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선생, 앵커 킴, 김 교수, 김(홍보) 대사 등 다양한 수식어로 사는 프로 N잡러
말에도 공부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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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진 히어커뮤니케이션즈 대표[사진=히어커뮤니케이션즈] |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김여진 히어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활동 중이다. 동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회공헌플랫폼 히어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 일반인들의 말 공부 클래스 ‘히어스피치’를 운영하면서 사회복지 전문 아나운서로 시각장애인 방송, 장애인 행사 MC 등 다른 이를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모든 걸 하면서도 매일 밤 인스타그램 책 낭독 라이브 방송 ‘자기 전 낭독회’ (@anchork_official)를 통해 책을 읽어 주며 국내외 시청자들을 만난다. 이런 다양한 활동에는 결국 말을 통해 함께 사는 세상이 좀 더 밝아지길 바라는 김여진 대표의 마음이 담겼다. 김여진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먼저 김여진 대표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YTN 뉴스앵커에서 ‘삶의 앵커’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아나운서 김여진입니다. #삶의앵커 #말선생 #앵커킴 #김교수 #김대표 #김(홍보)대사 #김(평가)위원 #아나운서 등 다양한 수식어로 사는 ‘프로 N잡러’이기도 합니다.
- 앵커로 활약하다가 ‘히어스피치’라는 교육기관을 설립하셨고, 또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이렇게 전업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많은 분이 궁금해합니다. 안정적이고, 누구나 선망하는 방송국에서 나왔느냐고요. 사람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을 겁니다. 20년간 방송 생활을 하니 앞으로의 20년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은퇴할 때까지 20년을 방송국 안에서 머문다면 개인적으로는 편안하고 안정적일지 몰라도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분명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나누고 창작하는 삶’이라는 삶의 방향이 분명해지면서 용기가 생겼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니 말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말로 인해 관계가 흐트러지고, 계약이 깨지고, 활동에 제약받고, 급기야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장관이나 국회의원, CEO 등의 스피치 과외선생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말 공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이었죠. 우리 삶에 이 중요한 말을 힘 있고 높은 분만 배우라는 법은 없잖아요.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말’을 배울 수 있다면 개인이 달라지고, 가정과 조직이 달라지고, 우리 사회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통해 전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수강할 수 있는 ‘히어스피치’를 세우게 됐지요.
대학교수를 맡게 된 것도 ‘나누는 삶’의 일환이었습니다. 한 학기 40명의 학생에게 ‘내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 생각 등을 나눌 기회’라고 관점을 바꾸니 안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아나운서와 PD, 그리고 회사 홍보 담당 등으로 활동한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스피치 커뮤니케이션’과 ‘기사작성 실습’ 수업을 통해 아낌없이 나누고 있습니다. 20년 방송 경험을 이론과 접목해 정리하는 기회도 되고, 삶의 든든한 응원단인 제자들도 생겼으니 오히려 제가 얻는 게 더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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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말’을 배울 수 있다면 개인이 달라지고, 가정과 조직이 달라지고, 우리 사회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생겼다는 김여진 대표[사진=히어커뮤니케이션즈] |
- 히어스피치에서는 말공부 클래스뿐 아니라 목소리 재능기부도 하고 계신데요. 어떤 방식으로 목소리 기부를 하고 계신가요?
