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리 끊고 아이 키우는 건 국가에서 해 줘야 한다...대책 마련에 고심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지난달 1일,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충북의 권리를 찾겠다’라는 주제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에는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저출산과 관련된 직접적인 예산 투자를 늘리겠다”라며 “젊은 세대가 출산과 이주 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되겠다.”라는 포부가 담겼다. 또 5일에는 본인의 SNS에 “육아 지원 시스템은 출산만큼 중요하다”라며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육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장 근로 환경 조성을 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가족친화적인 배려에 앞장서는 직장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 줘야 한다”라며 “충북도가 기업과 일, 가정이 양립가능한 돌봄과 육아정책을 섬세하게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스스로를 ‘세일즈맨’이라 부르며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만나 지난해 충북의 변화와 2023년의 도정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줄어드는 충북의 인구를 위한 해법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농촌의 고령화 이 세 가지를 해결하고자 ‘충북형 도시농부’ 정책을 내놓으셨습니다. 어떤 정책인지 듣고 싶습니다.
충북의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매년 심화되는 반면, 도시에는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농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충북의 발전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충북의 농업·농촌을 살리는 데 매진해야 합니다. 도시의 넘쳐나는 유휴인력을 대상으로 농업분야 교육을 실시해 ’충북형 도시농부’로 육성하여 도시의 일자리 문제와 농촌의 고질적인 일손 문제를 동시에 해소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청주시, 보은군, 괴산군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여 376농가에 1615명이 투입됐습니다. 시범운영 조사결과, 농가는 언제든 훈련된 일손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좋고, 도시농부는 4시간 근로로 일과 여가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문제점 등을 보완하여 도내 전 지역(11개 시군)으로 확대, 연인원 6만 명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도시농부는 1일 4시간 근로 후 임금 6만 원과 교통비 지급받습니다. 또한 농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상해보험에 일괄 가입됩니다. 1월 30일까지 시·군 농정부서 및 읍·면·동사무소에서 신청 접수합니다.
도시농부가 농촌의 일손 걱정을 덜어주고,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어, 농촌을 살리는 파수꾼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지사님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의료비후불제’가 시범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관련해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지난 9일부터 의료비후불제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습니다. 목돈 부담으로 치과 진료를 미뤄온 조 씨(69세)는 1호 신청자로 청주시 치과병원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받았습니다.
의료비후불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후행복지가 아님 도민들이 병을 키우지 않고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행적 복지제도입니다. 진료를 먼저 받고 의료비를 나중에 지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취약계층의 건강권과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내 거주 만 65세 이상 어르신 중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보훈대상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노인들이 많이 겪는 질환 중 자기부담액이 큰 임플란트, 무릎 및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척추, 심.뇌혈관 수술이나 시술을 받으면 도에서 의료비를 대납해주고 환자는 장기분할로 상환하는 방식인데요, 이에 따른 소요재원은 농협 정책자금 25억 원을 활용합니다. 자기부담금에 따라 5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까지 대출 가능합니다. 3년간 무이자 분할상환 및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여, 질병치료로 인한 목돈 지출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신청수요가 재원규모를 초과할 경우 추가로 재원을 확보하여 혜택에서 소외되는 분이 없도록 꼼꼼히 챙길 것입니다.
참여를 신청한 의료기관은 12개 종합병원과 68개 치과 병·의원입니다. 정기적 치료를 위해 접근성이 좋은 동네 병·의원과 수술능력과 행정인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종합병원이 다수 참여했습니다.
도민 여러분의 질병치료와 사업신청에 불편함이 없도록 추진하겠습니다. 새해 시행되는 시범사업의 성과분석 및 문제점 보완을 통해 향후 전 도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단계적,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충북도민이라면 의료비 부담 때문에 제때 질병치료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누구나 평등하고 공정한 의료복지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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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비후불제 시범사업 첫 진료사진[사진=충북도] |
- 지난해 배추파동이 있었을 때 ‘못난이 농산물’을 상표로 출원하신 바 있습니다. 이후 ‘못난이 김치’가 탄생했는데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난가을, 농촌 밭에는 판로를 찾지 못한 배추가 갈아엎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농민들의 구슬땀과 노력의 결실이 헛되이 버려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판로 미확보 농산물 재배농가와 김치제조업체를 연결하여 저렴하고 맛있는 ‘못난이 김치’ 생산·공급을 시작했습니다.
