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에 드는 작품] 엄마란 존재는...모성애로 칭송받기보단 치유가 필요

최영하 기자 / 2022-09-09 14:04:40
영화 '말아톤'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영화·드라마·서적·시·노래 등의 콘텐츠 속에 숨어 있는 여성 이슈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해나갈 계획이다.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 그 안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과 장면을 통해 여성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조망한다.

 

▲영화 말아톤 포스터.

 

우리에게 '모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과거엔 모성이 그저 일방적이고 희생적이며 숭고한 개념으로만 받아들여져 왔다면, 오늘날에는 보다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느낌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엄마도 결국 '여성'이고 '사람'이라는 사실을 사회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셈이다. 

 

2005년 영화 '말아톤'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실존인물과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해당 인물은 19세의 나이로 국내 마라톤 대회에서 42.195㎞를 2시간 57분 7초에 완주했고,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해 수영(3.8㎞)·사이클(180.2㎞)·마라톤(42.195㎞)을 15시간여 만에 해냈다. 이 같은 체험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어머니는 책을 출간했고, 말아톤은 이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군과 박미경씨(왼쪽)와 박미경씨가 쓴 수기 책표지.

 

영화의 주인공은 얼룩말과 짜장면과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청년 초원이다. 행동과 말투가 5살 어린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해온 달리기만큼은 수준급이다. 이에 주목한 엄마 경숙은 아들의 사회화와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 마라톤을 시킨다. 3시간 이내 기록인 ‘서브3’를 목표로 초원의 훈련을 열성적으로 돕고, 전직 유명 마라토너 정욱에게 교육을 맡긴다.

 

정욱은 초원에게 마라톤을 가르치지만, 자식 교육에 대한 경숙의 지나친 집착을 지적하고 경고한다. 충격을 받은 경숙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자신이 아들에게 억지로 마라톤을 강요해 혹사시켰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결국 아들의 마라톤을 포기시킬 결심을 하게 된다.

 

▲ 사진 왼쪽부터 배우 김미숙(초원엄마 경숙), 이기영(코치 정욱), 조승우(윤초원).[사진=영화 스틸컷]

 

마라톤 경기 당일, 초원은 경숙 몰래 경기에 출전한다. 이를 알게 된 경숙이 뒤늦게 경기장에 나타나 초원을 말리지만, 초원은 달리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수차례 줄다리기 끝에 마라톤에 대한 아들의 진심을 느낀 경숙은 결국 초원을 놓아준다. 힘차게 달리기를 시작한 초원은 중간에 지쳐 주저앉았다가 이내 다시 일어나 끝까지 달려 완주에 성공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 영화 마라톤에서 윤초원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오른쪽)와 초원 엄마 경숙 역을 맡은 배우 김미숙.[사진=영화 스틸컷]

 

영화가 모성애를 다루는 방식은 과거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경숙의 모성이 완성되는 것은 초원의 마라톤 훈련을 독려할 때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과 집착을 모두 버리고 초원의 손을 놓아주었을 때라는 점을 시사했다. 

 

동시에 엄마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또한 해야만 한다는 기존의 통념에 의문을 던졌다. 여성이자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거세되고 자식을 위해 끝없이 모성으로 희생해야만 하는 존재로 규정해온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 [사진=영화 스틸컷]

 

아이의 양육을 부모, 특히 여성에게 맡겨놓고 외면하는 비정한 사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엄마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의 손을 놓칠세라 꼭 잡고 평생을 달리는 마라톤 선수처럼 살아왔다. 어떤 속도로 어디까지 달리며 어디쯤에서 멈춰서야 할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달리기만 했다. 엄마는 모성애로 칭송받기보다는 케어와 치유가 절실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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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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