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장명숙 광명 장애인 성폭력 상담소장을 만나다
윤혜숙 기자
hsyoon@momscareer.co.kr | 2024-08-07 10:58:24
[맘스커리어 = 윤혜숙 기자]여성장애인은 '여성과 장애'라는 중첩된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성폭력, 가정폭력, 인신매매 등의 폭력 피해와 노동권, 교육권, 문화권 등 다양한 영역에 있어 차별적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여성장애인의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초대 소장을 지낸 광명장애인성폭력상담소 장명숙 소장을 만나 원인과 해법을 물었다.
―광명시 성폭력 상담소는 언제 개소되었나?
2021년 11월 17일 창립총회를 거쳐 26일 광명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광명 세무서 고유 번호를 허가받았다. 2022년도 3월에 상담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그해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 거리 캠페인과 8월 임시 총회를 개최해 9월 일직동 T 타워 2101호로 사무실 이전을 했다.
이후 2023년 1월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고 7월 개소 2주년 기념 토론회 '장애인 인권, 장애인 성폭력 실체와 과제'로 개최하였다.
―상담소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은?
장애인 성폭력에 대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주로 지적, 자폐성 장애자가 당하는 성폭력을 조금이라도 보듬어 주고 지원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작지만 큰마음이고 최선이란 생각으로 하고 있다.
―상담소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
개소 이후부터 2023년까지는 후원금으로 운영하다 올해부터 시에서 직원(소장, 상담사)의 최소한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다. 후원계좌로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성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와 대책 마련은?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차별과 지적장애인들을 돌봐준다는 명목하에 성폭력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라 시각지대에 있는 지적장애인들에게 빈번하게 일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 또 한 사람에게 여러 명의 가해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여성 장애인에게는 평생 굴레가 된다. 지적장애인들은 대부분 기억장애까지 있어 문제 해결하는 데 많은 어려움도 따른다.
장애인이 당하는 성폭력, 가정폭력, 인신매매 등 비장애인과 다르게 나타나 어려움을 더욱 겪는다.
―성폭력 특례법으로는 부족한 점 있는데 전문가들은 어떤 의견들이 있나?
형법 99조에 “사람의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나 추행을 한 자를 준강간과 준강제추행 죄로 처벌” 하는 조항이다. 항거불능, 준강간, 준강제추행 등의 단어를 뺀 ‘강간’으로 엄한 처벌법이 발의되어 심신미약자에 대한 성폭력 피해가 점차적으로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적게 나오는 것에 대한 의견은?
20년 전에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처벌이 3년형이 나온 경우가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적게 나올 수 있냐?”라고 했더니 담당 형사는 ”3년이면 가해자 인생이 파탄 난다‘고 해서 참담했던 기억이 있다. 녹음 진술, 진술 조력인 제도가 있는데 지적장애뿐 아니라 기억장애가 있는 피해 장애 여성이 반복해서 증인을 해야 하는 제도적 장치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담소를 통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
무료상담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하거나 찾아오기 힘든 피해 장애인들에게는 활동 지원사를 파견 지원해 아침 9시~오후 6시까지 식사와 취미생활을 함께하며 피해 장애인을 돌보기도 한다.
―그동안 몇 건(연평균, 상담소 설립 이후)의 상담이 이뤄졌나?
한 해 평균 315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시흥과 안양에서도 피해 상담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장애인 성폭력 상담소는 23~25개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장애인 성폭력 상담소 역사는 24년 되었는데 1년에 1개소 생긴 거다.
최저 월급으로 상담사 구하기도 힘들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누가 개인의 이익 없이 하겠는가. 때론 번아웃이 오기도 하지만 사명감으로 버티고 시간 지나면 회복되는 반복을 한다.
―어떤 생각으로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나?
장애인 진술의 경우 기억력이나 언어 표현능력이 서툴고 암시나 유도 질문에 취약하여 진술의 신빙성 부족으로 증거 능력에 제한을 받는 여성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들은 반복되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2차 피해가 빈번하다. 가정과 지역에 방치될 수밖에 없는 여성장애인들의 처지를 고려해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별로 없이 가끔은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기에 운명이라 받아들이고 하고 있다.
무엇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그들을 안아주고 여성 장애인 성폭력이 많이 줄어들길 바랄 뿐,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맘스커리어 / 윤혜숙 기자 hsyoon@momscareer.co.kr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