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피해자의 일상 복귀와 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확립할 것"

김혜원 엄마기자 / 2023-06-30 13:00:51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아이 낳아 키울 생각이 들려면 폭력과 위협에 노출된 사회적 환경부터 바뀌어야"
▲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사진=한국여성인권진흥원]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3월 30일, 신보라 전 의원이 제2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으로 취임했다. 신 원장은 취임사에서 “진흥원이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인권 향상의 중추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촬영물 삭제·모니터링 강화와 성희롱 방지 조직문화 진단, 초기 지원서비스 접근성 확대 등 여성폭력 피해자 인권보호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여성인권진흥원은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등을 예방·방지하고, 폭력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고 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5대폭력(권력형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내세웠다. 이 5대 폭력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는 사업 역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포함됐다. 진흥원의 기능이 강화되어 가는 이때 원장으로 취임한 신보라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난 3월, 여성인권진흥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으로 오게 돼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특수법인 전환 3년 차를 맞았습니다. 여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전담기구로서 발돋움하고 있는 만큼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진흥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원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싶습니다. 

최근 여성폭력의 피해 양상이나 유형이 굉장히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국회에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제정돼 한국여성인권진흥원도 기존의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개별법에서 지원하는 피해 보호 범위를 넘어 다양화되고, 복합적인 피해까지도 한층 더 두텁게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결국 피해자분들을 보호하는 일이니까요. 어떤 피해자라도 일상 복귀와 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체계를 확립해 나가겠습니다. 

- 여성인권진흥원 소관 사업이 많이 늘었습니다. 5대 폭력 피해자 통합 지원 사업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잊힐 권리 보장 역시 진흥원에서 진행합니다. 그런데 향후 여가부가 보건복지부 산하 본부로 편성된다면 진흥원에서 하는 사업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현재 이에 대한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여성, 가족, 청소년의 보호·지원이고, 여기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위부처와 상관없이 진흥원의 기능과 역할에는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5대 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내세웠는데 여기에 디지털 성범죄 등도 포함됐습니다. 복합피해, 고위기 피해자 지원 및 피해자 통합지원에 대한 요구를 고려할 때 진흥원의 기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사진=한국여성인권진흥원]

 

▲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와 함께[사진=한국여성인권진흥원]
- 서울 시민 절반 이상이 디지털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대처 방법을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만약 디지털 성범죄를 당했다면 어디로 어떻게 연락해 무슨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소개해 주십시오. 

도움이 필요할 때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로 연락하시면 다양한 피해자 지원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진흥원에서는 2018년부터 디성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피해상담부터 피해촬영물 삭제, 수사·법률·의료지원 연계까지 피해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온라인 상담 d4u.stop.or.kr, 전화상담 02-735-8994)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 방심위 등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서 사이트 수사, 사이트 차단도 이뤄지고 있고요.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경우 법률에 근거해서 선제적 삭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피해촬영물 유포 모니터링, 유포불안에 대한 상담 등 주저하지 마시고 디성센터로 연락해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 가정폭력 피해자 5명 중 1명(19%), 디성센터 이용자 4명 중 1명(24.6%)이 남성일 정도로 남성 피해자가 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에 대해 여성인권진흥원을 두고 남성 역차별 논란도 있습니다. 최근 여가부는 남성을 위한 쉼터도 마련했습니다. 역차별 논란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십시오.

피해자의 80% 이상이 여성인 점은 현실적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남성 피해자 증가 또한 우리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진흥원이 여성폭력 피해지원의 전담기구이자 중추기관이기는 하지만 남성 피해자에 대해서 방관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지원 정책과 제도 역시 마련돼 있습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피해자 보호에 방점을 맞추고 다양한 영역에서 보호·지원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인권진흥원의 가장 큰 숙제로 디성센터 정규직 확보를 꼽으셨습니다. 사실 디성센터 예산 확보를 두고 국정감사 때 논란도 일었는데요, 이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십시오.

국정감사 당시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디성센터의 삭제·상담 전문 정규직 인력 7명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숙련된 삭제·상담 전문인력은 단기 기간제 인력보다 2~3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지원이 가능합니다. 정규직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죠. 디성센터 정규직 인력 확보는 진흥원의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정규직 확보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진흥원 디성센터가 올해로 개소 5주년이 되었습니다. 디성센터는 더욱 신속한 삭제를 목표로 종사자 숙련도와 삭제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서 삭제요청에 불응하는 불법사이트에 대한 강제력 등 권한을 강화해 궁극적으로는 피해자 지원서비스를 향상시키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여성폭력 피해 현황, 필요성 등을 국민 여러분께 잘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 2018년 현직 의원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써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아들과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을 요청했지만 허가받지 못했죠. 여전히 국회 출석 시 자녀 동반은 할 수 없습니다. 출산 이전과 이후 어떤 것이 달라졌고 여성 관련 입법 시 보는 시선이 달라졌는지 이야기해 주십시오.
국회의원의 출산휴가가 화제가 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고 당연하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로서 주목을 받았던 것 같고, 또 청년 여성의 대표성 문제와 직결된 이슈였기 때문이라고도 생각이 드는데요. ‘일·가정 양립 제도를 만드는 곳인 국회에서도 이런 제도를 쓰기가 어려운데 일반 사회에서는 얼마나 활용하기 어려울까?’ 이런 의문을 갖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법률을 만들고 집행하는 기관이라면 기본적으로 어떤 문화나 제도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부터 가족 친화적인 문화와 제도를 선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이슈를 먼저 화두에 올린 것이고요. 

한편으로는 지금은 가정을 꾸리거나 출산을 생각하는 여성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자본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유대 관계, 사회적 신뢰 이런 것이 구축된다면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려면 폭력과 위협에 노출된 사회적 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폭력과 위협에 노출된 사회적 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신보라 원장[사진=한국여성인권진흥원]

- 데이트폭력법을 발의하신 지 벌써 6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하는 여성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와 정부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피해자가 줄어들 수 있을까요?

제가 20대 국회 때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법과 처벌법을 발의하기도 하고 여성폭력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교제폭력은 아직도 사각지대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여성폭력 관련 입법 부재는 극복,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현행법을 적극적으로 해석, 적용, 준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현행법상 자원을 활용해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현재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합니다. 

진흥원에서도 전국 피해자 지원기관과 협업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발굴하려고 합니다. 여성긴급전화1366 긴급피난처, 상담지원 등 교제폭력 피해자를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 행복한 육아 4종 패키지 법안을 발의해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이끌어 내셨습니다. 가족돌봄휴가가 신설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일 가정 양립을 위한 훌륭한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있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많은 기업에서 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십시오.  

만 25~54세 여성 중 경력단절 경험한 여성은 10명 중 4명이며, 평균 발생연령은 29세로 기간은 8.9년이라고 합니다. 모든 세대에서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이 경력단절 경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력단절 후 첫 일자리는 판매, 서비스직, 임시직 및 자영업자 등으로 시간제 일자리가 증가했고 임금도 경력단절 이전 84.5% 수준이라고 합니다. 결국 가족구성원의 양육지원, 일·양육이 병행 가능한 직장문화 등이 뒷받침되어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가 실효성 있게 국민생활에 녹아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엄마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경력보유여성들에게도 큰힘이 돼 줄 맘스커리어와 맘스커리어 독자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성폭력뿐만 아니라 경력보유 여성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주기 위한 노력을 공공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진흥원이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의 전담기구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모든 국민이 알 수 있게끔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여성들의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지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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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김혜원 엄마기자

많이 듣고 정성을 다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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