수입산 김치를 대체할 저렴하고 품질 좋은 김치 생산을 위해 인증받은 도내 김치업체에서 제조·판매하여 안전성 및 신뢰성 확보했습니다. 또 농촌의 부족한 인력을 도시농부 등으로 지원하고, 중간유통 마진을 없애 저렴하게 공급 가능했습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와 ‘못난이 김치’ 소비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못난이 농산물’ 상표출원을 했고, 외식업소, 대형 급식소, 일본 수출 등 40톤을 생산 및 공급했습니다.
현재 ‘못난이 김치’의 지속적인 생산·공급을 위해 농산물 생산부터 가공·유통, 해외 수출, 대량소비처 확보까지 다각적 검토 중입니다.
산지와 업체를 연결해 계약재배 유도, 김치업체 참여 확대, 표준레시피 개발·보급하려고 합니다. 도에서는 안정적인 생산·공급에 필요한 포장재 및 물류비 지원하고, 외식업소 뿐 아니라 대량 수요처 발굴 및 베트남 중심의 동남아시장 진출기반 확보 등 판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산김치 의병운동’으로 불리는 ‘못난이 김치’ 사업은 수입산에 점령당한 김치시장을 되찾는 기회가 될 것이며, 농가소득 창출 및 지역브랜드 홍보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직사회는 상인 의식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저부터 장돌뱅이가 될 생각입니다.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벌어 도민들에게 그 혜택을 돌려줄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행동하겠습니다.
▲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
못난이 김치가 쇄빙선이 되어 그 뒤를 따르는 못난이 감자, 못난이 고구마, 못난이 사과, 못난이 옥수수 등 다양한 못난이 농산물 사업의 길잡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맘스커리어는 경력보유여성(경력단절여성)과 육아맘, 워킹맘들의 고충을 두루 헤아리는 언론입니다. 도지사님은 지난 5일 SNS에 육아에 참여하지 못한 옛일을 후회하며 라떼파파를 양성하고 싶다고 하신 바 있습니다.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내놓아야 일하는 엄마와 라떼파파가 늘어날 수 있을까요?
가정 내 평등한 역할 분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됨에도 가사노동과 돌봄수행에서 남녀 격차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맞벌이부부의 주중 가사와 육아 시간을 조사한 결과 아내는 181.7분인데 비해 남편은 32.2분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노동시장의 성차별적 구조는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으로 손꼽힙니다. 통계청이 2019년에 조사한 결과 성별 고용률 격차는 17.9%인데 출산과 양육기인 35~39세의 경우에는 그 격차가 31.2%까지 벌어진다고 합니다.
일과 가정 양립이 어려운 환경 속 여성에게 쏠린 가사노동과 경력단절 등 노동시장의 불이익은 비혼, 비출산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등의 일·가정 양립 제도 외형은 마련되었으나 회사의 눈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남성의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 이용률은 저조한 상황입니다.
이에 충북에서는 일·가정양립제도의 현실적 확산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22년 처음으로 ‘함께육아 등 기업문화 조성사업’을 시행해 도내 중소기업에 일·가정양립을 위한 제도 개선을 지원하였습니다.
중소기업에 노무사를 파견하여 미비한 제도 및 사칙 보완 등을 도와 근로자들이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당당한 권리로 적극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육아가 서툴고 처음인 아빠들에게 육아 정보와 놀이비법 등을 전수해주는 ‘충북 100인의 아빠단’ 사업을 운영해 아이와 일상생활의 소소한 추억을 쌓음과 동시에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육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충청북도는 저출산 해결의 중요한 부분인 엄마와 아빠가 함께 육아에 참여하는 ‘함께육아’를 비롯해 ‘일가정양립’ 실현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 김영환 도지사가 출산율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사진=충북도] |
- 도지사님은 왜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전과 달리 여성들은 독립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이를 낳으면 경력 단절이 되고 자신의 삶을 살기가 어려워집니다. 그 괴리가 문제입니다. 일하지 못하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없어 스스로가 소멸된다고 생각하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아이의 가치, 생명의 소중함, 가족의 중요성 등등. 물론 여성도 알고 있습니다. 한데 이런 말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아이를 낳아 기르라고 한다면 가능하겠습니까?
