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 기부플랫폼, 디지털기기수거함 개발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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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덕 리맨 대표[사진=리맨] |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최근 국내외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ESG) 경영에 관심이 높다. 미국, 유럽 등 각국의 정부에서 ESG 관련 규제와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소비자들 역시 ESG 활동을 열심히 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한다. 이런 경향이 심화하면서 중소기업에도 ESG 경영 대응 요청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비용, 인력 등 환경이 열악해 ESG 경영 사각지대라고 불리며 대응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리맨은 ESG·탄소중립 우수 실천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리맨은 생태정화조 같은 오염물질저감 시설과 태양광·그린커튼·열교환 도료 등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설치했다. RE100 현황판을 운영해 자체 에너지 및 환경개선 목표를 수립하는 등 중소기업 ESG·탄소중립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리맨의 기업가치는 자원 순환과 환경에 있다”라고 말하는 구자덕 리맨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맨 대표 구자덕입니다. 디지털은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디지털 쓰레기 등으로 부정적인 면이 큽니다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디지털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의 조직인 리맨의 대표 구자덕입니다.
- 리맨 소개도 부탁드려요. 사명의 뜻도 궁금합니다.
리맨은 리매뉴팩처(Remanufacture) 재제조에서 시작된 상호입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컴퓨터를 재생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워, ‘한국컴퓨터재생센터’라는 상호를 사용했고, 리맨이 만든 재제조컴퓨터를 리맨컴퓨터라는 브랜드로 판매했습니다. 재생에서 재제조로 고도화되고, 컴퓨터만이 아닌 서버, 스마트폰 등 다른 디지털기기로 확장되면서 상호를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때 재제조의 가치, 사람을 우선하는 가치, ‘다시 사람이다’라는 철학을 반영해 리맨으로 짓게 됐습니다. 영문으로는 ‘REMANn’으로 사용합니다. 소문자 n은 무한정수, 복수, 더불어 함께하자는 철학을 담아 쓰고 있습니다.
▲ 리맨 직원들과[사진=리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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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맨의 직원들과[사진=리맨] |
- 리맨을 만들게 된 계기가 고물상을 운영한 부친과 환경운동을 해 온 본인의 가치관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젊은 시절 IT 제품 렌탈회사를 운영한 경험에서 확장된 것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1987년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87민주화운동을 시작으로 대학 4년간 학생 운동을 했고, 졸업 후 노동단체에서 활동하다가 군대에 갔습니다. 낮에는 회사, 밤에는 방위근무 하며 시작한 첫 직장이 아버님이 하시는 폐기물최종처리, 재활용 회사였습니다. 그 회사가 부도가 나서 부산 생활을 정리하고 1996년 결혼한 뒤 경기도 과천으로 이사하게 됐습니다. 2년 정도 대기업에 들어가 회사 생활을 하며 환경단체, 교육단체 활동을 했습니다. 대기업 퇴사하고 컴퓨터 렌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소유보다는 사용의 가치를 중요하게 보는 렌탈이 좋았습니다. 그 당시 제 닉네임이 ‘소유의 종말’이었습니다. 가훈을 ‘소유의 종말’로 지으려다 혼이 나기도 했죠.
렌탈 사업의 핵심 중 하나가 잔존가 확보입니다. 잔존가액은 이 물건을 더 사용할 수 없을 때 이를 매각 처분해 얻을 수 있는 가치의 견적가액을 말합니다. 이를 확보하고자 중고 처리를 하는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 사업이 리맨의 출발입니다. 리맨을 창업하고 보니 사람을 우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삶, 자원순환 및 환경과 관련된 삶 모두가 리맨과 연결되었습니다.
- 중고 IT 기기는 어떤 과정을 통해 다시 사용되고 또 재활용되나요?
수집, 운반된 기기는 데이터삭제 과정을 거친 후 핵심 부품은 해체됩니다. 부품의 검수 과정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것과 재사용 할 수 없는 것을 나눕니다. 재사용할 수 없는 것 중에서도 재사용 가능한 부품, 칩이 있는 것은 재사용 분리하고, 나머지는 파쇄 선별 과정을 통해 철, 구리, 알루미늄, ABS, PP, PS등 플라스틱으로 구분돼 그다음 소재별 재제조 공정으로 이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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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맨은 매년 조금이라도 어려운 분에게 기부를 하고 있다.[사진=리맨] |
- 중고기기에 원래 사용하던 사람들의 정보가 남아 있을 텐데, 이런 염려는 안 해도 될까요?
데이터 삭제는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완벽히 삭제 가능합니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소프트웨어, 장비로 먼저 삭제합니다. 삭제되지 않는 불량 저장 장치는 물리적 파쇄를 통해 삭제됩니다. 심지어 청와대, 은행, 네이버 같은 회사도 저희에게 맡겨 처리했을 정도입니다.
