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학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부모들...'사랑의 매'는 존재할 수 없어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4-11-27 09:40:44
최영주 행복이음연구소 소장, 현명한 훈육 방법 제시해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친권자는 그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지금은 삭제된 민법 제915조 징계권)
1958년 제정돼 1960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던 위 조항은 단 한차례의 개정 없이 61년을 버티다 2021년 1월 26일 삭제됐다. 고작 16개월이었던 영아가 입양모의 잔인한 학대로 세상을 떠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전 국민적인 공분을 사며 아동학대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는 징계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훈육과 학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부모들이 많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23년 아동학대로 신고 접수된 전체 건수는 총 4만8522건이었으며 이중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4만5771건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의심사례 중 실제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2만5739건(56.2%)이었다.
피해 아동의 연령은 13~15세가 6328건(24.6%)으로 가장 많았고 △10~12세 6141건(23.9%) △7~9세 4713건(18,3%) 등이 뒤를 이었다. 학대행위자는 부모인 경우가 2만2106건(85.9%), 대리양육자 1874건(7.3%), 타인 846건(3.3%) 등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사례 유형은 △정서학대 1만1094건(43.1%) △중복학대 7383건(28.7%) △신체학대 4698건(18.3%) △방임 1979건(7.7%) △성학대 585건(2.3%) 등 순으로 나타났으며 중복학대 중에서는 신체·정서학대가 6330건으로 가장 많았다.
훈육과 학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훈육이 아이에게 규칙과 행동을 가르치는 일종의 사회화 과정이라면 학대는 아동에게 신체적·정서적·성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이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입히거나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 집 밖으로 쫓아내는 등 정서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은 엄연한 학대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피해 아동 12세 윤아(가명)는 “숙제를 못 했다고 단톡방에서 과제를 공개 공유당한 뒤 학교 가는 길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윤아의 어머니도 “휴대전화 차단 정도는 훈육이라 생각했지만, 아이가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나서야 잘못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최영주 행복이음연구소 소장은 지난 23일 진행된 영등포구가족센터의 아동기 부 모교실을 통해 좋은 부모의 현명한 훈육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최 소장은 "일반적으로 부모님들이 훈육을 혼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먼저 훈육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며 "훈육을 영어로는 discipline 혹은 moral education이라고 하는데 이는 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가르쳐 기르는 것을 뜻한다. 순화어로는 타이름이라고 할 수 있으며 풀어서 말하면 아이에게 한계와 허용의 범위를 알려주는 것, 아이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훈육을 할 때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화를 내면 안된다. 화를 내지 않으려면 우선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잘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화가 많이 나기 전에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조절하고 이미 화가 나서 차분하게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아이에게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물론 좋게 말하면 듣지 않다가 꼭 큰 소리를 내야만 아이가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겠으나 이 패턴이 반복되면 아이는 강한 자극이 왔을 때만 움직이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부모가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해 봐야 아이도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다.
최 소장은 화를 줄이는 방법으로 잘 먹고, 잘 자고, 몸을 많이 움직일 것을 권했다. 화를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는 잘못된 훈육을 할 확률이 높고 잘못된 훈육은 의도치 않게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영주 소장은 "사랑의 매라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부모에게 맞은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아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학대 피해 아동의 36.3%는 충동성, 반항성, 공격성, 거짓말과 도벽 등의 문제적 특성을 보인다"며 "또한 감정은 우리 몸의 신경계, 호르몬계, 면역계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아이들의 신체·정신·심리·관계 발달을 좌우한다.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에게 수치심과 굴욕감을 주는 언행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훈육의 기술로는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수용한 후 행동에 대한 한계와 규칙 전달하기 △부드럽지만 단호한 태도 유지하기 △눈 맞추기·3초 기다리기·대안 행동 제시하기 등의 훈육 규칙 정하기 △부부의 가치관 공유해 일관성 있는 훈육하기 등을 제안했다.
한편 학대 의심이 들면 즉시 112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신고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부모 대상 ‘긍정 양육 프로그램’·부모 효과성 훈련(PET)·정신건강 상담 등을 지원하니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훈육은 아이가 스스로를 조절할 힘을 길러 주는 과정”이라며 “부모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채 이뤄지는 체벌은 훈육이 아니라 학대”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를 바르게 양육함에 있어 훈육은 꼭 필요한 요소다. 다만 부모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훈육은 자칫 잘못하면 학대가 될 수 있다. 훈육이 행동의 한계와 허용 범위를 알려주는 '타이름'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고 자신의 감정을 먼저 잘 다스릴 수 있는 부모가 돼야 하겠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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