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톡] 학급 임원 선거 나가고 싶다는 아이 vs. 말리고 싶은 엄마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4-03-28 11:10:15

아이들, 학급 임원 맡으며 책임감과 리더십 키울 수 있어
엄마들은 반 모임 주도해야 된다는 부담 탓에 말리기도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워킹맘 A씨는 얼마 전 아이의 반에서 학급 임원 선거를 진행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해맑은 아이는 처음 열리는 회장 선거에 출마해 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으나 A씨는 괜스레 걱정이 앞섰다.


A씨는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니 말리지는 못했지만 사실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다. 워킹맘이라 학교 일에 잘 참여도 못 할 것 같고, 또 용기 있게 나섰다가 떨어졌을 때 아이가 크게 상처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신경 쓰였다"고 말했다.

매 학기, 초등학교의 각 반에서는 학급 임원 선거가 열린다. 선거는 보통 3학년 때부터 진행되며 학칙에 따라 회장과 부회장을 맡을 임원 2~4명을 뽑는다. 예전의 반장 선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선거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후보자 추천을 받는다. 친구가 추천해 주기도 하고, 본인을 추천하기도 한다. 후보자가 결정되면 가위바위보, 제비뽑기 등을 통해 기호를 정하고 한 명씩 나와 선거 공약을 발표한다. 1학기 때는 아이들이 서로 친해지기 전에 선거가 진행되기 때문에 공약 발표가 당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사가 투표용지를 나눠 주면 비밀투표가 진행된다. 개표 후 당선된 후보가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선거가 마무리된다. 학급 임원에게는 임명장이 수여된다.

학급 임원은 학급 회의를 진행하고 다른 교실로 이동할 때 줄 세워 인솔하기, 학급 준비물 챙기기, 종례할 때 인사하기, 교과서와 안내문 나눠주기, 교사의 심부름하기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학급 임원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임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솔선수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일부 엄마들은 아이들의 임원 선거 출마를 말리고 싶어 한다. 공약을 함께 준비하고 발표 연습을 시키는 등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임원 엄마들이 반 대표를 맡아 반 모임을 주도해 가는 경우가 많아 워킹맘이나 성격이 내향적인 엄마들은 아이가 임원이 되지 않기를 내심 바라기도 한다.

아직 선거 경험이 많지 않은 3·4학년 아이들의 경우 낙선했을 때 결과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된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선거에서 떨어지면 자신감을 잃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준비 과정에서 자신감은 불어넣어 주되 혹시 당선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마음의 준비도 시켜놓아야 한다.

고학년 때는 책임감을 갖고 학급을 이끌어 나가려다가 일부 아이들의 원성을 살 수도 있고 교사와 학생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얻는 것도 분명 있겠지만 결국 학업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 부모가 임원 선거 출마를 말리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아이보다 엄마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급 임원 선거를 준비시키는 경우도 있다. 공약 연설을 위해 스피치 학원을 알아보거나 거창한 연설문과 화려한 발표 자료를 준비해 주기도 하는데 이처럼 부모가 아이의 선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옳지 않은 일이다.

유튜브 채널 '해피이선생'을 운영하고 있는 한 초등 교사는 "아이는 직접 선거 공약을 만들고 투표를 통해 결정된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아이가 학급 임원 선거에 나가고 싶다고 하면 부모는 옆에서 응원하고 지지해 주면 된다. 아이가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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