다 뒤늦게 깨달음을 얻고 복잡한 심경에 휩싸이는 경험은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찾아온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시(詩)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는 2003년 '한국문인'을 통해 등단한 심순덕 시인의 서정시이자 자유시다. 1960년 강원도 평창에서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정서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작가는 31세에 어머니가 작고하면서 그리움에 사무쳐 이 시를 쓰게됐다.

 

시는 어렵지 않고 평이한 내용으로 독자들의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시의 제목인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는 거듭 반복되면서 독자의 깊은 경험 속 어딘가를 건드리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원래부터 당연한 것은 세상에 없다. 죽도록 일을 해도, 대충 끼니를 때워도,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철인처럼 끄떡없을 것 같은 엄마도 결국 희노애락을 느끼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엄마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정작 엄마를 가장 모르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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