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경배 재활의학과 전문의·자세의학 강사 |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약을 먹으면 건강해질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우리가 의심을 하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우리’에는 의사도, 보건 당국자도 포함된다. 신뢰도가 높다고 알려진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의 명칭인 FDA는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약자다. 미국 FDA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식약처’를 포함한 많은 나라의 보건 기관의 명칭에서부터 좋은 음식과 좋은 약에 대한 우리의 과신과 맹신이 느껴진다.
1980년대 이후, 근육량과 근력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치는 ‘신체 활동량 부족’과 ‘고령화’에 대한 활발한 연구 결과가 누적되면서 의료계는 음식과 약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근육, 근력에 대한 중요성을 배우고 있다.
산업의 발달과 디지털화는 인간을 편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됐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근육의 할 일이 계속 줄면서 신체 활동량 감소는 필연적으로 근육량과 근력을 줄게 한다. 2010년 WHO 자료에 따르면, ‘신체 활동량 부족’은 전 세계 사망률 위험요소 중 고혈압, 흡연, 당뇨에 이어 4번째로 위험한 요소였고, 2003년 발생한 320만 명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도 근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 40세 이후에는 매 10년 8%씩, 70세 이후에는 15%씩 근육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만성질환, 심혈관 질환의 유병율 증가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불건강 수명 역시 같이 증가하고 있다.
‘근감소증’은 근육량과 근력의 감소로 정의된다. 각국의 보건 당국은 이제야 근감소증이란 새로운 질병명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질병명 등재는 2021년 1월이었고, 세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미국의 경우도 2016년에야 이루어다. 이처럼 근감소증으로 인한 대사성 질환, 혈관병, 낙상 등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뒤늦은 감이 크다. 질병명이 만들어졌지만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다. 차선책으로 의사들은 신체 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생활습관의 개선’을 강조하기 시작한 정도이다.
편한 것만 좋아하는 생활습관이 잘못이었음을 깨닫는 것부터 필요하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수시로 도전하는 운동이나 금연, 다이어트가 성공하려면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오죽하면 생활습관 관리와 코칭을 강조하는 ‘눔’이라는 미국의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5조원에 이르게 되었을까? 신체 활동량을 늘리고 그래서 근육량과 근력을 늘리기 위해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겠지만 그래도 첫 숟가락을 들기 원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드린다. 불편함을 즐겨야 한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헬스클럽에 가지 않아도, 운동복을 차려입고, 거창한 운동기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신체 활동량을 늘릴 방법은 많다. 일상생활에서의 동작을 최대한 운동으로 이용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환경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운동과 습관을 개발해 보자.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실천으로 걷기와 바른자세를 적극 추천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걷기는 의학적으로 매우 훌륭한 운동이다. 만성질환과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되며 쉽고 안전하다. 하루 6천 보로 시작하기를 추천하지만 처음이라 부담이 된다면 3천 보로 시작해도 좋다. 승용차 운전을 줄이고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에도 도전해 보면 어떨까.
바른자세 만들기에 필요한 자세근육 운동으로 신체활동량을 늘려 본다. 의자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바로 앉는 것만으로도 바른자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세근육의 근력운동이 시작된다. 소파나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는 나쁜 자세가 자세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니 처음에는 편하게 느껴진다. 자세근육은 사용하지 않을수록 약해지기 때문에 자세는 더욱 나빠진다. 바른자세를 유지할수록 근력이 강화되어서 결국은 바른자세를 취하는 게 쉬워지고 편해진다. 사무직 종사자들이 앉는 시간을 줄이고 요통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모션데스크도 신체 활동량 증가의 한 가지 방법이다.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