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출산 가구 지원해서 육아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 줘야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9일, 다자녀 가구 지원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하고 생활밀착형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체감도 높은 다자녀 지원 강화를 위해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다자녀가구 지원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부위원장은 “출생률 저하로 인구절벽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2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에 체감도 높은 생활밀착형 다자녀 가구 지원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다자녀 양육 책임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분담해, 다자녀 가구의 삶의 질이 유지되고 격차 없는 양육환경이 보장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지자체 등 관계 기관과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정부가 다자녀 문턱을 낮추고 보다 많은 가구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건 저출산 해결에 긍정적이며 반가운 신호다. 한데 3자녀 이상인 다둥이 가정에 대한 배려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저출산 해소의 방안 가운데 다자녀 출산율을 올리는 것이 있다. 이는 출산율을 회복한 독일·프랑스 등의 경우 다자녀 출산율이 높아져 나온 의견으로 안타깝게도 이들 나라에서 주는 혜택과 한국을 비교해 볼 때 우리의 지원이 많이 떨어진다. 독일·프랑스 등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지출 비율을 크게 늘린 반면 우리나라는 그 절반 이하 수준의 투자에 그치고 있다.
출생아 수는 어떨까? 첫째 출산 수도 줄었지만 둘째, 셋째 출산 수는 더 많이 줄었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 가운데 첫째는 14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6000명(3.9%) 감소했다. 둘째는 9만 1000명으로 4.5% 줄었다. 셋째 이상으로 태어난 아이는 2만 1000명에 그치며 5.9% 감소했다. 셋째 이상 출생아가 전체 출생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치인 8.2%로 떨어졌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1자녀당 양육수당 월 20만 원을 지급하고,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2022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부터 200만 원을 바우처로 사용할 수 있는 ‘첫만남 이용권’과 만2세가 될 때까지 월 30만 원을 지급하는 영아수당을 신설했다. 그 외 지자체별로 지급하는 출산지원정책이 있지만 양육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지자체별로 금액이 다르고, 예산이 소진되면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주택 지원의 경우 주택특별공급제도나 국민임대주택·장기전세주택 우선공급,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이 있는데 맞벌이 가정의 경우 소득으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다자녀인 경우 주택의 평수가 커야 하는데 제공되는 주택이 그렇지 못해 직접 들어가 살기 어렵다. 울산제일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아이 다섯 명을 키우고 있는 장수경 씨는 “임대주택이나 민간 공동주택의 경우 다자녀 가정에 우선순위가 주어져도 가구원 수에 맞는 적정 평수가 없고, 아파트 청약도 넓은 평수는 해당 안 되다 보니 와닿지 않는 정책”이라며 “주택확보에 어려움 겪는 다자녀 가정을 위해 임대주택 평수를 40~50평까지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6남매를 키우고 있는 민경씨 가족은 자동차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자동차를 보유한 다자녀 가구가 주거급여를 받으려면 ‘가구원이 6인 이상이거나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구로, 배기량 2천500CC 미만 7인승 이상으로, 차령 10년 이상 또는 차량가액이 500만 원 미만인 자동차’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가족이 8명인 민경씨 가족의 차량은 국내 RV차량이라 해당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 소득·재산 기준에는 적합했으나 차량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아이 돌봄 역시 다자녀 혜택이 많지 않다. 아이 돌봄 서비스의 경우 다자녀일 경우 3인까지만 할인 혜택을 준다. 아이 돌봄 서비스 담당자는 “아이 3인까지는 33%의 혜택이 있지만 그 이상은 더 추가적 지원이 없다”라며 “내년에는 할인 폭이 커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아이 돌봄 서비스 선생님을 배치할 때 다자녀일 경우 우선적으로 연계해 주기도 하는데 선생님들이 선호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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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둥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해군 부부 장동휘(29)·이은주(33) 중사[사진=맘스커리어] |
해군 부부인 장동휘(29)·이은주(33) 중사는 삼둥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현재 다자녀를 키우며 힘든 점에 대해 물어본 결과 어려움은 비슷했다.
해군 부부는 “복지 관련 부분에서는 돌봄, 기저귀바우처, 분유 지원 등 건보료에 따라 혜택이 나뉘어 사실상 맞벌이 부부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고, 돌봄지원 서비스의 경우 다둥이라고 하면 꺼려 하는 경우가 많아 선생님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상생활 부분에서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엄마 아빠보다 아이들이 더 많으니 손이 모자라 다같이 안아 줄 수가 없어 마음이 무척 아프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주변 도움이 없이는 아이들 보육에 여러모로 걸림돌이 많다"며 "경제적인 부분 또한 큰 부담이 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게 되면 숙박 시설을 찾아야 하는데 대부분 4인 기준이라 숙소 찾기도 힘들다”고 언급했다.
먹고살기 어렵다고 출산, 육아를 원치 않는 가정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3명 이상 자녀를 키우는 가정 역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분명 아이를 여러 명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부부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위한 삼둥이 해군 부부의 조언을 들어봤다.
해군 부부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행복한 건 맞지만 그만큼 힘듦 역시 비례하는 것 같다"며 "각오하셨음에도 금전적인 문제를 비롯해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드실 것이고 무엇보다 아빠의 육아 참여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다자녀를 키울 경우 경제적으로 또 양육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다자녀 가정의 힘듦을 들어주고 문제점을 파악해 지원에 나서야 하며, 그래야 아이를 낳아 기르는 집에서 또다시 출산할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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