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니까 할 수 있다! 우선순위 정해 실천하세요!" [맘스커리어=신화준 기자] 결혼이나 출산, 육아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경력단절이 된 여성이라면 재취업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는 부족하고, 아직 공공보육은 한계가 있어 복직을 했다가도 다시금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눈을 돌리는 곳이 창업이다.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모르겠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더욱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에 결국 창업으로 생각이 모아진다. 그러나 남들이 다 하는 업종들은 이미 포화상태고, 경쟁 또한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면 하나의 해결책은 바로 ‘창직’이다. 스스로 직업을 만들어 창업하는 것이다. 거기에 자신의 경험과 필요에 의한 창업으로 이어진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창직’이라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없고, 실천할 수 없지만 이를 결국 사업으로 일궈낸 경력단절여성이 있다.
바로 국내최초 유모차·카시트 전문세탁업체 UMOCHA(유모차, http://www.umocha.co.kr) 왕혜진 대표이다.
왕혜진 대표를 만나 직장여성에서 전업주부로, 경단녀에서 창직을 통해 창업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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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혜진 UMOCHA 대표. |
- 먼저 대표님과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 대한민국에서 12세 아들과 8세 딸아이를 키우며 일하고 있는 UMOCHA 대표 왕혜진입니다. UMOCHA는 국내최초로 유모차·카시트를 세탁하는 전문업체로 지난 2012년 설립했습니다. 딱 10년이 시간이 지나면서 까다로운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점점 알려져 현재는 여러 유아용품 클리닝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의 경험과 노하우로 유아용품제작까지 기획·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으로 초기 지방가맹사업을 시도했으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맹사업의 형태로는 이익산출이 어렵다는 실태를 파악하였기 때문에 여전히 수많은 가맹문의에 정직하고 양심적인 답변으로 거절의 뜻을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향으로의 성장을 기획해 올해 법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투자유치를 계획하는 등 앞으로가 더욱 더 기대되는 유아전문브랜드로 성장하려 합니다.
- 유모차·카시트 프리미엄 세탁서비스는 엄마여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결혼 전부터 직장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일하는 엄마·아빠입장에서 유아용품의 위생관리가 중요한건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했고, 누구보다 너무 필요한 서비스였으나 기존에 서비스하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유아용품 전문클리닝은 신선한 사업아이템이라 판단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과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육아를 배제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상황의 단점까지 양면성이 있었죠. 하지만 엄마가 아니라면 생각할 수 없는 분야였고, 엄마가 아니라면 저희 고객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없어서 이만큼 성장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 병행하면서 일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UMOCHA는 저에게 삶의 터닝포인트이자, 또 저희 아이들을 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간혹 농담으로 제가 낳은 셋째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임신,출산,육아로 '경단녀'라는 딱지가 붙습니다. 대표님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요?
▶ 결혼·출산·육아 이런 상황들은 대단한 축복의 시간입니다. 다만 사회적인 구조나 상황은 아이를 키우며 일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각 기관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많은 노력들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엄마들은 육아를 병행하며 일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다니던 법무부출입국을 출산 무렵 퇴사했고, 행정관련 사무를 프리랜서 활동을 하며 우선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조건을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우연한 기회에 창업을 하게됐으나 그마저도 집에서 근거리를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아이들 하원시간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다른 업체들보다 업무 마감시간도 빨랐습니다. 그렇게 나의 상황에 맞춰 욕심을 줄이고,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을 때 저와 같은 입장의 엄마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조성되면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육아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즐겁게 운영되어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봅니다.
- 엄마로서 가정, 육아, 일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봅니다. 특별한 대표님만의 노하우와 팁이 있을까요?
