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베이비박스 아동은 버려진게 아니라 '지켜진' 아이입니다"

신화준 / 2021-11-23 19:08:59
[인터뷰]'한국형베이비박스' 운영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목사
"이땅에서 태어난 모든 생명은 우리 모두의 아이기에 꼭 지켜야합니다."
맘스커리어, 500만원 상당 유아용품 지원
▲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에서 아이를 안고있다.
[맘스커리어=신화준 기자] 일반적으로 저출산 문제해결을 이야기할 때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부분이 있다. 정부정책이나 모든 저출산 해결 포커스는 출산율에만 집중하고 있으나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피느냐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저출산의 문제는 단순히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랐다면 제대로된 교육을 받고 사회적 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와 제도, 인식전환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혼모와 미혼부의 한 부모 가정을 위한 지원정책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여러 정책이 수립돼 지원되고 있지만 가장 필요하고 현실적인 지원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물론,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하더라도 월 5만원의 추가양육비 지원과 입소시설 지원 등은 오히려 차별을 불러일으켜 자칫 '주홍글씨'처럼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마치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쌀이나 라면 등의 부식을 제공하면서 직접 출석하라 하면 이를 기피하는 경우처럼 지원이 아니라 창피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가보다 먼저 나서서 자율적으로 유기 영아에 대한 보호를 시작한 '베이비박스'는 과연 국가가 어떤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제는 한 부모가정의 든든한 버팀목과 유기영아 구출의 대명사가 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를 만나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

Q. 주사랑공동체의 대표적인 사역이 아기의 생명을 지키는 베이비박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이비박스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주사랑공동체교회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1999년 2월에 장애인생활공동체 사역을 위해 가정교회로 세워졌습니다. 부모가 없고 장애로 인해 죽을 수 밖에 없는 장애인아이들의 친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봤습니다. 이후 위기영아의 생명을 살리고 미혼부모가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상담하고 지원하는 베이비박스를 2009년 12월에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밖에서 유기되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팠습니다. 베이비박스가 있어도 현재까지도 그런 뉴스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베이비박스를 만드신 동기가 어떻게 되실까요?

A. 저에게는 둘 째 아들(故이은만)이 있었습니다. 태어나면서 부터 장애를 가지고 침상에 누워 33년을 살았습니다. 당시, 아들을 극진히 돌본다는 소문이 났고 일면식도 없던 할머님이 자신의 손녀딸도 당신 아들과 같은 장애가 있다며 아이를 맡아주면 당신이 믿는 하나님을 믿겠다는 말에 그 손녀딸을 데려와 아들과 함께 돌봤습니다. 이러한 소문이 병원과 온 동네에 퍼지면서 장애가 있어 키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저희 집 앞에 놓고 갔고, 2007년 4월 새벽에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기가 굴비 상자에 담겨 집 대문앞에 발견되었습니다. 다행이 그 아이는 살았고 지금 저의 딸이 되었습니다. 당시 늦게 발견되면 아이들이 밖에서 죽겠구나 하는 생각에 2008년 언론사를 통해 체코 베이비박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후 용기를 내어 2009년 12월 한국최초로 베이비박스를 교회 벽에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Q.지금은 베이비박스를 통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에서는 '지켜진 아동', '보호된 아동', '엄마로부터 지켜진 아동' 이라고 하신데에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A. 유기란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아무데나 버리는 것이 유기입니다. 하지만, 베이비박스는 출생신고가 어려운 아이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이도 불행하고 엄마도 불행한 경우 아이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베이비박스의 문을 열어 아이를 살려달라고 요청 하는 유일한 피난처이기도합니다. 베이비박스는 엄마가 이 아이만은 지켜야 되는 간절한 마음으로 오는 곳입니다. 이로 인해 베이비박스에 오게된 아이를 엄마로 부터 지켜졌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 이종락 목사가 한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Q.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는 다른 나라와 달리, 상담과 지원을 통해 미혼모가 다시 데리고 가는 엄마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형 베이비박스라고 하던데, 이종락 목사님이 만드신 베이비박스는 다른 나라와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A. 처음 운영할때는 베이비박스는 유기 위험에 노출된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인식이 강했다면 현재는 베이비박스에 오는 엄마들을 위로하고 상담하여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베이비박스는 유기 위험에 노출된 아기를 살리는 역할에 집중되어 있다면 한국형 베이비박스는 아기를 살리는 역할을 포함하여 아기를 놓고간 미혼부모를 만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상담하며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모든 물적, 인적자원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아기를 키우겠다고 하는 가정에 3년간 매월 양육키트(베이비케어키트)가 1~2회, 생계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여 아기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Q.그렇다면, 현재 12년간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면서 몇명의 아이들이 보호를 받고, 상담을 통해 몇명의 아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갔을까요?

A. 출생신고를 강제하는 입양특례법이 2012년 8월에 시행되면서 출생신고가 어려운 미혼모가 아기를 살리기 위해 베이비박스에 놓고갔습니다. 매년 200여명의 아이들이 보호되었고, 12년간 1926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받았습니다. 상담을 통해 30%의 아동이 친부모의 품에 안겼으며 16%가 입양을 통해 가정에서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이 중 안타까운 일은 입양특례법으로 인하여 나머지 아이들은 시설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아동은 가정에서 자라야 가장 행복합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Q.이번에 주사랑공동체가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 재단법인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법인을 통해 하시고 싶으신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A. 이번 서울시에서 전문적인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지난 10월 26일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로 승인이 되었습니다. 국내를 넘어 한국형 베이비박스를 세계의 중심모델로 전파하여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상담과 지원하도록 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UN에 한국형 베이비박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없애고 UN산하 단체를 만들어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세계 기구를 만들고자 계획중입니다. 미혼모가 자립할 수 있도록 자립주도형 공동체마을을 세우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아의 생명, 태어난 생명, 미혼부모가 아기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생명을 살리는 전문 사역을 할 예정입니다.

Q.이번에 경력단절 여성이 다시 사회로 나와 자신의 커리어를 마음껏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맘스커리어가 창간되었는데요. 맘스커리어에 하고 싶으신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A. 맘스커리어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경력단절로 인해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했었던 여성들에게는 희소식이자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귀한 기회를 주신 이금재 대표님께 진심의 마음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Q.마지막으로 아직까지도 도움을 받지못해 아기를 안고 힘들어하는 미혼모를 위해 위로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생명을 품은 엄마들이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태아의 생명, 태어난 생명, 미혼부모가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법과 행정 모두가 이들에게 집중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지 1670-5297(아이구출)을 통해 상담하십시오.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는 엄마들의 편에서 엄마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기를 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모든 부모와 아기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축복합니다.
▲ 이금재(사진 왼쪽) 맘스커리어 대표는 지난 22일 주사랑공동체를 찾아 500만원 상당의 유아용품을 지원했다.

한편 맘스커리어는 이금재 대표가 지난 22일 이종락 목사를 찾아 50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전달했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후원과 봉사에 관심있다면 전화(02-864-4505)와 홈페이지(http://www.godslove.or.kr), 페이스북(/babyboxkorea) 등을 통해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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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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