- 예전보다는 중고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특히나 IT 기기의 경우 소비자들이 중고제품을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에 대해 리맨에서는 어떤 생각과 또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고는 허접하다, 뽑기 운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15년 전에는 중고컴퓨터시장도 품질이 균일하지 않았습니다. 리맨은 믿을 수 있는 중고, 다시 찾는 중고를 만들기 위해 품질 관리를 철저히 했습니다. 이런 자심감을 기반으로 품질 보증 기간을 처음에는 3개월, 그다음에는 1년으로 연장했습니다. 지금은 중고컴퓨터 판매 회사 대부분이 1년 품질 보증, 무상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리맨은 국가 표준으로 컴퓨터 재제조 품질 인증 기준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에 IT 재활용업계는 호황을 맞이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코로나19 시절에는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로 인한 IT수요가 급증했습니다. 특히 1인 1PC 를 요구하다 보니 모든 컴퓨터를 새것으로 장만하는 것은 큰 부담이 돼 중고에 대한 수요가 늘게 되었습니다. 사실 중고는 경기를 크게 타지도 않습니다. 경기가 좋으면 좋은대로 수요가 늘고, 경기가 안 좋으면 새것 살 돈이 부족해서 중고를 찾습니다.
- 개인이 아닌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연식이 오래된 중고 제품을 매입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제품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판매나 처리되는지 궁금합니다.
컴퓨터가 느려지면 고장 난 것으로 오해를 합니다. 많은 경우 하드웨어 고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문제입니다. 하드웨어 문제라고 해도 고장 난 부품만 교체하면 됩니다. 요즘 컴퓨터 성능이 정말 좋습니다. 컴퓨터 작업관리자에서 CPU 사용량을 보면 50%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CPU가 느려서 바꿀 일은 거의 없습니다.
- 재제조, 재사용, 재활용 비슷해 보이지만 다 다릅니다. 세 가지 가운데 어떤 작업의 비중이 높은지 들려주십시오.
리맨은 재사용이 가장 많습니다. 앞으로 재활용의 비중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재제조는 재사용 중에서도 신품에 상당한 품질 수준으로 다시 만드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제품만 재제조로 봤는데, 이제는 부품도 재제조 부품과 재생 부품으로 구분합니다. 나아가 재활용도 소재 제제조로 재해석됩니다. 철, 비철, 플라스틱도 신품 수주능로 다시 제조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 사회적기업인 만큼 나눔도 실천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리맨은 매년 조금이라도 어려운 분에게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리맨이 만드는 컴퓨터를 직접 나누는 것이 현금을 기부하는 것도 휠씬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리맨의 수익을 나누는 것도 있지만, 리맨의 사업 활동 과정에서의 나눔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만드는 것, 조금이라도 더 재사용하는 것, 기업이 판매하기보다는 기부를 하도록 제안하는 것, 이 일을 하는 직원이 안전하고 보람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어려운 일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리맨은 IT 자원순환 시장을 선도해 왔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가치를 보고 도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리스크가 컸고, 실패도 있었습니다. 저는 혼자 결정하고, 혼자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서로가 가진 장점을 살려 함께 논의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서 합니다. 리맨에는 회의가 많습니다. 또 위임과 전결이 많습니다.
- 직원들의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 주고자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회사 이익 일부를 공유한다거나 직무능력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게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2022년 3월부터 9시에서 6시 근무에서 8시에서 5시 근무로 조정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는 일찍 퇴근해야 합니다. 리맨에는 야근이 없습니다. 정말 긴급하거나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시 퇴근을 합니다. 제가 제일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하다 고개 들어서 보면 모두 퇴근하고 혼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과는 혼자 만든 것이 아닙니다. 여러 사람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합니다. 보상으로는 급여 인상도 있지만, 이익의 공유, 자기계발 등이 모두 필요합니다. 리맨의 성과 이익 공유, 이익배분제는 오래된 제도입니다. 회사 재투자를 위한 최소한의 이익 목표(현재 1.5억)을 정하고 초과할 경우 직원 주주들에게 이익 배분을 합니다.
- 엄마들은 결혼과 출산 이후 경력단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 리맨에는 혹시 자녀가 있는 직원을 위한 제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육아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데, 개인에게 여성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노동을 통한 개인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령화 시대에 노년의 삶을 고려하면 65세, 70세까지 근로 소득이 필요합니다. 리맨에는 다양한 근무 형태가 있습니다. 8시간 근무하는 직원이 주로 있지만 육아 문제로 주2일 출근하거나 10시 출근해 4시 퇴근하는 직원, 재택근무하는 직원 등이 있습니다.
- 리맨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리맨은 더 많은 디지털기기를, 더 많이 재사용 자원순환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제품과 부품을 재제조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믿고 쉽게 기증할 수 있는 ‘물품 기부플랫폼’, 개인들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폐기할 수 있는 ‘디지털기기수거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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