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영화·드라마·서적·시·노래 등의 콘텐츠 속에 숨어 있는 여성 이슈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해나갈 계획이다.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 그 안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과 장면을 통해 여성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조망한다.
# 엄마의 ‘집밥’, 어째서 그렇게 특별할까
-<집밥>, 김범수
정갈하게 담긴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단촐한 밑반찬 몇 가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한 끼 식사에 특별함이 부여될 때는 ‘엄마’가 ‘집’에서 손수 만들어주는 밥일 때다. 어릴 적 밥상에선 몰랐던 그 특별함을 나이가 들고 난 지금에서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소개할 ‘MOM에 드는 작품’은 가수 김범수의 <집밥>이다.
기다려지지 않는 퇴근길 / 길거리엔 온통 어색한 멜로디 / 시간을 빠르게 걸어가
내린 비 뒤에 맑은 날을 기다리고 있네 / 전화 통화가 뜸한 구식 폰을 잡은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믿고 계셔 어린 아들놈을 / 유난히 무겁게 흐르는 도시를 걷는 나의 청춘 / 바닥 위에 떨어진 옷들 / 흐트러진 이불 그대로 쓰러져 / 적막하게 옅어진 공기 / 내방 어디도 아무 말 없어
노래 속 화자는 도시 속 바쁜 일상에 파묻혀 살아가는 신세로 보인다. 도시 생활이 뭔가 쉽지 않고, 청춘이지만 남모를 외로움도 크다. 기다려도 좀처럼 오지 않는 ‘맑은 날’을 고대하며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집 밥 너무 그리워 가족의 마법 / 본가 따뜻한 집으로 / 내가 쉴 수 있는 곳
결국 후렴에서 화자의 본심이 드러난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따뜻하고 그리운 가족의 정, 그리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다. 그것은 집밥이라는 매개를 통해 절실하게 드러난다.
엄마를 보는 그 순간 바닥 위에 떨어진 옷들 주워 담으며 내 조각을 채워 / 적막하게 옅어진 공기 쓸어 담으며 내 욕심을 게워 / 지친 나를 안아주는 건 / 가족의 손길 다정한 눈빛 / 지친 나를 안아주는 건
엉망이던 일상은 ‘엄마’라는 존재를 통해서야 비로소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그렇게 지친 자신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건 결국 엄마 그리고 가족뿐이라는 사실도 함께 깨닫는다.
사실 집밥은 그 자체로 엄청난 맛이 있다거나 대단한 것은 아니다. 집집마다 음식 맛과 찬이 다를뿐더러 모든 엄마의 손맛이 훌륭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가 맛있고 넉넉하며 만족스러운 밥을 먹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 밥맛이 어떻든 ‘우리 엄마’가 만든 밥을 ‘우리 집’에서 먹는다는 점이 그 특별함을 만들어낸다. 집밥이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감성을 상징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기에 누구나 일상에 지치고 힘이 들 때, 엄마가 만든 집밥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 안온한 매개체가 선사하는 무심한 위로는 무한한 그리움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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