‘히어스피치’는 스피치 교육기관을 넘어 ‘사회공헌 플랫폼’입니다. ‘목소리로 세상을 밝히는 말 훈련소’라는 수식어처럼 말을 배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에 나눌 수 있는 연결통로가 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저는 ‘배움의 완성은 나눔’이라고 굳게 믿고 있거든요. 말 근육, 생각 근육이 탄탄하게 길러진 수강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 기부에 참여하게 됩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바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방송’입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매주 수요일 방송하는 ‘큐뉴스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말에 관한 책을 낭독하고, 생각을 나누는 코너인 ‘큐! 말말말’이라는 코너를 수강생이 직접 진행해 봅니다. 말 선생에게 일대일 코칭을 받고 원고를 작성한 뒤 녹음 부스 안에 들어가 실제 방송을 하고 나오는 수강생의 표정은 환희 그 자체입니다. 나의 목소리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했다는 뿌듯함과 어릴 적 로망이었던 라디오 DJ의 꿈을 이룬 듯한 희열, 그리고 떨리는 상황을 이겨냈다는 자신감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소리 재능기부에 한 번도 참여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참여한 사람은 없답니다. 이 나누는 경험에 뛰어들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삶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분야에도 우리의 목소리로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시대가 바뀌어 영상을 쏟아내는 플랫폼이 늘어나 시각장애인들에게 눈에 선하게, 생생하게 상황을 설명해줄 목소리가 더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특히 교육콘텐츠를 접하는 시각장애 학생들의 답답함을 꼭 덜어주고 싶습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위해 대표 단체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의기투합을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청소년 등을 위한 지원 사업 등 목소리로 세상을 밝힐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 말을 잘하려면 연습을 하고 메모를 해야 한다고 말공부 강의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말을 잘하는 방법과 또 부모가 자녀에게 말을 잘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 ‘나의 말 습관을 돌아보기’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잘못 알아듣는 상대만 질책할 뿐 정작 나의 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소통의 오류나 갈등 상황의 상당 부분은 화자에게도 원인이 있거든요. 목소리가 너무 작아 안 들리거나 발음이 웅얼웅얼해 명확히 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정리가 안 되고, 요점이 흐트러져 삼천포로 빠지는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말을 잘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나의 말투, 목소리 등이 어떤지 분명하게 아는 게 중요합니다. 녹음이나 녹화를 해 스스로 평가해 보고, 주변인과 전문가를 통해 나의 말 습관을 들어보면 말을 어떻게 가다듬어야 할지 수면 위로 떠 오릅니다.
두 번째로 ‘말 공부에 뛰어들기’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따라 해 봐. 엄마! 아빠!”라고 배운 이래로 단 한 번도 말을 공부해 본 적이 없을 겁니다. ‘스피치는 아나운서 준비생이나 전문가들이 배우는 영역’이라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말에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듣는 귀’를 발달시키고, 내가 부족한 말 분야에 관한 책도 많이 읽고, 훈련과 연습을 통해 점점 개선해 나가는 겁니다.
특히 부모는 ‘말의 씨앗, 즉 말씨를 뿌리는 사람’인데요. 나의 말의 결실이 아이의 미래로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부모의 말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중요한 말의 상황을 복기하기’입니다. 유능한 진행자들은 방송을 마치면 꼭 모니터를 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내뱉은 말을 돌아보는 시간인데요. 목소리가 선명했는지, 진행은 매끄러웠는지, 전달력에 문제가 없었는지, 좀 더 나은 질문은 없었는지, 어떤 말을 했을 때 출연자나 관객의 반응이 좋았는지 등을 분석해 봅니다.
제 경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복기한 내용을 꼭 기록으로 남깁니다. 한 번 했던 실수를 줄일 수 있고, 더 나은 방식으로 말을 하게 돼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요즘도 강연이나 행사, 방송 등을 마친 뒤 꼭 복기 시간을 가집니다. 오늘날 말 선생 김여진을 만든 것은 이 ‘복기 습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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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도 강연이나 행사, 방송 등을 마친 뒤 꼭 복기 시간을 가진다는 김여진 대표[사진=히어커뮤니케이션즈] |
-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일 책 한 권을 낭독하는 ‘자기 전 낭독회’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그 이유를 여쭙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SNS 라이브방송 자체가 궁금했어요. 우연히 유명인이 라이브방송을 통해 먹거리를 판매하는 것을 본 적 있는데 ‘와, 이런 방식도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과의 연결의 힘을 처음으로 목격한 것입니다. 궁금하면 해 봐야 알잖아요. ‘난 팔 물건도 없는데 무얼 갖고 라이브방송을 하지?’ 궁리하다 매일 밤 책을 읽고 잠드니 방송 버튼을 누르고 책을 읽어 보면 어떨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매일 방송을 한 사람이 이걸 못하겠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이것도 엄연히 방송이란 생각에 하루도 거르지 못하겠더라고요. 주중에 매일같이 이어간 책 낭독 라이브방송 ‘자기 전 낭독회’를 2년 가까이 해서 이제 곧 500회를 앞두고 있답니다. 인간 승리지요? 저도 한 가지를 단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한 것이 처음이라 기특합니다. 꾸준함, 끈기를 크게 봐주시는 시청자들도 참 많더라고요.
