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생명탄생 순간, 안전하게 함께 하겠습니다"

신화준 / 2022-03-23 06:00:59
[인터뷰]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산부인과 교수
"팬데믹 이후 새로운 분만문화 형성...임신부 불안은 여전히 최고조"
[맘스커리어=신화준 기자]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의 생활 방식을 바꿔버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한지도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름도 외우기 힘들 정도로 변종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고 있으며 확진 세는 줄어들기는커녕 변종이 나타날 때마다 기록을 세우고 있다.

백신 등의 영향으로 사망자는 줄어들고, 증상이 약해져 감기처럼 취급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불러 올 정도로 미지의 바이러스일 뿐이다. 그렇다고 방역당국에만 의지할 수도 없다. 방역당국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지는 오래이며 의료 인력의 피로도와 업무 과부하는 한계점을 넘었다.

문제는 감염병과의 사투에 모든 관심이 쏠린 지금 복지안전망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 임신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이 중단되거나 축소돼 의료공백이 생겼다. 감염 확산을 우려해 방문 간호사업도 중단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저출생 극복이 국가적 과제임에도 불구, 임신부들은 갈피를 잡지 못해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최근 확진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임신부들이 분만실을 찾아 헤매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저출생 시대에 최우선이어야 할 임신부가 복지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는 595명이다. 지난 2월 15일 이후에는 역학조사 간소화로 임신 여부는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올해 2월 중순 당시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최대 9만여명 수준으로, 최근 일일 확진자가 60만명을 넘기는 등의 결과를 생각하면 확진 임신부 수는 3000명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확진 임신부 분만 병상 수는 전국 160개로, 전염병 확산 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병상 수를 252개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확진 산모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일 건강보험에 '분만 격리관리료' 항목을 신설해 확진 임신부의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에 가산 수가 300%를 적용하는 대책을 내놨다. 확진 임신부를 수용했을 때 병·의원이 얻는 이익을 높여 다니던 병원에서 출산이 가능하게끔 하는 유도책이지만 현장에선 이를 검토하는 일 조차도 버거운 실정이다.

스스로가 엄마이자 임신부와 산모의 곁에서 생명 탄생 과정을 지켜보며 살아온 김태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김태희 교수.

-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그동안 직접 현장에서 만나 본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지난 시간과 현재의 분위기에 대해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 임신부들에게는 새로운 분만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임신부들이 할 수 있는 많은 운동과 태교, 임신부교실 같은 부분이 줄었으며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에 대한 불안이 더 늘어났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진료과정에서의 경우, 임신부와 의료진이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각자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는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문제에 대한 이해를 나누는 과정이 이전보다는 대화나 심도 있는 상담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서로가 대화를 할 때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너무나 힘겨워졌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위기 상황에 대한 임신부들의 불안이 높아진 경우는 흔치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임신부들은 다른 국민들보다 더 감염병이나 백신 등과 같은 의료와 질환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또 스스로 인터넷 등을 알아보는 등 예전보다 걱정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임신부와 산부인과 의사는 항상 노심초사 예기치 못한 많은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런 임신부들의 고민들이 더 심화되었습니다. 

- 무엇보다 '임신 중인데 백신을 맞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최근에는 가장 많이 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 현재 의사협회나 CDC(질병통제연구센터)의 가이드라인들과는 별도로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임신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뭘까요? 제가 지금까지 온오프라인의 설문을 받으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은 임신인줄 모르고 복용한 약물에 대한 상담, 임신인줄 모르고 검사한 것들, 임신 시에 복용해야 하는 약물과 음식, 심지어 파마약이나 염색약에 대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팬데믹 상황이 아니더라도 임신부들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 왔습니다. 모든 엄마들은 느끼실 겁니다. 태어난 아이가 아플 때 내가 임신 중에 한 행동 중에 어떤 음식 중에 아이에게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태어난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질환을 가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태아의 발달과 관련된 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상황 때문에 산부인과 중에서도 특히 산모를 보는 것에 의사들도 많은 두려움을 가지는 것입니다. 현재 나온 백신이나 치료약 등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허가된 제품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백신은 국가 백신 권고안을 따르면 됩니다.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개발된 백신의 경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신과 태아와 관련된 분야는 특히나 연구 자료나 데이터의 충분한 검증을 거쳐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제 생각입니다. 또한 임신 중에 백신 접종을 꺼리거나, 드물지만 접종할 수 없는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자의에 의거 접종을 하지 않아도 사회적 차별이나 불이익은 없어야 합니다.

