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 잘하는 아이에게는 재미있게 들어주는 엄마가 있다

최영하 기자 / 2021-11-03 12:00:34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대표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대표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말이 늦은 아이들이 있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많은 아이들이 언어 발달에서 또래에 비해 지연되어 있다. 물론 내가 하는 치료는 언어 치료가 아니다. 엄마들은 아이의 불안, 분노, 공격성 등 다양한 심리적 행동적 문제 때문에 나를 찾아온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심리적 문제는 언어 발달과 연관이 있다. 

 

어른들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말을 잘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냥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언어 발달이 늦으면 다른 영역의 발달에도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조기에 다양한 자극으로 언어 발달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

 

언어는 욕구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첫째, 배가 고프고, 졸리고, 춥고, 아프고 등등의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를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다. 욕구를 표현하고 적절한 돌봄을 받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자신의 불편한 상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면 엄마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다. 아이는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거나 우는 등의 방법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힘들어진다. 이처럼 언어 발달은 정서적인 발달에도 영향을 끼친다. 

 

둘째, 언어 발달은 인지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어휘를 많이 알수록 개념을 이해하고 상황을 알아차리는 힘이 생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능력도 발달하게 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도 안정되게 규칙이나 규율을 따라갈 수 있으니 사회적 적응도 이루어진다. 또한 언어가 지연된 아이들은 또래 관계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친구와 소통이 어렵고 잘 어울려 놀지 못하게 된다. 아이의 마음은 친구와 놀고 싶은 건데 잘못 전달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말을 잘 하는 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옆집에 한국인 부부가 살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만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곤 했다. 아내 다정 씨는 미국 의류 디자인 업체에서 꽤 높은 직책을 맡고 있었다. 인사권을 갖고 있던 다정 씨는 조금씩 한국인 채용 비율을 높여갔다. 정서적으로 한국 사람이 소통하기 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애로사항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시키는 일은 잘 하는데 자기 의견이 없어서 디자인을 채택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디자인 일러스트 솜씨는 기가 막혀요.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도 일러스트는 너무 잘 그려요. 그런데 막상 그 작품을 소개하는 걸 들어보면 맥이 빠지죠.”

 

반면 미국인 직원들은 달랐다. 그들의 디자인은 허술했다. 이제 막 배우는 학생처럼 미숙했다. 그러나 막상 그 작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면 달라졌다. 작품에 담긴 의미와 가치, 마케팅 전략까지 듣고 나면 생각이 바뀐다고 했다. 볼품없는 디자인이 멋져 보이고, 결국 그런 디자인이 채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훌륭한 지식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상상력이 좋아도 현실적인 상품으로 만들어지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반장 선거에 나간 아이들의 유세를 듣고 감동을 준 한 명에게 투표한다. 사업설명회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투자를 결심한다. 영업사원의 설명을 듣고 구매를 결정하고, 세바시에서 누군가의 15분 강연을 듣고 행동을 변화시킨다. 이처럼 말을 잘하면 인생의 가산점을 얻는다. 

 

그러면 어린 자녀의 언어 발달을 촉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다쟁이 엄마, 재미있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눈을 맞추며 즐거운 언어적 상호작용을 할 때 아이의 언어 발달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성인이 되어도 말을 재미있게, 자신감 있게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 그 사람의 말을 재미있게 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말 잘하는 아이로 기르려면 아이의 말을 재미있게 들어주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지루해도 웃음으로 반응해 주어야 한다. 관심과 호기심으로 질문하면서 들어주어야 한다. 

 

“어떻게 될지 궁금한데?”

“너무 재미있는 생각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우리 딸은 말을 재미있게 잘하네.”

“정말 좋은 생각이다.”

 

아이가 말을 하고 싶게 만드는 엄마의 반응들이다. 좋은 생각, 재미있는 생각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에게 아이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질 것이다. 자신이 정말로 말을 재미있게 잘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친구 앞에서 말하는 것도 두렵지 않게 된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지식의 단순 암기, 연구, 분석 등의 업무는 이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에게 넘어간다.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설득과 대화로 사람의 마음을 끌어내는 일은 로봇이 할 수 없다.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재미있게 들어주는 엄마가 말 잘하는 아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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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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