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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석 교수. |
이런 자연의 모습을 보면 자연이 얼마나 철저하게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자연에 순응해야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겨울철이 되면 해가 짧아지고 추워지면서 여름철에 무성했던 나무의 잎들도 앙상하게 가지만 남고, 개구리나 뱀들은 깊은 겨울잠을 자 기 위해 땅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물은 얼고 땅은 건조해서 갈라 터지기 때문에 이런 겨울을 한의학에서는 폐장(閉臧)의 계절이라고 했습니다.
'문을 닫아걸고 저장하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의 생기가 숨어서 체내로 저장되듯이 인체의 양기도 자연의 양기도 점점 안으로 거두어들여 저장되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황제내경'에 보면 겨울철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되 반드시 해가 뜬 뒤에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평소 늦잠을 주무시는 분들은 귀가 솔깃해 지셨을 것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겨울철에는 다른 계절보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라고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봄이 되었을 때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겨울철에 미리 축적하기 위해서 입니다.
땅속에서 오랫동안 웅크리지 않고 있던 뿌리는 봄에 새싹을 힘차게 움틔우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용수철을 웅크렸다가 놓으면 힘차가 튀어 올라오듯이 필요한 에너지를 겨울철에 저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라고 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겨울철에는 특히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켜주어야 합니다.
겨울철에는 자신의 의지를 숨기거나 감추는 듯하고 은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며 이미 얻고자 하는 바를 가진 것처럼 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사실 몸과 마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서로 붙어 있으면서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게 됩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심신일여(心身一如)라고 합니다.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지고 반대로 마음이 약해지면 몸의 병이 오고 병이 와도 잘 치료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양기(陽氣)가 몸 속 깊은 곳에 머무르도록 마음과 몸을 조용히 쉬어야 합니다.
겨울철은 음기(陰氣)는 왕성하지만 양기가 부족한 시기이기 때문에 양기를 보강하는 단련법이 필요합니다.
그중에 하나가 한 손으로 발가락을 잡고 다른 한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열이 나도록 발바닥을 비벼주는 것입니다.
특히 발바닥에 있는 용천(湧泉)혈을 집중적으로 자극할 필요가 있습니다. 용천은 한의학적으로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이 시작되는 곳으로 이곳을 자극하게 되면 선천적인 원기와 양기를 보강해 줌으로 겨울철 양기가 부족해서 전신이 위축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적은 데다 추운 날씨에 실내 활동 위주로 생활하다 보면 다른 계절에 비해 햇볕을 적게 받게 됨으로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게 됩니다.
흔히 겨울철을 감기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도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에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일조량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낮 시간에 30분 정도 햇볕을 쬐는 것이 좋고 규칙적인 생활과 가벼운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방구석에 앉아 약이나 찾지 마시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라도 떨면서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집안에서 있을 때도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서 앉아서 따뜻한 차를 한 잔 드시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 김용석 교수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 주임교수
-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침구과장
- 세계침구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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