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시선] 여전히 눈치 봐야 하는 남성 육아휴직

김혜원 엄마기자 / 2022-11-02 10:50:16
중소기업체는 여전히 남성 육아휴직 사용 어려워
육아휴직 뒤 불리한 처우에 관한 처벌 강화해야
▲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여성보다 월등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Getty Images Signature]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두 아이 아빠이자 40대 직장인 남 모씨는 최근 육아휴직 뒤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복직을 8일 앞두고 롯데마트 인사 담당자는 전화로 남 모씨가 부산인 집에서 약 400km 떨어진 서울의 한 지점으로 발령 났다고 통보했다. 회사 측은 의정부에 있는 관사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한 아파트에 여러 남자 직원이 살고 있어 가족과 함께 살 수 없었다베트남 사람인 아내가 혼자 부산에서 두 아들을 챙기기 어려워 남 씨는 결국 14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SBS 보도에 따르면 회사 측은 복직 시점에 남 씨가 근무할 수 있는 곳은 서울의 한 점포밖에 없었고, 육아휴직 사용과 이번 인사는 무관하다며 불이익이 없도록 주의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남 씨는 사측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며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사진=로앤비 홈페이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그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라고 되어 있다

 

지난 7,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을 전보다 낮은 직급에 발령 내면 부당 전직이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온 바 있다. 업무상, 경제상 불이익과 복직 시 맡는 업무나 직무가 전과 비교해 생경함, 두려움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진아 공인노무사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남 씨의 복귀 자리가 서울로 마련되며 생활상 불이익이 커졌다라며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서울로 발령 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사유가 발생됐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 SBS 뉴스 보도 장면[사진=SBS 뉴스 화면 캡처]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20203%에 그치는 등 여전히 여성보다 월등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니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육아휴직 사용률은 낮았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청 통계개발원 통계플러스 가을호에 실은 '누가 어떻게 육아휴직을 활용하고 있을까'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용행정통계시스템 데이터베이스와 육아휴직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출생아 부모 중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인이 실제 육아휴직을 한 비율은 201114.1%에서 202024.2%로 꾸준히 늘었으나 남성 사용률은 같은 기간 0.3%에서 3.4%로 느는 데 그쳤다. 여성 사용률은 46.7%에서 63.9%까지 올랐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기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낮아졌다. 2020년 기준 4명 이하 사업장에서 육아휴직을 쓴 남성은 1.2%에 그쳤으나 300명 이상 사업장에선 5.1%였다. 여성 사용률은 4명 이하 사업장에서 26.7%,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75.4%였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의 육아휴직 제도의 수준은 OECD 주요국과 별 차이가 없거나 부분적으로는 더 높다라며 다만 제도 활용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라다양한 부문에서 누구나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일본 정부 역시 올해 4월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남성 직장인의 육아휴직 사용을 권고해 왔다 그러나 사측이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후 전근 발령을 내리거나 승진 평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많아 제도 장착에 어려움이 있었다. 대다수 남성 직장인은 주변 눈치를 살피며 육아휴직 사용을 꺼렸다. 결국 10월부터 일본 정부는 산후 아빠 휴가 제도를 의무화했다. 자녀 출산 후 8주 동안 1회 최대 4주씩 총 2회까지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을 결단하기까지 현실의 문제와 가족 이야기를 담은 '아무래도 잘한 것 같아'를 집필한 신지훈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방적인 분위기의 회사에서 근무했음에도 육아휴직을 하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다라며 앞으로의 회사 생활에 지장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작년 한 해 11만 명 정도가 육아 휴직을 갔고, 그중 약 3만 명 정도가 아빠들이었다. 그리고 다수는 공무원이었다라며 육아휴직을 철저히 보장하는 사회와 직장 문화가 자리잡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는 그동안 잘 정비되어 개선돼 왔다. 법적으로 1995년부터 남성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남성 육아휴직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이런 인식 역시 약화됐다. 다만 근무경력 인정 문제가 걸림돌이다. 2021년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서 남성 천 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을 하는 것이 업무 경력에 도움이 안 된다를 물었더니 전체 응답자 52%가 그렇다고 답했다. 커리어 손해를 감수해야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것이다. 그리고 법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도 육아휴직 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게 인정된다면 사업주에게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 이하의 형사처벌이 규정돼 있다. 이 처벌을 보다 강화한다면 어떨까. 육아휴직을 다녀와 불이익을 받지 않고, 일본처럼 일정 기간 휴가를 강제로 부여한다면 전국의 더 많은 아빠가 더는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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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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