▶ 저는 매일 새벽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 기상을 합니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기 전에 맞이하기 위해 오후 5시면 업무를 마감하지만 그렇다고 업무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사무실에 들러 업무처리와 하루업무량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아침 7시 반이면 다시 집으로 달려가 아침을 챙기고 다시 출근을 하지만, 새벽을 깨워 움직이는 이 세 시간 덕분에 아이들이 엄마와 눈을 맞추고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몸은 조금 고되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필요로 하는 그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정·육아·일 모든 것을 할 수는 있지만 제한된 하루의 시간과 한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체력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간과 체력을 잘 컨트롤해야 합니다. 다만 아이들이 영원히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시기에 사업 확장이나 욕심을 조금 미뤄두고 유지하면서 아이들에게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10여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제는 계획대로 꿈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봅니다. 더 열심히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들을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인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지내왔던 시간들이 저만의 노하우이고, 세 가지를 모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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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혜진 대표가 직접 유모차를 검수하고 있다. |
- 최근 코로나로 인해 사회로의 진출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의 상황에 대한 생각과 이를 대처하는 자세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성장하는 업종도 있고 코로나로 인해 발전하는 분야도 분명 있었습니다. 결국 유행과 흐름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비대면서비스, 중고시장, SNS를 통한 개인인플루언서 활동 증가 등 시대가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고민한다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보일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고집이 아닌 시대적인 흐름을 읽고 함께 흘러가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나 도전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대표님의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 우리 엄마들이 경력단절을 해결하고 일과 가정을 모두 잘 할 수 있는 응원의 메시지를 한번 부탁드립니다.
▶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때, 내가 나 자신을 위한 시간과 욕심을 부려야할 때.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늘 고민이 되지만 분명 어느 상황이나 우선순위가 되어야하는 시기가 각각 있습니다. 아이를 돌보고 일을 하느라 지쳐서 몸이 힘든 날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나를 돌보고 건강을 지키고 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내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아이도 행복해집니다. 하지만 영원히 아이가 엄마의 손길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일하고 있다면 누구보다 성공하겠다는 마음은 조금만, 또 잠시만 내려놓고, 남들보다 조금 늦을지라도 아이에게 필요한 엄마의 마음과 시간을 채워주며 천천히 더디게라도 간다면 아이가 엄마를 응원해주는 날이 반드시 다가옵니다. 혹은 환경적 요인 때문에 잠시 일을 쉬게 된다면 어느 순간이든 다시 일할 수 있는 날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요즘은 개인 SNS를 통해서도 이윤을 창출하는 인플루언서 활동도 쉽게 진입이 가능하고, 핸드폰 하나로 아이와 육아시간을 개인방송으로 만들어 소통하기도 합니다. 전문분야이든 아니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에는 온 가족이 응원해주는 가운데 일하는 엄마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는체 말고 배워라’라는 말을 가슴에 담아둔다면 기회는 찾아옵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사업을 시작하고 많은 생각과 욕심 그리고 계획들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하나일 때는 그래도 어렵지 않았지만 생각도 계획도 없었던 어느 날 둘째아이가 저희 가족에게 와주었습니다. 매일 힘들어 울었고 많이 막막했지만 꿋꿋하게 씩씩하게 견뎌냈습니다. 엄마니까 할 수있다, 스스로 맘을 다독이고 응원했습니다. 저는 굉장히 특별한 사람은 아닙니다. 많이 단단하고 강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의 엄마로 사업을 이끌어오면서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늘 행복하고 늘 힘이 나는 건 아니었으나 그 버텨온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저와 제 아이들이 있어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대견하고 잘하고 있다고 토닥입니다. 할 수 없는 것과 되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며 마음 아파하거나 괴로워하기보단, 언젠가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지금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노력해보시기를 권유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거울을 보며 꼭 웃는 모습의 엄마사람에게 잘하고 있다고 넌 참 소중하다고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늘은 언제나 다른 모습이지만 올려다보면 참 예쁘고 신기합니다. 봄날의 따뜻함이 길가에 예쁜 꽃들도 많이 피워주는 그런 시기입니다. 소중한 것을 놓치지 마시고 잘 살피며 가시는 여러분의 삶이되기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출산하는 일이 망설여지지 않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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