낭독 책은 제가 먼저 읽고 마음이 움직인 책 가운데에서 고릅니다. 시, 에세이, 인문학, 자기계발서 등 골고루 다룹니다. 1주일에 한 권을 추천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밤 10시 30분에 인스타그램(@anchork_official)을 통해 낭독합니다.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 낭독하고, 저의 생각과 댓글로 들어오는 사연을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서울, 대구,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뿐 아니라 미국 LA, 뉴욕, 프랑스, 코트디부아르, 영국 등에서도 들어와 ‘연결의 힘’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자기 전 낭독회 커뮤니티는 ‘함께의 힘’을 종종 보여주곤 하는데요. 300회 특집 때는 3으로 시작되는 액수, 즉 3백 원, 3천 원, 3만 원, 30만 원 등을 십시일반 모아보자는 의견이 나와 24시간 동안 무려 160여만 원이 걷혔습니다. 이 돈을 한 장애인 도서관에 기부해 신간 서적을 채울 수 있는데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함께 이런 사회공헌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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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와 함께[사진=맘스커리어] |
- 대표님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하는 행사에 사회를 보거나 발달 장애인 청소년들과 역사 현장을 소개하는 영상에 참여하는 등 사회공헌에 많이 참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배움의 완성은 나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듭니다’라는 말씀도 하시는데 대표님이 생각하는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부모가 없는 사람, 비정규직 등이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가 함께 사는 세상 아닐까요? 장애인이 편해야 비장애인도 편한 시스템이고, 장애인이 마음껏 활보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합니다.
경쟁 사회에 젖어 있는 우리가 겸손한 자세로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주변의 어려움을 돌아본다면 절대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모님의 기도와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아나운서라는 꿈을 이루고 수없이 많은 기회를 경험했습니다. 절대 저 스스로, 혼자 잘나서 얻은 결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럼 나눠야지요!
배움은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사회공헌 활동에 MC로, 뉴스 읽어 주는 앵커 등으로 배우고 경험한 모든 걸 풀어내는 중입니다. 저의 작은 꿈틀거림이 함께 사는 세상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할 것입니다.
- 육아로 인해 일을 쉰 엄마를 경력 보유 여성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죠. 언어를 바꾸니 인식도 더 나아졌는데요. 경력 단절로 재취업을 힘들어하거나 혹은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엄마들에게 어떤 말로 위로해 줄 수 있을까요?
엄마들은 위대합니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중입니다. 배우고 경험한 것이 단절된 게 아니라 배움을 아이에게 나눔으로 잇는 중입니다. 때론 후회되고 막막할 때가 훨씬 더 많지만, 따뜻한 말의 씨앗을 아이에게 뿌리기 위해 반성하고 성장하는 중입니다. 그러니 나를 먼저 다독여 주자고요.
몸의 힘이 떨어져 마음의 힘이 무너지지 않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꼭 살피기로 해요. 내가 가진 장점을 발견할 줄 아는 눈과 용기가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돈이 있어야만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여러분이 가진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모든 것이 안정됐을 때만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모든 상황이 충분히 준비됐다는 생각은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주변의 어려움, 부족함 등에 눈과 귀를 열어보세요. 여러분이 벅찬 마음으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보이게 될 겁니다. 육아 동지 모두를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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