- 팬데믹 사태가 임신과 출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십니까? 또 정부의 방역정책이 영향력을 미쳤는지요?
▶ 의료는 전문 분야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다시 언급하겠지만 전문 분야의 의견이 다 들어간 정책인지가 다른 의료 분야의 전문가로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합니다. 임신부와 출산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각 병원마다의 문제점 등을 중심으로 개별화하고 상황에 맞는 의견들이 수렴되어야 하지만 이런 점이 반영이 되지 않은 것이 아닌지 저는 항상 2년 내내 고민을 해왔습니다. 물론 정부에서는 상황이 모두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순서부터 면책, 면제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임신부를 예로 들면 이 임신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 분만이다. 분만은 항상 응급 상태이다. 하지만 분만진통이 있는 임신부가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았다? 그럼 분만이 더 중요하므로 일단 발등의 불을 꺼야하므로, 분만이라는 큰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상황은 불가항력이다. 이에 대해서 병원이나 의료진에 대해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최우선이 되는 상황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를 검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병실도 없고, 의료 인력들에 대해서 방역지침에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응급상황인 분만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생겨납니다. 이런 이유로 광역시, 도 경계를 지나 병원을 찾다가 길거리에서 분만을 하거나 구급차 내에서 분만을 하는 황당한 사건들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산모들의 두려움과 산과 의사들의 두려움이 과연 이번 정책을 형성하는 데에 충분히 반영이 되었는지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코로나로 양성자 가족이 있는 경우 등으로 인해서 분만의 시기가 변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산모들이 분만을 늦게 했을 때 태아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느끼는 산모들의 두려움, 또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갈등과 고민 등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도 항상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결국 앞서 언급했듯이 기초의학, 면역학, 미생물학, 예방의학, 통계학, 산과 , 부인과, 감염학, 사회학, 정신과학 , 응급의학과, 외과 등 다양한 분야의 과가 함께 의논하고 과정에 대해서 수정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전문가가 아닌 현장의 환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공무원 분들의 고충과 환자 분들의 생각도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이 제대로 실천되는 정책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바라고 있습니다.

▲ 김태희 교수가 진료상담을 하고 있다.

-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초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임신부에 대한 특별한 보건정책이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여야 합니다. 어떠한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지금까지 많은 정책이 나온 것은 대부분의 국민이 다 아실 것입니다. 이런 많은 정책과 비용에도 초저출산 국가가 된 데에는 정책들에 대한 충분한 복기를 하는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을 준비하는 분들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받아들이는 많은 현장의 실무진들과 임신을 준비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기구가 절실하다고 느낍니다. 언제든지 문제를 자유롭게 제기할 수 있고 모니터링을 통해서 현실적인 문제를 가감 없이 들어주는 시스템 구축입니다. 또한 코로나로 본 국가 차원의 감염병의 경우를 바탕으로 향후 다른 팬데믹 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형태는 변형될 것이고, 같은 과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인프라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병관리청, 통계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 학계 등 모든 분야에 전문가 자문기구를 대폭 늘려 특정 분야가 아닌 모든 분야의 전문가 풀을 생성해 상시 기구가 아니더라도 이를 중심으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의료에서도 모든 분야의 진료과 및 면역학 등 기초의학교실, 의생명 관련 연구자들이 포함돼 진행되어야 하며 일부 예방의학, 의과대학의 사회의학, 보건학, 감염학 등만 포함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초와 임상, 기초도 각계의 분야가 다르며 의사나 교수들은 본인의 분야가 아니면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또한 자신의 발언이나 의견이 정치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교수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언론에서도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기사화하고 반대되는 의견도 청취해주었다면 지금의 이런 상황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그런 소수의 전문가 분들의 의견을 서면이든 대면이든 받고 공유할 수 있는 신뢰된 시스템을 구축해 주었으면 합니다. 비록 일부지만 언제부터인가 전문가의 의견이 정치적인 구호로 들리게 되고, 이들의 이야기를 비난하는 댓글이나 의견들 때문에 쉽게 의견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좀 더 과학적인 토론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토론의 다양한 장과 의견이 교환돼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되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 대학병원에서의 여러 케이스의 출산 사례를 경험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임신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임신은 정말 소중하고 중요하고 본인과 국가의 미래입니다. 또한 산부인과 의료진을 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모든 분들은 임신부와 태아를 사랑하지 않고 사명으로 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항상 강의를 다니면서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의료진의 힘든 많은 부분들을 같이 공감하고 그분들이 다른 과에 비해서 정말 사랑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의료진과 한마음으로 고민하고 같이 건강한 태아를 분만하는 대에 같은 마음이었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맘스커리어 독자분들에게 소중한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일에 대해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취업과 복직이라는 이야기가 결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 모두의, 나아가 사회구성원 모두의 문제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저 역시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이 시대의 엄마이고, 직장 맘의 한 사람입니다. 저부터 이런 부분들을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어떤 시기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가족의 가장 작은 개념인 결혼이 우리 사회에 무거움과 부담으로 다가왔고, 퇴색된 언어로 바뀌었습니다. 다시금 결혼, 가족, 임신, 출산 등에 대해서 소중하고 인생에서 정말 행복하고 좋은 순간들을 많이 다루는 사회적인 감성의 뿌리를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며 가졌던 좋은 순간들을 할 수만 있다면 모두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긍정의 힘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긍정의 힘이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를 극복해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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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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