아이는 엄마가 낳지만 기르는 건 국가에서 해 줘야 합니다. 국가라고 하지만 일자리가 필요하니 기업에서 엄마가 경력 단절이 되지 않도록 하며 아이를 집에서 육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합니다. 또 육아휴직을 다녀오더라도 승진이나 자신의 업무를 보장해 줘야 하는데 사실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에서는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그 갭은 정치에서 나서서 메워 줘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산부인과로 가서 젊은 엄마들을 만나고, 기업들을 다니며 기업인을 만나겠습니다. 충북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해 보겠습니다. 내년에는 출산율 1.2%, 후년에는 1.4%로 전국에서 출산율 일등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인구 정책은 촘촘히, 아주 정교하게 해야 하며 현실적으로 방안을 만들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경력 보유 여성을 위한 일자리는 결국 취업 조건과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맘스커리어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런데도 낳고 싶다고 한다면 임신 기간 돌봐 주고 아이를 낳아 직접 기르고 싶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기르기 어렵다면 대신 잘 길러 줄 것입니다. 아이를 낳아 달라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얼마 전 정년퇴직한 간호사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산부인과에 낙태하러 오는 여성과 상담을 해 줄 수 있느냐고요. 100명 가운데 2, 3명만 살릴 수 있다면, 생명을 하나 구한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합니까. 이런 자세로 한부모 문제를 해결해 봐야 합니다.
또 제 공약이었던 공공산후조리원을 충북에 만들고자 합니다. 산후조리원 비용을 분납해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산후조리원 이용 후 매달 10만 원씩 15개월에 걸쳐 납부한다면 부담이 좀 줄지 않겠습니까.
제가 늘 도민 분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 한 명을 낳으면 그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기저귀와 분유를 사용하며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할 동력이 됩니다. 또 그 아이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 교사의 일자리를 제공해 주며 20년 후에는 국가를 지키는 군인이 됩니다. 그 아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 노년의 우리 생계를 보장해 주기도 하지요. 그러니 아이 한 명을 낳아 기르는 것은 애국입니다. 아이를 낳는 게 가장 생산적인 것이며 아주 중요한 투자입니다. 모두 이렇게 생각해야 아이가 태어날 수 있습니다.
저는 충북의 출생률과 인구 문제에 다 걸었습니다. 인구학자들은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인구를 늘리는 건 어렵고 인구의 감소를 막는 것이 정책이다.”
저는 그렇게 포기 안 합니다. 인구가 더 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구가 늘지 않는 이유를 극복하면 자연히 인구가 늘 수 있습니다. 더 의욕적으로 해 보겠습니다. 할 수 있는 건 다해 보겠습니다.
- 충북민과 향후 아이를 충북에서 결혼해 아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충북은 담대한 도전과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농촌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교육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의료사각지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청년창업을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 ‘판로를 찾지 못하는 못난이 농산물을 어떻게 유통할 것인가’ ‘저발전지역인 중부내륙을 어떻게 살려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이룰 것인가’ 등. 그동안 국가가 해결하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를 충북이 앞장서 고민하고 개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충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정책은 충북의 출생률을 높이고, 대한민국의 인구를 늘리는 데 집중될 것입니다. 비록 충청북도 안에서의 도전과 실험으로 시작되지만, 혁신적 정책들이 성공을 이룬다면 충북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농사짓기 좋은 곳, 가장 교육하기 좋은 곳, 가장 노후 보내기 좋은 곳, 가장 창업하기 좋은 곳, 가장 살기 좋은 곳, 그래서 아이 낳고 기르기 가장 좋은 곳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러분, 충북도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대한민국의 흑진주’입니다. 민선8기 충북도정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충북에 오시는 한 분, 한 분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걱정 없이 아이를 기르며,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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